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부모의 배려란...` 깨달음 준 동화
`아, 부모의 배려란...` 깨달음 준 동화
  • 북데일리
  • 승인 2006.10.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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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어느 시인이 말 했다. 어릴 때는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으나, 동화 <바람이 울다 잠든 숲>(청년사. 2004)을 읽으면서 그 뜻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자문해 본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위고 쓸쓸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살게 된 책속의 주하는 불행한 아이일까?” 결코,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컴퓨터와 감각적인 문명에 젖어 사는 아이들보다 시골의 아름다운 경관과 할아버지의 따듯한 사랑을 받고 자라는 주하가 행복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들지만, 시련이 성장을 촉진시켜 주는 밑거름임을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은 조건 없는 무한대의 사랑이다. 그러나 손자나 손녀는 그것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인생을 되돌아 볼 때가 되서야 “그때처럼 빛나는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가정이 핵가족화 되다 보니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삼대가 같이 생활하면서 받을 수 있는 내리 사랑의 특권을 경험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동화 속 주인공 주하는 행복한 아이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뿐만 아니라 대자연을 사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는 주하. 지금 생활이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질지 몰라도, 삶에는 슬픔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필자 역시,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친할머니의 포근한 사랑을 아이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것은 할머니만이 할 수 있는 자리가 그만큼 커다는 뜻일 게다.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모두 잃어버렸지만 그들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주인공 주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회용품의 졸갑증 같은 사랑과 성급한 사회풍조에 물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전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나들이라도 자주 갈 것을 부모들에게 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의 아들, 딸들의 뿌리를 알고 그 사랑을 품고 살아간다면 아이들은 보다 감성이 풍부해지고 가슴이 따듯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주하 역시 어른이 되면 반드시 뿌리 깊은 나무처럼 향기가 뛰어나고 바람에 흔들리 지 않는 동량으로 성장할 것이다. <바람이 울다 잠든 숲>은 어린들에게 최루탄 같은 눈물만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족에게 진정한 사랑의 맛을 보게 하는 아름다운 동화다. 책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다. 고부간의 갈등 때문에 괴로워 한 적이 있는데 알토란같은 손자 둘을 키워 주시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신 부모님의 존재에 더욱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부모님의 따뜻한 배려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따뜻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면 역경마저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보지 못할 뿐. 언제나 희망은 가까운 곳에 있다.

[북데일리 양진원 시민기자] yjwy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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