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세모금`에서 얻은 깨달음 `소탐대실`
`샘물 세모금`에서 얻은 깨달음 `소탐대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8.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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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메운다”, “99가마 가지고 있는 놈이 1가마 가지고 있는 사람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소탐대실(小貪大失)은 탐욕을 경고하는 사자성어들.

어린아이라고 욕심이 없을 리 없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픈 마음에 동생을 꺼리는 외동아이가 늘어나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위해 절도를 저지르는 초등학생까지 생겼다.

창작동화집 <샘물 세모금>(창비. 2006)은 할머니를 살릴 수 있는 샘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욕심’에 대해 깨닫는 초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준우는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평범한 요즘 아이. 그는 지난봄에 갑자기 쓰러지신 왕할머니가 돌아가실까봐 걱정이다.

병문안 차 시골에 내려 간 준우는 참빗에 갇혀 살던 도깨비 돌쇠와 함께 할머니를 오래 살게 할 수 있는 ‘샘물’을 찾아 떠난다. 여정 중 도깨비 우정이, 외로운 구미호 사랑이,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샘물을 찾게 된다.

그런데 샘물을 지키던 이무기는 준우에게 세 모금만을 떠갈 것을 허락하고, 준우는 갈등한다.

세 모금이 된다면 네 모금도 괜찮을 것 같았다. 기왕이면 넉넉히 담아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에게 나눠주고, 아주 아주 나중에 자신이 필요할 때 마시고 싶었다. 준우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 자신도 몰랐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욕심’이 밀려온 것.

준우가 호리병을 가득 채우자 샘물이 모두 사라진다. 다행히 세 모금이 남았지만 그는 자신의 욕심을 후회한다.

“내, 내가 욕심을 부렸어. 내 욕심 때문에 샘물이 사라졌어.”

실망한 준우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고, 누워계신 할머니에게 호리병을 건넨다. 할머니는 샘물 한 모금을 마시고, 한 모금은 감에 뿌려준다.

“이렇게 귀한 샘물을 먹고 열리는 감은 뭐가 달라도 다르겄지. 그 감을 우리 식구도 먹고, 동네사람들도 먹고, 나중에 느이 색시도 먹고, 느이 애들도 먹고 그러자.”

마지막 한 모금은 개울에 뿌린다. 할머니는 개울이 강을 만나 바다로 가는 동안 물고기, 풀이 물을 마시고, 그러면 세상이 깨끗해질 거라고 말한다.

준우가 욕심을 부렸던 사실을 고백하며 울먹이자 할머니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다른 생각 않구, 오늘 하루를 잘 살면 되는 거여. 내일이 돼바라? 또 오늘이여. 그렇게 오늘이 모여 평생이 되는겨. 그러니 지난 일 붙들고 끙끙 앓지 말고 그건 그냥 가슴 속에 묻어 놓고, 앞을 보고 살아야 되는겨. 딴 생각하느라 지금 헐 일을 안 하면 나중에 또 그러는 겨.”

오랜 삶에서 터득한 할머니의 지혜가 어린 준우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샘물 세모금>은 이처럼 인간의 욕심, 이별과 만남, 삶과 죽음 등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동화다.

저자 최진영은 서양식 판타지에 익숙한 어린이들에게 한국적 판타지를 읽히고 싶은 마음에 <샘물 세모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하고 있는 그는 “아이들한테서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 작가의 동화는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내면을 정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북데일리 김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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