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장애인` 개그맨 박대운이 아름다운 이유
`불량 장애인` 개그맨 박대운이 아름다운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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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살아온 삶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은 없다. 때때로 내밀한 인간탐험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1일 KBS 2TV ‘폭소클럽’ ‘바퀴달린 사나이’에 휠체어를 탄 세 명의 멋진 사나이가 출연했다. 이 코너의 터줏대감인 개그맨 박대운의 출연제의를 받고 클론의 강원래와 구준엽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것.

알고 보니 이들은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박대운은 강원래의 재활훈련을 위해 4년 전에 만나 그에게 휠체어 타는 비법을 전수한 재활교사였다. 단순히 휠체어 타는 법을 가르쳐 준 데에 그치지 않고 ‘선배 장애인’으로써 힘들었던 삶의 속내까지 보여주는 막역한 사이였다. 또 박대운은 “두건을 쓰면 자신도 구준엽과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구준엽 옆에서 두건을 써 보이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는 ‘바퀴달린 사나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있는 박대운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박대운이 강원래에게 “휠체어를 타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강원래가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백화점에 가면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기구를 본 것처럼 달려온다”고 말해 일순간 장내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박대운은 “어릴 적에 휠체어를 타고 싶어 친구들이 줄을 섰다”며 “100원 씩 받고 태워주곤 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1년 전부터 휠체어 댄스를 준비하면서 남 못지않게 휠체어를 타는 구준엽에게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구준엽이 “계단이나 턱을 만나면 장벽이나 벽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며 장애인의 고통을 ‘발가락의 때’정도 알게 됐다고 털어 놓자, 박대운은 “친구의 진정한 아픔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로 이날 방청객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코너를 갈무리했다.

‘장애인의 이야기를 무겁게만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는 개그맨 박대운은 지난 5월부터 폭소클럽을 통해 자신의 휠체어를 타면서 일어난 경험담을 전달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왔다.

폭소클럽에 나오는 개그맨 박대운이 아니라 투박하고 단단한 질그릇처럼 보이는 ‘인간 박대운’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붙여준 ‘불량 장애인’이라는 별명을 제일 좋아한다. 그의 당당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친구들이 장애인은 장애인인데 전혀 불쌍하지 않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생기지 않는 놈이라고 해서 지어준 별명이다. 이 별명에는 나를 불쌍한 장애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기들과 동등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친구들의 마음이 배어 있다.”

에세이집 ‘내게 없는 것이 길이 된다’(2001. 북하우스)에서 밝힌 박대운의 삶의 기록들은 심지 굳은 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는 1988년 방콕 아시안 게임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고, 이어 유럽 5개국 2002km 휠체어 자전거 횡단을 시도했고, 1999년 한일 국토 종단 4000km 휠체어 대장정을 기획했다. 비장애인이 가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기 위한 고단한 여정이었다.

그는 당시 ‘유럽횡단’을 시도하게 된 연유에 대해 “휠체어로 2002km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다. 하지만 나는 2002km를 휠체어로 횡단하겠다고 마음먹고 기획한 사람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어쩌면 그가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며, ‘개그’라는 장르를 통해 아직은 낯선 한 장애인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여섯 살 때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박대운은 지난 6월 연세대 동문 최윤미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가 곧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당당한 ‘아빠’로 불려 질 수 있다면 장애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온 녹록치 않은 삶의 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 폭소클럽 무대에 서는 `불량 장애인` 개그맨 박대운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다. [북데일리 백민호 기자]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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