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최승우 기자]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풀어 총 8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택지 후보지를 오는 11월부터 공개한다.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는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와 수도권 택지 주택 규모는 2만가구 이상 확대한다. 또한 내년까지 민간 건설사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착공하면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만6000가구(22조원 규모)까지 사주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1·10 대책’을 통해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 신규 택지 2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공급 물량을 4배 늘리고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서울 및 서울 인접 부지가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2029년까지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우량한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그린벨트가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전면 해제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서울 그린벨트는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5㎢(경기도까지 포함시 34㎢)를 해제한 이후 대규모로 풀린 사례가 없다.
정부는 먼저 오는 11월 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발표한다. 서울지역이 포함되며 규모는 1만 가구 이상이다. 내년에는 3만 가구 규모를 발표한다.
관건은 서울 어느 지역의 그린벨트가 풀릴 것인가다. 서울 그린벨트는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하는 149.09㎢다. 다만 강북권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기에 택지 개발 용도로는 부적합하다. 결국 선택지는 강남권 그린벨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앞두고 긴급히 중앙도시계획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를 각각 열었다. 서울 그린벨트 전체와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해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지정일은 올해 11월 신규 택지 발표 전까지이며, 이달 13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 3월까지 서울 그린벨트와 인접지역 토지 거래에 대한 정밀 기획조사도 실시한다. 정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하는 주택 유형과 방식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서는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오 시장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지에 지어질 공공주택 대부분은 서울시가 새롭게 내놓은 ‘신혼 20년 전세자가주택’인 장기전세주택Ⅱ를 대폭 확대해 공급하려 한다”고 밝혔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가 거주하다 아이를 낳으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다. 2자녀 이상 출산 시에는 20년 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
다만 신규 택지는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린다.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야 한다. 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집값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온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주택 구입 계획이 없는 분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방지하는 차원”이라며 “주택 공급 여력과 기반을 다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규 택지 주택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기에 이명박 정부 당시의 논란 역시 재현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집값을 안정시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분양가보다 값이 5∼6배 뛰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 논란의 단초가 됐다.
진 차관은 “과거 보금자리주택 분양 때의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충분한 물량 공급으로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를 겪고 있는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LH 등 공공이 수도권을 위주로 신축 빌라·오피스텔 매입을 확대한다. 신축매입 임대주택 공급 목표를 올해와 내년 2년간 9만가구에서 11만가구로 늘렸다. 정부는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비아파트를 무제한으로 매입, 전월세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축매입 주택 11만가구 중 5만가구 이상은 새로 도입하는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주택’으로 공급한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면적 60∼85㎡ 규모 아파트 등을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한 뒤 최소 6년이 지나면 임차인에게 우선 매각한다.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및 개정도 추진한다. 사업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수립하는 단계별 계획을 통합 처리해 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인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을 위축시킨다고 판단해 폐지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