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MORPG는 치트키' 공식 깨졌다…출렁이는 韓 게임산업
[기자수첩] 'MMORPG는 치트키' 공식 깨졌다…출렁이는 韓 게임산업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3.08.2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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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출시된 MMO, 장기 흥행 실패
국내 시장 한계 체감한 업계, 해외로 눈 돌려
콘솔·PC 플랫폼 대세인 북미 공략 ‘고육책’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올해 상반기 쏟아져 나왔던 모바일 MMORPG의 인기가 시들하다. '나이트 크로우',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히트2' 등 상반기 출시됐던 모바일 MMO 가운데 매출 상위권을 지킨 게임은 '나이트 크로우'뿐이다.

모바일 MMORPG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치트키'로 불릴 정도로 흥행이 보장된 장르기도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의 비중은 57.9%를 차지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data.ai는 2020년과 2021년 2년간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게임 장르로 MMORPG(RPG)를 꼽았다. 다른 장르에 비해 월등한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모바일 플랫폼과 MMORPG라는 장르가 치트키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28일 모바일인덱스의 월간 통합 매출 순위를 보면 지난달 기준 올해 상반기 출시됐던 MMORPG 가운데 5위권 내에 생존한 게임은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가 유일하다.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6위,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와 '히트2'는 각각 19위, 20위에 머물렀다. 기존 상위권을 지키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W'는 각각 1위, 4위를 기록해 그나마 MMORPG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처럼 모바일 MMORPG가 후퇴하는 데는 글로벌 게임산업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높은 이익을 거뒀다. 접근이 쉽고 진입 장벽이 낮은 모바일 게임으로 이용자들이 몰린 덕이다. 콘솔의 보급률이 낮은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이 도래하면서 게임 회사들은 필연적인 매출 하향을 겪었다. 집에 머물면서 간편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시간보다 외출하는 시간이 커진 탓이다. 상반기 기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각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26%, 6.7% 줄었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이 각각 13.8%, 69.29% 감소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중국으로의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 남은 시장은 콘솔 게임이 장악하고 있는 북미·유럽 시장뿐이다.

이는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가 콘솔과 PC 등 멀티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22일(현지시각) 개막한 '게임스컴 2023'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관찰됐다. 전야제 행사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NL)에서는 24개의 게임이 소개됐는데 모바일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은 '마블 스냅'과 '젠레스 존 제로' 단 두 작품에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 유비소프트, 닌텐도, 세가, 반다이 남코 등 글로벌 게임 업체들은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을 내세운 콘솔 게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게임 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려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예고한 신작이 콘솔 플랫폼과 장르 다각화에 집중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게임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매출 다각화와 함께 글로벌로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먼저 넥슨은 3인칭 슈팅 게임과 RPG 요소가 결합된 루트 슈터 장르를 선택했다. '퍼스트 디센던트'를 글로벌 트리플 A급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넷마블은 3인칭 슈팅(TPS)과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를 결합한 '파라곤:디 오버프라임'의 얼리 액세스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막바지 CBT를 앞두고 있다. 두 게임 모두 PC와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콘솔을 지원한다. 특히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에 플레이스테이션5 전용 기능을 공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차기 신작인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TL)'를 PC와 콘솔을 중점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스컴 어워드 2022'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3관왕을 달성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도 모바일이 아닌 PC와 콘솔을 지원하는 게임이다. 다음 달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세계 시장으로의 확장에 따른 필연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의 주류가 콘솔 게임인데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 콘솔 수요와 함께 북미·유럽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PC·콘솔 게임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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