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박철언 알고보니 시인
뉴스메이커 박철언 알고보니 시인
  • 북데일리
  • 승인 2005.08.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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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제5공화국’을 보면 전두환의 ‘2인자’ 노태우 옆에 항상 키 크고 번듯하게 생긴 남자가 따라다닌다. 바로 훗날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전 정무장관)이다.

박철언은 노태우의 손위 처남인 김복동의 고종사촌. 이런 관계를 등에 업고 박철언은 검사 출신의 똑똑한 머리를 앞세워 노태우의 개인 비서처럼 정책과 처신에 조언을 한다. 이를 계기로 5~6공에서 출세가도를 달린다.

박철언이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 대가로 `40억원+α`를 받았다는 내용이 최근 출간된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랜덤하우스중앙)에 실렸기 때문이다. 권력과 정가에 몸 담아오던 20년의 활동을 기록한 20여 권의 다이어리와 120여 권의 수첩, 방대한 사진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많은 비화가 등장, 서점가에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또다시 주목받는 게 박철언이 10년 전에 써낸 책 `4077 면회왔습니다`(1995, 행림출판)다. 그는 책에서 문민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그는 카지노대부인 정덕진 정덕일 형제의 배후세력으로 찍혀 수감생활을 할 무렵이었다.

책이 출간할 당시엔 아마도 파장을 고려한 탓인지, 자신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다는 한탄이 나오지만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은 없다. `문민정부라는 미명 아래 가해지는 갖은 교활한 탄압과 보복` `언론 플레이로 도덕적으로 흠을 주려 안간힘을 다하는 그들` `개혁사정의 미명 아래 가해지는 정치보복`과 같은 심정이 이따금 드러날 뿐이다.

대신 이목을 끄는 것은 시인으로서의 감수성이다. 책에는 박철언이 순수문학(1994년 4월호)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배경과 소개된 시가 적혀 있다. 그의 시인 입문은 후원회 팸플릿에 실린 시를 우연히 조병화 등 원로시인들이 보면서 비롯됐다.

원로시인들은 "그의 시는 하나도 어려운 대목이라고는 없고 감정을 수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추천된 시는 `감옥의 국화꽃밭`을 비롯, `눈 내린 새벽` `민들레꽃` 등 세 편.

시에는 안타까움과 기대감이 엇갈린다.

"한평 우리 속, 갇힌 자의 찢어진 가슴이여 향기조차 맛볼 수 없는 외로운 영혼이여"(감옥의 국화꽃밭), "오! 따뜻한 새 날이여 어서 오라!"(눈 내린 새벽), "작지만 언제나 태양을 향한 너의 이상 물러서 쉴 줄도 아는 너의 그 멋 최후까지 너의 혼을 심으려는 그 끈질긴 의지"(민들레꽃)

이외에도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감명 깊게 읽은 시 한 구절과 제목 등을 언급해 시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냈다.

한편, 박씨는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자당 총재가 될 당시 경선결과에 반발하며 탈당, 국민당에 합류했었다. (사진=1. 최근 출간된 박철언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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