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부글부글'…은행 주담대 금리 최저 4.1%
특례보금자리론 '부글부글'…은행 주담대 금리 최저 4.1%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1.20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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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4.65~5.05%…30일 출시 전부터 위기설
20일 5대 은행 주담대 고정 4.186~6.30%
인터넷은행 주택·아파트 고정 4.19%~5.19%
시장개입 과했나…금융위·금감원 정책도 엇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이라는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연 4.65~5.05%) 경쟁력이 논란이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줄줄이 떨어지고(연 4.186~6.30%) 있어서다. 흥행 참패를 썼던 안심전환대출 흑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 "4후 5초 감당 안 돼, 나라가 서민 등에 빨대"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공사에 편성하는 예산이 1668억원 규모로 확정(증액)된 특례보금자리론(고정금리)은 오는 30일 출시될 예정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지난해 미소진된 안심전환대출 취급여력을 이관받아 목표 공급규모는 39조6000억원에 달한다. 대출받아 집 사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의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을 통합한 정책모기지로, 주택가격 9억 원 이하(실거래가·KB시세 동시 충족)를 대상으로 한다. 대출한도는 최대 5억원으로 기존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 7000만원 이하 등)와는 달리 본인·배우자 합산 소득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신 주택가격과 소득에 따라 대출금리가 다르게 적용된다. 

하지만 지난 11일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수준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실망과 불만이 들끓고 있다. 뻔히 보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 흐름에서 '빚 내서 집 사라'는 금융정책 수요에 대한 의문과 함께, 단순히 최근 은행들 주담대 금리만 봐도 특례보금자리론의 실효성을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4% 후반 5% 초반이면 일반 직장인은 못 견딘다", "나라가 서민 등에 빨대를 꼽는다", "최저인 4.65%로 5억 대출 하면 이자만 30년 4억3천만원, 20년 2억7천만원, 10년 1억3천만원이다", "미분양아파트 걸린 건설사들 때문에 서울에서 애 하나 낳고 살기도 어려운 극서민층에게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호구 대모집을 하고 있다", "그냥 카카오뱅크에서 받겠다"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11월 14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한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작년 11월 14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한 김주현(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특례보금자리론 기본금리는 일반형과 우대형 두 가지로 나뉜다. 주택가격 6억원 이하·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하인 차주를 대상으로 한 '우대형'은 4.65(10년)~4.95%(50년), 나머지 일반형은 4.75~5.05%가 적용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예상 평균 실행금리는 4.65% 정도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추정이다. 

장점도 있기는 하다. 가장 크게는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가 적용되나, 특례보금자리론은 DSR를 고려하지 않는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는 최대 70%(생애최초 주택구입자 80%), 총부채상환비율(DTI)는 최대 60%가 적용되는데 규제지역에선 10%p 차감하는 방식이다.

■ 은행 주담대 싸져 VS 특례도 인하될 수 있어

이날(20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5년 변동)는 연 4.186~6.30%로 집계됐다. 

실제 금융소비자들의 인식대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담보대출 금리 수준이 좀 더 낮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252~5.253%, 케이뱅크의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19~5.19%다. 특례보금자리론(4.65~5.05%) 대비 하단은 0.4%p가량 낮고, 상단도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따라 기준금리가 인상됐는데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인하를 지속하고 있다. 주담대 혼합형의 준거금리인 은행채(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10월 19일 5.2% 수준에서 전날 4.0%선까지 석 달 만에 1%p 이상 하락했다. 

특히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고객이 실제로 상단 금리로 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평균금리 수준 역시 작년 금리 고점 시기 대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중 취급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구간별 평균금리는 카카오뱅크(4.53%), 케이뱅크(4.56%), 시중은행 5.11~5.71%였다. 

(자료=은행연합회)
(자료=은행연합회)

5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6개월 변동형)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연초인 지난 2일 기준 상단은 8.11%에 달했지만, 이날 기준 사실상 연 4.60~7.02% 수준이었다.

이날부터 우리은행이 주담대 변동금리를 0.4%p 인하했고, 농협은행도 이날부터 0.8%p 상생 우대금리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오는 26일 예정된 주담대 변동금리 인하 계획(KB국민은행, 최대 1.05%p 인하)을 포함하면 앞으로 일주일 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역시 연 4%~6%대에 수렴할 전망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최저금리는 최대 0.9%p 우대금리 적용 시 3.75~4.05%로도 대출 실행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저소득 청년(-0.1%p)·신혼가구(-0.2%p), 미분양 주택(-0.2%p), 사회적 배려층(-0.4%p)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반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경쟁력은 현재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중도상환수수료를 1년간 한시 면제하고 있거나 기존에도 아예 받지 않는 곳이 있어 특장점으로 보긴 어렵다. 접수된 후 실행까지 30일 가량이 소요돼 은행권 대비 느린 편이다. 은행권 주담대는 주택가격 상한선도 두고 있지 않다.  

단, 금리의 경우 특례보금자리론도 기존 보금자리론처럼 매월 시장금리를 반영해 신청 시점보다 실제 실행 시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을 마련한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에는 국고채 5년물과 MBS의 금리차 등이 반영된다. 

주금공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게 정해진 바는 없지만 보금자리론과 같이 시장금리 변동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정책 엇박자에 추진 속도 뒷북 지적도    

앞서 안심전환대출은 흥행에 대실패했다. 작년 9월 출시 때부터 실효성 논란이 많았다는 평가다. 주택가격 기준을 시세와 동떨어진 4억원으로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다가 뒤늦게 소득·가격 요건을 완화했지만, 실질적인 금리 인하 효과도 크지 않아 인기가 저조했다. 결과적으로 공급목표(25조원)의 37.9%만 접수됐다. 

게다가 관치로 금리가 억제되는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도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시장금리가 되려 낮아짐에 따라 금융위에서 내놓는 정책금융상품이 금리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손해'나 '혼란'이 있더라도 이는 온전히 실수요자인 금융소비자들의 몫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당국 차원에선 금리상승기 가계·서민 차주들을 위한 정책 필요성이 대두되고 실제 정책을 추진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인데, 특례보금자리론이 지금 나온 금리로는 경쟁력이 좀 덜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는 시장금리가 계속 천정부지로 더 높아질 줄 알았는데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좀 많이 떨어져있고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니까, 결국 정책의 추진 속도가 시장 변화를 못 따라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각 은행 취합)
(자료=각 은행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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