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자취 따라가보니 신묘해요
`삼국유사` 자취 따라가보니 신묘해요
  • 북데일리
  • 승인 2006.09.29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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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단군신화로만 알고 처음 접했던 삼국유사. 알고보면 한국문화의 원형을 찾아주고 한국인의 뿌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우리의 고전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신화와 설화를 통하여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전국 각지를 돌아보면서 체험하는 탐사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민족애를 자아내게 한다.

<길 위의 삼국유사>(미래M&B. 2006)를 따라가면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발견할 수 있다. 역사의 발자취와 후손인 우리들의 긴 호흡이 함께하는 역사기행은 지루함을 없애주는 재미있는 작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 외국여행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우리의 것을 올바로 안 다음에 떠나는 여행이 훨씬 유익한 학습이 될 것이다.

삼국유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은 때로는 경이롭기도 하지만 고적하고 한적하다. 세월의 무상함도 더하지만 전라도 법성포를 시작하여 강원도까지 전국을 일주하며 면면히 이어온 삼국유사의 현장을 체득하는 기분이 신묘했다.

그중 백제 출신의 유일한 승려인 진표가 수행한 한 평 남짓한 부안의 불사의암을 찾으려 수풀만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허공으로 미륵보살이 보인다. 마치 하늘을 보살피는 형상이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지난 해 큰 산불로 팔층 탑만 덩그렇게 남고 전소된 양양의 <낙산사>뿐만 아니라 강릉의 <굴산사>도 빈 터만 남아있어 쓸쓸하기 그지없다. 일연이 회연이란 이름으로 출가한 절인 <진전사>도 적막한 옛터만 남아 있다.

강원도는 올해도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다. 황폐한 땅에도 문화유산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올해는 여행답사를 강원도로 정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역사의 문화향기도 체득하고 수재민도 도울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같다.

텅 빈 길 위에 우리의 마음과 가슴의 눈을 열어서 지난 세월을 반추해 보는 상상력을 펼쳐보자. 모든 탐욕과 번민이 시원한 바람에 실려 가고 새로운 다짐을 할 수 있는 역사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이벤트가 될 것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은 주말을 이용해 역사의 현장에 서려 있는 전설을 들려주면 멋진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연오랑 세오녀를 비롯한 숱한 전설을 들으면서 성장한 우리들의 유적을 직접 방문하면서 전해들은 삼국유사에는 따뜻한 조상들의 숨결이 곁들어 있고 우리들의 혼이 숨겨져 있다. 가을의 정취에 알맞은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변해가는 역사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뜻 깊은 한 해를 보내는 방법으로 생각된다.

역사는 어제의 기록일 뿐만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연결하는 고리이다. 어제의 역사가 없으면 오늘의 발자취도 남길 수 없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고증 한 번 옳게 해 보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현장을 답사하면서 생생한 기록사진과 함께 역사를 설명해 주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이런 역사기행을 학교 프로그램에 적극 반영하는 것도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방편이 될 것이다. 끝으로 지난해 화마로 소실된 낙산사의 재건이 하루 빨리 되어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미소가 동해안 바다의 석양에 번지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북데일리 양진원 시민기자] yjwy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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