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손실 흡수능력 강화·성과급 수술 추진
금융당국, 은행 손실 흡수능력 강화·성과급 수술 추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3.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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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회의
SVB 사태, 배당확대 움직임, 연체율 상승 등 상황
자기자본 추가확충 및 성과급 공시 투명화 등 추진
금융안정·소비자보호 전제 특화은행 등 논의 지속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파산에 이어 유럽 대형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은행권의 자본·충당금 관련 건전성 제도를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 '돈 잔치' 논란과 관련해선 혁신적 노력 외에도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라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어,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알리고 주주와 국민 정서에 부합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견해다. 

■ 경기대응·스트레스 완충자본 검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 방향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먼저, 자본적정성 제도 정비 일환으로 올해 2~3분기 중 현재 0% 수준인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에 추가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된다. 

CCyB는 지난 2016년 바젤Ⅲ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도입된 CCyB는 신용팽창기에 0~2.5%의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억제하고, 신용경색 발생 시 적립자본을 해소해 신용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다.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대비해 상시적으로 자본 완충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경기중립적 CCyB를 상시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미국·EU 등 해외사례를 고려해 스트레스테스트(ST) 결과에 따라 추가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도 은행업 감독규정 등을 개정해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도 위기상황을 가정해 은행의 적정자본 유지 여부 등 손실 흡수능력을 점검하지만, 테스트 결과가 미흡한 개별은행에 직접적인 감독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충당금의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은행의 예상되는 손실에 비해 대손충당금·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추가 적립을 요구) 도입,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 구축(회계기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한 은행의 예상손실 전망모형을 매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등을 기존에 발표한 개선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금융위)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26%다. 규제비율(7.0%~8.0%)을 웃돌지만 지난해 채권평가손실 등 영향으로 전년말(12.99%) 대비 하락했다. 같은 기간 EU(유럽연합) 14.74%, 영국 15.65%, 미국 12.37% 등 주요국 대비 자본적정성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배당확대 움직임으로 인해 앞으로의 자본비율 하락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자산건전성도 코로나 기간 낮아졌던 연체율이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라 가계부문 중심으로 점차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며, 코로나19 지원조치에 따른 지표 착시가능성 고려시 실제 연체율을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은행권의 손실 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 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성과급, 지급 다변화·공시도 투명하게 

이날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성과급 상자도 열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성과급 합계는 전년 대비 9.9% 증가한 1조9595억원, 퇴직금과 복리후생비는 각각 11.1%, 7.8% 늘어난 1조5152억원과 1조801억원, 이자이익은 21.8% 증가한 36조9388억원, 비이자이익은 23.9% 감소한 3조5626억원, 당기순이익은 17.7% 늘어난 12조6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은행장 등 임원의 성과급은 단기는 기본급의 100% 이내, 장기는 기본급의 200% 이내에서 결정된다. 단기성과급은 정량·정성지표 평가를 병행하고(장기는 정량평가만 진행) 정량지표 비중은 55~80%를 차지하는데, 정량지표는 수익성(32~45%)에 가장 높은 배점을 매긴다. 장기성과급은 수익성 배점이 60~95%로 더 높다. 외국계 은행의 수익성 지표 평가 배점은 30% 미만으로 차이가 크다. 

전일 회의에선 은행 성과급 지급은 임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해야 하고, 경기의 진폭(Boom Bust)을 완화할 수 있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단기적 성과 뿐 아니라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하고 지급방법도 이연지급하는 한편, 지급수단도 현금 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외에도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해, 은행 경영진 등 임원의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주주들이 투표를 통해 경영진의 보수를 결정하는 'Say-On-Pay(세이온페이)'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적으로 공개·공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국 SVB 사태로 스몰라이선스, 특화전문은행 등에 대한 논의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TF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은행권 내 실질적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당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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