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최승우 기자] 한때 미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현대·기아차 절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배포한 이후부터다.
8일(현지시간) 미국 고속도로 손실 데이터 연구소(Highway Loss Data Institute·HLDI)가 차량 손해 보험 청구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은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도난 빈도는 그렇지 않은 동일 모델·연식 차량과 비교해 64% 감소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2년 8월께부터 승용차를 훔치는 범죄가 놀이처럼 유행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차량 중 푸시 버튼 시동 장치와 내부에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기본 트림’ 제품이 주로 범행 대상이 됐다. 피해가 급증하자 전국 18개주 검찰이 연방 당국에 서한을 보내 해당 차량에 대한 공식 리콜을 촉구하고, 결함이 있는 차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초부터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을 대상으로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해 왔다.
HLDI의 수석 부사장 매트 무어는 “두 회사의 해결책은 매우 효과적”이라며 “전자식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현대차나 기아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딜러에게 전화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대해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도난 방지 장치다.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7월 중순 기준으로 해당 차량의 약 60%가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HLDI는 이들 두 회사의 차량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다른 제조사의 차량보다 도난 빈도가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이모빌라이저를 작동시키려면 운전자가 리모컨 키를 이용해 차를 잠가야 하는데, 여전히 습관적으로 차 문손잡이에 있는 스위치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HLDI는 설명했다.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현대차·기아 차량의 기물 파손 빈도도 업그레이드를 받지 않은 차량에 비해 61% 증가했다. HLDI는 절도범들이 통상 차량의 창문을 깨고 들어가 절도를 시도하는데, 절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것이 피해자들의 기물 파손 청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무어 부사장은 “도둑들이 이제는 현대차와 기아의 차를 훔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유행이 식으면서, 이들 차량의 도난 보험금 청구율은 점차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