②박민규 `핑퐁` 토론회... 결말 둘러싸고 설전
②박민규 `핑퐁` 토론회... 결말 둘러싸고 설전
  • 북데일리
  • 승인 2006.10.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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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 ⑤]북데일리 시민기자 ‘핑퐁’ 난상 토론

“다수결, 그리고 성장 중인 남성 주인공들”

구윤정: 작가가 말하는 ‘다수결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반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영웅전설>에서 보여준 미국에 대한 반감, <삼미>에서 보여준 주류에 대한 반감. <핑퐁>에서 역시 주인공인 못과 모아이는 의견을 내지 못하는 비주류의 존재들이죠.

고아라: 박민규의 삶을 이야기 하자면 다수결의 논리에서 약간 빗겨선 사람이에요. 문창과를 나왔지만 8년간 직장 생활을 하나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고 글쓰기를 시작했죠. 결과적으로 사회생활에서는 성공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도, 기존 문단과는 매우 동떨어진 방식으로 글을 썼고. 늘 소수자의 입장에서 살아왔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작품에서까지 다수결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해요.

서정민갑: 박민규 소설에는 희망이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자기를 희생하거나, 남을 이해하려는 인물들이 없어요.

조한별: 그런 부정적인 인물이 주인공에 한정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서정민갑: 거의 없다고 봐야죠. 남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치유해주려고 하는 인물들이 아닌 거죠. 고시원에서 라디오 조금만 크게 들어도 소리 지르는 인간형이죠. 그것이 현실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그것을 뛰어넘는 인물형을 그려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한계죠.

조한별: 긍정적인 인물을 의도적으로 배출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캐릭터가 박민규 소설에 나오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읽을 필요도 없을 것 같고.

“결말을 짓지 않는 비겁함?”

구윤정: 개인적으로 못과 모아이가 지구를 ‘포맷’한다는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박민규 맞아?”라고 반문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였어요. 솔직히, 박민규 소설에서 결말에 대한 기대 자체가 무리 아닌가요?

김영욱: 박민규가 이야기의 결말을 못 내리는 건 습관 같아요. 작가라면 자기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어야죠. 계속 그게 반복된다면 비겁한 거죠. 이제는 안티 팬들의 의견도 작가의 귀에 들어가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아요.

구윤정: 그건 작가의 개성 아닌가요. 자기 멋대로 쓰고 싶다는 것. 지극히 박민규스럽지 않나요.

조한별: 작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독자는 고맙죠. 하지만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 작가도 있을 수 있죠. 그걸 한계니 뭐니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야 말로 비평의 한계 아닌가요?

신기수: 문제는, 박민규는 그 자체가 주류가 아닌데 인기작가가 되어 마치 주류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거예요. 사회는 이미 주류와 비주류가 뒤틀려 있어요. 비주류 작가 박민규가 창비의 주류 작가처럼 보이는 지금의 상황도 매우 이상한 현상이죠.

함수린: ‘결론을 무조건 내야 한다’는 건 폭력 아닌가요? 제가 한국소설과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늘 작가들이 뭔가를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었어요. 박민규는 분명 문단의 새로운 출현이에요. 여기서 그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드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잣대가 오히려 그를 억압할 수 있지요. 작가가 꼭 결론을 내려야 할 필요는 없어요.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는 것도 이 작가의 스타일이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도 있고.

서정민갑: 박민규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서로를 믿지 않아요. 무척 냉소적이죠. 그게 시대의 증거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어느 작가든 시대를 뛰어넘는 인물을 창조해줬으면 해요. 문학이 위대한 것은 그 시대를 뛰어넘는 어떤 인물을 창조해주기 때문이에요. 증거 하는 인물을 만들 것인가, 반응하는 인물을 만들 것인가, 저항하는 인물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 박민규의 인물은 반응하는 인물일 뿐, 시대에 저항하는 인물, 뛰어넘는 인물이 없어요. 조정래의 <태백산맥>(해냄. 2002) <광장>(문학과지성사. 1996)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성과힘. 2000)의 인물들이 보여준 역동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신기수: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박민규에게 그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김영욱: 저도 박민규한테 원하는 것은 없어요. 다만 자신의 색을 갖춰 나가기를 바라죠. 다양함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 다음 것도 창출되겠지요.

“박민규, 왜 읽히나”

조한별: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죠. <삼미>부터 생긴 팬들이 계속 후속작들을 기대하고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작가자체의 독특한 캐릭터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는 박민규가 좋아요.

구윤정: 박민규 밖에 못 쓰는 독특한 글이잖아요. 다른 작가와 비교할 수 없는. 그게 가치가 있는 거죠.

서정민갑: 앞으로는 출판사와 영합(迎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존문단은 공격하면서 정작 박민규 자신은 문단을 병들게 하는 창비에서 글을 연재하고 거기서 책을 낸다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죠. 자신의 패션이 이용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교활 하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라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사진 = 시계방향으로 서정민갑, 조한별, 김영욱, 구윤정, 신기수, 함수린, 원호성)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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