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짜리 월급쟁이들 `삶의 분투기`
백만원짜리 월급쟁이들 `삶의 분투기`
  • 북데일리
  • 승인 2006.09.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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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2천만원을 밑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잡코리아 발표)

올 초 중소기업 624곳을 조사해보니, 대졸 신입사원 초임연봉이 평균 ‘1800만원’으로 집계된 것. 이는 국내 대기업(2807만원)과 공기업(2812만원)의 대졸사원 초임연봉 평균에 견주면, 1천 여만원이 낮은 수준이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새내기들은 배가 아플 대목이다. 이들에게 소설 <천유로세대>(예담. 2006)는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천유로세대’란 불안정한 직업을 전전하며 천유로, 즉 월 100만 원이 조금 넘는 소득을 가지고 집세는 물론, 각종 세금과 생활비까지 부담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지금 유럽에선 이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회적인 담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책의 저자 안토니오 인코르바이아와 알레산드로 리마싸는 이 직장 저 직장을 떠돌며 상처받은 ‘천유로세대’의 산 증인이자, 이를 사회적 이슈로 끌어낸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청년실업과 취업에 관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수방관하고 있는 기성사회에 작지만 따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기성세대로부터 ‘자본주의가 낳은 무기력한 자식들’이란 비난을 받아온 이들이 ‘천유로세대’만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들려준 곳은 인터넷이 먼저.

천유로세대 홈페이지(www.generazione1000.com)를 개설한 안토니오와 알렉산드로는 2005년 12월 13일부터 홈페이지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소설은 빠른 속도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무려 2만여 명의 젊은이들이 다운받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천유로세대>는 이처럼 인터넷에 연재돼 화제를 일으킨 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 책은 밀라노의 드높은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동거생활을 하는 4명의 젊은이들이 좌충우돌 벌이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 사고를 다루고 있다.

월 급여 1,028유로의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클라우디오, 끊임없이 이력서를 집어넣고, 그 와중에 생계를 위해 베이비시터 알바를 뛰는 로셀라, 영화기자의 꿈을 버리고 우체국 공무원을 선택한 알레시오, 빵빵한 부모님을 스폰서로 두고 있는 한량 마테오가 그 주인공들.

특히 쓸 것도, 살 것도 많은 요즘 시대에 스타일을 구기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책을 통해 전하는, 월급 100만원으로 살아가는 법은 다음과 같다.

▲ 집세를 아끼려면 동거를 하라_ 대도시의 집세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애인이 없다면 친구끼리라도 동거를 하라. 다만 진짜로 친한 친구는 피하라. 우정을 깨고 싶지 않다면.

▲ 영화시사회 다니기_ 아직도 돈 주고 영화 보는 애들이 있다고?

▲ 할인마트에서 한꺼번에 장을 본다_ 우리는 주부들보다 더 치밀한 장보기를 추구한다.

▲ 쿠폰을 적극 활용한다_ 여기저기 나돌아다는 쿠폰을 무시하지 말고 적극 활용해 보자. 생활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이 택한 생존전략은 가계부와 계산기. 주부보다 더 치밀하게 가계를 꾸려가는 이들이 주는 웃음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은, 비정규직, 청년실업, 무기력한 대학졸업장 등 책이 꼬집고 있는 이탈리아의 사회가 한국의 현재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서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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