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노조, "우리금융은 임종룡 필요 없다"
우리금융노조, "우리금융은 임종룡 필요 없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1.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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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도덕성 겸비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 책무인데…
"사모펀드 규제완화, 감독 무력화 한 장본인" 주장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우리금융노조 긴급 기자회견. (사진=화이트페이퍼)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우리금융노조 긴급 기자회견.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합성어) 올드보이'에 속하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3)이 우리금융 차기 회장직 출마 도전을 선언하고 유력 주자로 거론되면서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 "임 전 위원장, 도덕성 의심받아 마땅"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와 우리금융 노조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 포함에 따른 노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은 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가 아니다"며 "내부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에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앞서 우리금융 이사회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임 전 위원장을 포함한 8인을 선정했고, 이 중 2~3명을 추려 2차 후보군(숏리스트)를 오는 27일 확정할 예정이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롱리스트 선정 직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최근 후보 수락 의사를 표명했다. 금융계는 그가 나이는 가장 많긴 하지만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로 거론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임종룡 전 위원장은 과거 CEO로서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에) 전 검찰총장, 금감원 부원장 출신을 사외이사에 앉혔던 사람"이라며 "주주를 대신해 CEO가 저지를 수 있는 대리인 문제를 감시하는 사외이사 자리에 권력에 줄을 선 자들을 앉혔던 자는 도덕성을 의심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임종룡 전 위원장은 1981년 행정고시 24회에 합격한 이후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장관급인 금융위원장 등을 지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게다가 수조원대의 피해를 낳은 국내 금융권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 전 위원장은 2015년 3월 5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다.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들은 인가에서 등록으로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19개에 불과했던 사모펀드 운용사는 5년 만에 233개로 폭증했다.

이날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임종룡 전 위원장에 대해 "그 누구도 사모펀드 시장을 규제하거나 감독할 수 없도록 무력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는 각 사의 사모펀드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하면서 임 전 위원장에게는 그 역할이 정당하다는 것이 공정이고 상식인가, 손태승 회장·조용병 회장이 안 된다면 대한민국 사모펀드 사태의 당사자이자 책임자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100배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 "내부갈등 전혀 없어, 내부출신이 잘 할 것"

박봉수 우리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차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된다면 영업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의 자율경영을 존중하기 위해 4~5년 이후에나 계획하고 있는 노조 추천 이사제도 이러한 사태가 지속된다면 법적 범위 이내로 허용되는 수준에서 당연히 추진하겠는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 임 전 위원장이 과거 우리은행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율경영만이 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했던 것과 달리, 지금 회장직에 도전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모든 창은 방패를 뚫을 수 있다' 식의 모순이라고 지목했다. 돌이켜보면 과거부터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노림수를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우리금융이 완전민영화 이후에도 작년에야 밝혀진 대규모 횡령 사건(2012~2020년), 이상 외화송금 사건을 비롯해 "내부 갈등을 봉합하러 온다"는 질문엔 "노조에서 뜯어진 게 없다는 데 무엇을 봉합한다는 거냐, 내부 갈등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중징계에서 부당권유 행위로 문책경고를 받은 점도 다른 판매사들을 합쳐 '우리은행만 중징계를 받았다'고도 토로했다.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우리금융노조 긴급 기자회견. (사진=화이트페이퍼)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우리금융노조 긴급 기자회견. (사진=화이트페이퍼)

그는 "횡령 사건은 유감스럽지만 개인의 일탈이고 외화송금은 은행권 전체가 해당한다"며 "만약 임원진들 간에 갈등, 내부 갈등이 있었으면 조합 입장에서는 성명서라도 내지 않았겠냐"고 했다. 또한 "부당권유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펀드를 알고 팔았다는 건데 잘 아시겠지만 은행원들이 그럴 배짱이 될 것 같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외부 출신 인사에 반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 인사가 오면 임원들을 다 쳐내고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을 데려오는 게 뻔하다"며 "1998년 공적자금 투입 이래로 수장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관치의 입김으로 몸살을 앓고, 내부 사정을 모르는 비 전문 수장으로 조직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터뜨렸던 경험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다 세대교체를 해나가는 상황인데다, 내부 출신 인사는 반평생 은행을 다녔던 사람들로 내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있고 현직에 있으면서 '감'이라는 게 있다"며 "앞서 BNK금융, 기업은행 등 (타 금융지주, 은행들이) 전부 내부 출신 인사를 선임한 이유도 이를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내달 초께 숏리스트 PT 면접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우리금융노조 긴급 기자회견. (사진=화이트페이퍼)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금융노조/우리금융노조 긴급 기자회견. (사진=화이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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