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엄마가 12살이 되었어요
쉿! 엄마가 12살이 되었어요
  • 북데일리
  • 승인 2006.08.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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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출신 전업주부 작가 수 코벳의 뉴베리상 수상작 <엄마가 사라졌다>(생각과느낌. 2005).

이야기의 시작은 자신의 마흔 생일날, 돌아가신 어머니의 흔적으로 가득한 처녀 시절의 집이 공간적 배경이 된다. 신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처녀 시절의 집에 잠시 머물려고 했던, 주인공 소년의 엄마이자 신문기자인 버나뎃이 그 옛날 자신의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신비한 음료수를 먹고 12살 소녀로 돌아간 시점에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녀는 인근에 있는 자신의 집에도 식구들에게 조차도 자신에게 찾아온 기이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찾아갈 수 조차 없다. 신문사에서는 그녀가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보도하고, 그녀의 세 아들들과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없는 집에서 그녀의 부재를 느끼며 하루 하루를 버텨낸다.

나이도 성격도 다른 3형제의 좌충우돌은 12살이지만 의젓하고 책임감이 강한 패트릭이란 소년의 시각에서 일기 형식을 빌어 다루어진다. 장남인 패트릭은 데타 다우니란 이상한 이름을 가진 소녀와 함께 컴푸터 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나, 패트릭의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데타 다우니가 사실은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은 감쪽같이 모른 채로.

패트릭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엄마가 살아있을 것이라 믿고 체념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학교 생활에서도 전과 다름없이 열심히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엄마의 부재로 엉망이 되어가는 집안의 잡일도 도맡아 해결하려 애를 쓰지만, 힘겹기만 하다. 패트릭과는 달리 게으르고 TV에만 빠져 사는 동생 케빈과 이제 겨우 단어를 배우기 시작한 어리기만 한 닐도 돌봐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12살로 바뀐 모습으로 나란히 공부를 할 수 있다면...."이라는 엄마들의 바램을 실현시켜준다. 또한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한 여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다시 당시의 어머니와 재회하고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감사를 전하는 화해의 장면도 담고 있다.

아일랜드의 주술적 믿음과 민간 요법을 신봉하는 버나뎃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전체를 아우르는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현재가 주가 되어지고, 12살 소녀로 돌아온 버나뎃의 일기와 엄마를 잃은 그녀의 아들 12살 소년 패트릭의 일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직조된다.

요정의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만성절 전까지 세가지 것이 필요하다. 이 세가지는 만성절에 세걔의 케잌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재료인데, 물냉이 줄기 세 개, 구스베리 열매 열 알과 덤불에 난 가시 열개, 그리고 아일랜드 식으로 4월 30일에 지핀 불에서 나온 불씨가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 재료는 패트릭이 구해야만 한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비밀에 부친 채로....

패트릭의 보낸 인터넷 메일들을 열어 본 엄마는 답장을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담장 안에서는 요정의 주술에 의해 시간은 그녀가 12살이던 그 해로 돌아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패트릭을 어떤 식으로도 놀래켜서도 안된다. 그렇지만 어떤 식이로든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패트릭으로 하여금 이 세가지 재료를 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력 끝에 패트릭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엄마 버나뎃은 패트릭에게 특명을 내린다. 과연 패트릭이 자신의 답글로 보내진 황당한 글을 읽고 그것이 엄마의 글이라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혈육간의 믿음은 끈끈하고, 엄마를 찾고자 한 패트릭의 몸부림은 그 어떤 고난이라도 기꺼이 감래할 자세이다.

이야기는 성배를 찾아나선 중세의 기사를 떠올리게 하면서 흥미진진해진다. 혹시라도 어렵사리 구해온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면서, 무사히 그 불씨로 케잌을 익힐 불을 피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날 12살 소녀로 돌아가서 딸 아이의, 혹은 아들의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어느 엄마라도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또한 "내가 만일 집을 며칠간 비운다면 우리 집 식구들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면서 돌아온 순간 지저분하고 꼬질꼬질한 식구들을 쳐다보기 아찔한 마음에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집을 비울 수 없는 엄마들의 실현할 수 없는 욕망을 대리 만족시켜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른들의 시점에서도 재미나게 읽힐 수 있는 대단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은 패트릭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버나뎃이 자신의 실종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1년이 경과되었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소설 속에서 패트릭과 버나뎃이 주고 받았던 이메일 형식을 빌어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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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사람 : pmcbride@saltzmanms.edu

보내는 사람: bmcbide@newsday.com

제목: 우리 아들 패트릭, 생일 축하 고마워.

보낸 날짜: 2006년 8월 16일

사랑하는 내 아들 패트릭, 이제는 엄마보다 더 큰 어른이 되었구나. 작년 이맘때 네가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세 가지 재료를 구해주지 못했다면 이 엄마는 패트릭 뿐만 아니라 캐빈과 닐, 그리고 아빠도 다시 만나지 못했겠지. 고맙다.

내 아들 패트릭이 이 엄마를 다시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준 은인이다. 할머니가 모으신 깡통 속의 돈은 할머니의 뜻에 따라 너에게 좋은 선물이 된 듯 하구나. 비록 차고를 개조해서 만든 음악 감상실이지만, 나 역시 네가 학교에 간 사이 가끔 그곳에서 큰 소리로 컨트리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부를 수 잇으니 말이다.

네가 언젠가 내게 말했지.... 엄마는 구닥다리 노래만 부르는 음치라구. 하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니? 하긴 이제는 두 번 다시 식구들을 놀래키지 않으려고 한다. 네가 날 찾아 내쉬빌까지 갈 생각을 했다는 말을 듣고 보니, 너희가 커서 나와 아빠의 품을 떠난 후라고 해도, 엄마는 할머니 집이 있는 이 마을을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런데, 캐빈은 여전히 TV를 틀어놓고 엉터리같은 드라마의 대사까지 몽땅 외우고 있으니 뭐라고 타일러야 할지 모르겠다. 네가 설득하는 것이 이 엄마를 도와주는 길일 것 같은데, 어떠니? 너희가 빅 죤이란 사람의 어머니 집에서 불씨를 가지로 갔던 모험을 이야기했을 때 케빈의 활약상을 이야기 했쟎니.

하긴 엄마도 가끔은 캐빈에게는 학교 보다는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주고 듣고 배우는 능력이 있기도 하단 생각에 동의를 한다. 하지만, 다시 12살로 돌아갈 수 없는 내 입장에서는 곧 열 두살이 될 캐빈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구나.

막내 닐을 보면 예전에 똘똘했던 네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아부렐라` 정도는 술술 읽고, 내게 와서 그 줄거리까지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8살 때의 네 모습과 어쩜 그렇게도 같은지....그런데, 이제는 단 시리얼을 그만 먹어야할턴데, 그 애는 여전히 식성이 까다롭긴 하다.

패트릭, 엄마는 사실 네 여자친구가 빅토리아가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단다. 그런 건방지고 자기만 아는 여자애가 우리 패트릭의 여자 친구라고 생각하니 덜덜덜 이까지 떨리지 뭐니. 그래 너도 엄마랑 여자 보는 눈이 같더구나.

내게 늘 친절을 베풀고 언제나 합리적이고 성실했던 도나가 우리 집에 찾아왔을 때 나는 사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버리는 줄 알았단다. 그 애가 혹시 다시 어른으로 돌아온 내 모습 속에서 데타 다우니를 발견하면 어쩌나 싶어서지...

하지만, 나는 도나를 보면서 언제 기회가 되면 그 애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이제 네 여자 친구로서 집에서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어 옛날 친구를 되찾은 느낌이 들기도 해. 그렇지만 절대 비밀이다. 내가 데타 다우니였다는 말은 해서는 안돼. 만약 그랬다가는 널 희얀한 이야기꾼으로 몰아부칠테니까.

너의 아빠도 이제는 나한테 참 잘하는구나. 작년 내 생일은 까맣게 잊어버리더니, 어제는 나에게 마흔 한 송이의 장미꽃을 부쳤더구나. 우리 신문사 동료들이 나를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어깨가 으쓱해지던걸.... 그래, 엄마는 아빠를 벌써 용서했단다. 그 이유는 말이다.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하는 또 다른 비밀이야.

엄마 뱃속에는 아가가 있단다. 아들만 셋이니까 이번에는 여자 아이가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그치? 엄마는 그 아이한테 할머니의 이름을 붙여주기로 아빠와 이야기를 했단다. 엄마는 믿어. 할머니가 요정들의 주술로 나를 젊어지게 할 수 있었듯이, 이번에는 아빠와 나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실 수도 있을 것으로 말야. 너도 할머니의 마법을 여전히 믿고 있는거지?

사랑한다. 패트릭...

엄마, 버나뎃이

[북데일리 김영욱 시민기자] sylplus@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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