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머리 까만얼굴 소년, 분홍돌고래 목격담
노랑머리 까만얼굴 소년, 분홍돌고래 목격담
  • 북데일리
  • 승인 2006.07.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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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고와 분홍돌고래>(2006. 우리교육)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일단 이국적인 그림이 눈에 띈다. ‘김한민’이라는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진 한국 그림책이라고 짐작하기 쉽지 않다. 갸우뚱거리던 고개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스리랑카, 덴마크, 페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지은이의 약력에서 끄덕여진다. 이국적 취향의 그림솜씨도 녹록치않다.

책 속에 그려진 늪의 풍경은 그가 형과 함께 탐험했다는 페루 아마존을 떠올리게 한다. 녹색과 갈색 계열의 오일 파스텔은 늪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내면서도 그림책에 걸맞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노란 머리에 까만 얼굴, 주인공 ‘웅고’는 혼혈아이다. 친구는 강아지 같은 외모의 ‘하마’와 꾀가 많고 능청스러운 ‘악어’. 모두 그림책에서는 쉽게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분홍돌고래를 보기 위해 늪을 찾은 웅고는 친구들이 기다림에 지쳐 돌아간 후에도 혼자 남아 돌고래를 기다린다. 조용한 늪에서 전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가 나고 미처 보지 못했던 갖가지 동물들이 눈에 띈다. 자연과 하나 된 웅고는 이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

웅고가 걱정되어 악어와 하마가 돌아오고. 함께 집에 가는 길, 분홍돌고래를 진짜로 보았냐는 악어의 질문에 웅고는 “본 거나 다름없어”라고 답한다.

아동도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는 불교적 깨침을 접하는 경험은 독특함의 절정이다.

“물 마시는 카피바라, 잎사귀 나르는 개미, 물고기를 기다리는 물총새, 숨바꼭질하는 개미핥기, 서커스 하는 긴팔원숭이, 눈이 빨간 방울개구리...”

늪에 혼자 남겨진 웅고가 새로운 동물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페이지에서 문장과 그림을 매치시키는 재미는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별미.

이국적인 그림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심오한 불교의 가르침이 한데 어우러진 <웅고와 분홍돌고래>는 차별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포용하는 아이의 시선을 그대로 닮아 있다.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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