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이번엔 동북공정을 말하다
김진명, 이번엔 동북공정을 말하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9.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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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파워 인터뷰’에 출연한 작가 조정래는 갖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역사쓰기를 계속한 이유를 묻자, “우리 시대 역사에 대한 천착이 작가의 소임”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말처럼 작가로써 역사에 대한 소임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명이 바로 작가 김진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정래와는 역사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소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작가 김진명 또한 우리 역사를 말하고 있다.

2년 전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의 “동북공정”, 당시 전 국민이 격분하고 울분을 토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잊고 지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해 북방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고구려연구재단마저 지난 8월에 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지낸 2년 동안 중국은 차곡차곡 동북공정을 진행해 왔고, 결국 대대적으로 터트려 버렸다.

하지만 작가 김진명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신의 죽음>(대산출판사. 2006)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다루고 있다.

동토의 신이라고 불렸던 김일성이 남북정상회담을 17일 앞두고 급성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몇 년 후 김정일과 중국이 주역이 돼 정상회담은 다시 성사된다.

미국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던 미 경찰과 김민서(버클리대 인류학 교수)는 김정일의 죽음에 초점을 모으게 된다. 단순한 살인사건에서 출발했지만, 하나 둘씩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자 거기엔 한반도를 삼키고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의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던 김일성은 중국에게 회유당한 자신의 후계자 김정일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동북공정의 의미는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하나는 중국인들에게 한반도가 중국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지요. 한반도의 북부와 둥베이를 경영했던 고구려가 원래 한족이 세운 나라라고 하면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한반도가 원래 우리 거였군` 하는 생각이 들어가는 거지요.

또 하나는 북한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거지요. 그들의 의식 속에서 중국에 대한 장벽을 지우는 겁니다...북한인들은 남한과는 오랫동안 담을 쌓고 살아왔지만 중국과는 계속 채널을 유지하며 살아왔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잇는 조선족도 있고 실제 중국의 도움도 많이 받아왔어요.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의 보호국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특히 앞으로 북한에 혼란이 몰아칠 때 사람들은 중국에 의지하려 들 것입니다. 이럴 때 고구려가 한족이 세운 나라였다는 생각은 적대감보다는 우호감을 자아낼 겁니다.“ - <신의 죽음> 中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부끄러웠다.

2년 전 그렇게 열을 올리며 화두로 내밀었던 "동북공정"을 그동안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고, 매스컴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온통 일본의 독도 도발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동북공정”이 다시 불거져 나온 지금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비록 중국 역사학자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지만, 작가 김진명은 우리들에게 이 작태를 인지시켜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잊고 있었던 우리 역사를 들춰 내준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 힘으로 우리 역사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사건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미국이었고, 중국의 왜곡을 막으려고 발버둥치는 김민서 교수를 도운 것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예전에 한 독립투사는 나라는 찾았지만 우리 힘으로 찾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비록 소설이지만,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다. 현실에선 꼭 우리 힘으로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소설은 독자들에게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해 준다. 소재가 되었던 역사가 어느 선까지 실재이며 어느 선부터 허구인가 하는 것과 그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소설 속 역사가 왜곡되었다 하더라도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언급해 주는 것이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역사를 너무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우리의 역사, 이런 식으로라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해서 논란거리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그러다보면 분명 진실을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데일리 이명희 시민기자] heeya1980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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