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8%대 고금리…증권사 ELB로 찾는 활로
연 6~8%대 고금리…증권사 ELB로 찾는 활로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2.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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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2월 발행규모 증가세 이어져
'자금난' 중소형사, 조달처로 활용중
길 잃은 투자자도 관심↑…투자시엔 '주의'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증권사들이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연 6~8%대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를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금시장에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이후부터 ELB를 대안적 조달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ELB 발행량이 최근 두 달 반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앞서 9월 4757억원에서 10월 1조644억원, 11월 3조394억원으로 순증한 데 이어 이달 1~15일까지도 2조3280억원 규모를 찍었다. 지난 10월 이후 이날까지 발행액(6조5318억원)은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14조2490억원)의 약 45%에 해당한다. 

ELB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주식의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 사채를 말한다. 만기 때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는데, 최근 상품들은 조건 충족이나 미충족이나 2가지 경우의 수에서 수익률 차이가 0.01%p에 그치고 있다. 만기도 3개월, 6개월, 9개월, 1년 등 짧은 편이다. 

지난 15일 다올투자증권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오는 30일 발행하는 ELB에 1년 만기에 연 8.5%의 수익률을 매겼다고 공시했다. 같은 한 주 사이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BNK투자증권 등도 삼성전자·한국전력 보통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모집한 ELB에 6%대~7%대 초반까지 수익률을 제시했다.

(자료=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증권신고서 금감원 공시)

통상 ELB는 증권사 신용에 기반한 상품으로 대형사 발행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발행량 증가는 유동성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선 중소형 증권사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 10월 3일~12월 16일 기준 ELB를 가장 많이 발행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7402억원)이다. 하나증권(6947억원), 키움증권(6395억원), 대신증권(5759억원), 미래에셋증권(4542억원), 한화투자증권(4413억원), SK증권(3165억원), 교보증권(3006억원), 삼성증권(2972억원), 유진투자증권(2891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그간 회사채 외에도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로 단기자금을 어렵지 않게 확보했는데 지난 9월 말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회사채·단기시장 모두 냉각되며 상황이 급변한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퇴직연금 시장 경쟁을 고려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매긴 곳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ELB 발행은 본래는 수수료 수익 목적이 있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는 시장에서 돈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자금조달 의미가 가장 클 것"이라며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단기어음이나 전단채 유통이 잘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방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채권시장이 상위등급 위주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단기시장도 풀리기 시작했다. CP 91일물 금리는 지난 12일 5.53%로 전 거래일 대비 0.01%p 반락해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다만 증권사 CP는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증권사와 하위등급인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 차별적인 투자 선호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14일 유진투자증권(A2+)이 발행한 3개월물 CP 금리는 7.3%, 지난 13일 하이투자증권(A1)이 발행한 1년 만기 CP 금리도 7.3%에 달했다. 같은 시기 KB증권(A1)은 5.4%에 1년물 CP를 발행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이날 발행한 만기 3개월·6개월 ELB는 모두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수익률이 각각 6.8%, 6.5%였다. CP보다 ELB 발행으로 이득을 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B는 원금보장에 정해진 이자를 주는 형태지만 파생결합상품이니 설명이 제대로 되냐 안 되냐의 이슈가 있을 수 있다"며 "판매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이슈만 없으면 증권사도 자금융통 방법 중 하나고 고객도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ELB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지만 예금자보호대상은 아니다. 증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투자자가 중도상환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원금손실 우려가 없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5일 ELB 등 파생결합사채 투자시 유의사항을 안내한 바 있다. 실제 투자시엔 상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한 후 투자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내년도 증권업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우세하다. 최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내년도 증권사 신용 전망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금리상승과 부동산 경기 하강 등에 따라 PF 부실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내년 증권 업황도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중소형사들은 자산 구조조정을 비롯해 자금 조달에 총력을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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