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오른 회사 사표, 스페인향한 남자
연봉오른 회사 사표, 스페인향한 남자
  • 북데일리
  • 승인 2006.09.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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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흔치 않은 단어다. 내 안에 잠자고 있을 또 다른 나를 깨우는 단어.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을 동경하고, 그들의 삶을 동경한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예담. 2006)은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훌쩍 날아간 청년 오영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기가 흔히 그러하듯 사진과 글이 들어가 있고 다만 조금 독특하다면 자신이 만든 캐릭터로 잔뜩 만화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 정도? 사실 이 책은 여행서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여행기라면 나름대로 여행에 관한 이야기든지 여행지에서에 에피소드라든지 정보라든지 이런 것들이 실려 있어야 하는데, 이 책에는 그곳에서 보낸 일상 같지 않은 날들 그 1년에 관해서 옆에 이야기 해 주는 것처럼 그리 말해준다. 조근조근.

만화 <최유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정말 자유로운 것이라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그 길을 따라가면 우리에게는 항상 돌아갈 곳이 그 길 어딘가 항상 놓여있다. 돌아올 곳이 없는 떠남을 우리는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말과 행동의 간극은 항상 크기만 해서 말처럼 훌쩍 떠나는 `여행`이란 우리에게 항상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난 여행서를 내는 이들의 삶에 흥미를 느낀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마음은 나와 무엇이 다르기에 그렇게 가벼이 떠날 수 있는, 아니 누가 가볍게 떠나겠는 가만은, 난 그것이 항상 궁금하다.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인지가 궁금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궁금한 것도 아니다. 난 그들이 나와 무엇이 다른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쏟아져 나오는 여행기를 한권씩 읽어나가는 나 같은 사람들이 있는 것일 테다.

하지만 항상 여행기를 넘길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 별 다를 게 없군’ 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봉이 올라간 회사를 때려치우고 무작정 스페인으로 간 그이지만, 그는 별로 특별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어쩌면 여행기를 내는 모든 사람들은 그런지도 모른다. 정말 특별하고 독특하고 대단해서 자신의 여행을, 사람을, 생각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평범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는 이 책이 나왔을 때 다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을 것이라 말했다. 1년 후 서울로 돌아오는 것인지 여행을 가는 것인지가 모호해 졌을 때 잠시 서울에 `들르고` 그는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갔다. 그는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이 얼마나 멋진가.

우리가 흔히 하는 경험을 위해 관광을 위해 사람을 사귀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닌 행복을 찾아 떠났다니. 난 지금까지 여행이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정말 여행을 하게 되면, `행복`을 찾는 그런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그리 생각했다.

[북데일리 이경미 시민기자] like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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