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70% 이상이 "주60시간 이상 일시킬 것"…상사 눈치에 휴가 못쓰기도
중기 70% 이상이 "주60시간 이상 일시킬 것"…상사 눈치에 휴가 못쓰기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3.03.24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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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56%가 "바뀐 연장근로 도입"
705만개 기업 중 중소기업이 '704만'인데
중기 76%, 근로시간 60시간 이상으로 확대할 것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소극적…24%는 "고려 안 해"
자료=
자료=대한상공회의소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정부가 근로 시간 개편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10개 중소기업 중 7개 이상 기업이 주 60시간 이상으로 근로 시간을 책정하겠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응답인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포함한 전체 응답 기업 가운데 현재 연차를 제대로 소진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제도 개편으로 휴식권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304개 기업 대상…64시간 이상 고강도 근로 응답도

2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현재 연장 근로를 시행 중인 3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근로 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56%가 바뀐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10개 기업 가운데 7개 기업(72.2%)은 납품량 증가, 설비 고장, 성수기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이를 일시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평상시에도 연장 근로를 활용하겠다는 기업도 27.8%를 차지했다.

문제는 연장 근로를 도입하겠다는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연장 근로가 개편되면 주 60시간 이상 근로를 시행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의 90.7%가 제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76.7%를 차지했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60시간 이상 강도 높은 근로 시간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근로 시간을 60시간~64시간 미만으로 운영하겠다는 기업도 16.0%를 나타냈다. 64시간~68시간 미만(5.9%), 68시간 이상(3.6%)을 예상한 기업도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중소기업 수는 704만7073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을 포함한 전체 기업 수(705만6079)의 절대다수가 중소기업인 셈이다. 대기업 수는 9006개, 중견기업은 5228개에 불과하다.

■ 지금도 휴가 제대로 못쓰는데…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먼 산’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11시간 연속 휴식제와 주 64시간 근로 상한제 등을 두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선택 가능한 다양한 건강권 보호 제도 마련(32.5%)과 노사 자율 건강권 보호 방안 선택(30.8%)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 개편안처럼 법적 의무로 도입을 강제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9.5%를 나타냈다.

연차 소진과 관련해서도 휴가로 전부 소진하고 있다는 기업(45.4%)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체의 54.6%는 금전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업무량이 많아 휴가 사용이 어렵다고 답한 기업이 32.7%에 달했다. 연장 근로 개편으로 최대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해질 경우 근무 강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크런치 모드 등 일정 기간 많은 양의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IT·게임 업계의 노동 강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사 눈치 등 경직적 기업 문화로 인해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기업(5.5%)도 있었다.

기업들은 초과 근로 보상을 임금이 아닌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 시간 저축 계좌제에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적극 활용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0%도 안 됐다. 다소 소극적(28.1%)이거나 전혀 활용하지 않을 것(24.2%)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대다수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첫발을 내디딘 근로 시간 개편이 입법 논의도 하기 전에 장시간 근로 논란으로 기업 혁신과 근로자 휴식 보장이라는 개편 취지가 훼손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근로자의 건강 보호와 근로 시간 효율적 운용이라는 취지가 균형감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건강권 보호 조치의 예외 사유를 확대하는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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