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몸부림 담긴 `살가도의 사진 미학`
생존의 몸부림 담긴 `살가도의 사진 미학`
  • 북데일리
  • 승인 2005.08.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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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을 보고 단순히 측은함만 느낀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추앙받는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ao Salgado). 그는 세계의 전쟁터, 기아와 노동의 현장을 찾아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생존의 숭고한 몸짓’으로 담아냈다.

1944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살가도는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했다. 29세 때부터 포토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은 그는 전쟁참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프카니스탄의 폐허도시, 탄자니아 베나코의 르완다 난민 캠프,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아프리카 대 초원을 찾아다니며 지구 위에서 가장 지독한 재난을 헤쳐 나가는 인내심 강한 사람들의 의지를 아름다운 기록사진으로 남겼다.

살가도의 사진은 보도사진의 전형인 ‘저널리즘 제국의 관행’을 벗어나 있다. ‘타인의 고통’(2004. 이후)을 쓴 수전 손택(Susan Sontag. 1933~2004)은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과 무고함을 증명해 주는, 뻔뻔한 혹은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고 다큐멘터리 사진의 관행인 타자적이고 우월적인 시선을 비판했다.

인물의 지나친 신격화를 배제한 살가도의 사진은 제 3세계 원주민의 삶을 단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일방적 시선과 동정에 그치지 않는다. 살가도는 기록사진의 객관적 표현을 중시했고 그의 사진 속 피사체는 ‘살아 꿈틀거린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살가도의 사진 작품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1세대 사진작가인 최민식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최민식은 자신의 사진에세이 ‘사진이란 무엇인가’(2005. 현문서가)에서 “(살가도는) 노동자의 삶을 촬영하면서 그들의 생존현장에서 함께했다."며 "그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지나친 신화화를 배격한 채 오직 친근함을 갖고 그들에게 접근했으며 진실한 삶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민식은 “리얼리즘 사진은 ‘사진을 위한 사진’이 아닌 ‘삶을 위한 사진’이다. 리얼리즘 사진은 삶의 진실을 가장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진 미학의 정수”라고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정한 맛을 논하면서, 살가도의 ‘노동자들’에는 “인간에 대한 헌사요, 노동에 대한 경의의 작업”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살가도가 브라질 세라 페라다 금광 노동자들이 흙더미를 어깨에 메고 온몸을 이용해 사다리를 올라가는 모습을 찍은 작품으로, 격렬한 현장의 소리가 매우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겨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민식은 이 사진을 두고 ‘지옥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질 당시를 현대에 재현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9월 3일까지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살가도 ESSAY 한국전’은 살가도가 1977년부터 2001년까지 촬영한 사진 중에서, 그의 오리지널 사진 173점이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 이민자, 난민자’, ‘망명자’, ‘의료, 기아’ 등 총 4개 섹션으로 구분되어 전시된다.

이번 살가도의 한국전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정수를 보여줄 뿐 아니라 전쟁과 난민,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제 3세계인들의 삶의 현장을 어떻게 봐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 = 살가도 ESSAY 한국전 작품 사진, ㈜리베떼. 사진이란 무엇인가, 현문서가. 타인의 고통, 이후 제공)[TV리포트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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