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 전방 압박…관치 논란도
금융당국 금리 전방 압박…관치 논란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2.05 2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안정 위한 머니무브 방지 차원이나
시장선 금융회사 규제 불확실성 우려도
(사진=화이트페이퍼)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당국이 시장안정을 위해 금융회사의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 퇴직연금 상품 금리에 대해서도 과당경쟁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관치금융(정부가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 혼란이 이어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예금금리 이어 대출금리도 압박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에 이르기까지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주 단위로 살펴보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권에선 당국이 예금금리에 이어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시사한 것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34%로 전월 대비 0.19%p 상승했다. 이는 2012년 6월(5.38%)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고인 수준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3.25%였고, 당월 평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9%, 회사채 3년물은 3.87%, CD 91물은 3.54% 수준이었다. 지난달 각 3.00%, 4.24%, 5.44%, 3.69%로, 기준금리 수준은 유사하지만 그 외 시장금리는 모두 비교적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연일 은행 예금금리 인상과 과당 경쟁 자제를 당부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예외적인 상황이라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게 됐다"며 "개별 금융 주체의 독립적 의사결정이 전체로 봤을 때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측면을 설득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업권 간, 업권 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순께 14년 만에 연 5%선을 돌파한 은행 예금금리는 이미 당국 입김을 받고 상승분을 반납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3%에서 3.25%로 추가 인상했으나 5대 은행 예금금리는 이날 기준 4.7~5.0% 수준에 머물러있다. 일부 상품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분만큼 되려 금리가 내려갔다. 

금융당국이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능을 해 제2금융권엔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등에서다. 예금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는 1870조6000억원으로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실정이다. 다만 작년 가계부채는 133조4000억원 늘어났지만, 올해는 3분기까지 7조7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레고랜드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태 이후 단기시장이 경색되고 회사채 시장도 위축되는 등 시장불안이 정점을 향했다. 은행들 입장에선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자 예적금 금리 경쟁력을 높일 유인이 있었다. 지난 10월 23일 정부와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가동 대책을 발표했고 이후 5대 금융지주사들도 당국의 유동성 지원 역할 주문에 적극 협조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달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해 CP(기업어음) 매입 등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고 기업대출 확대와 취약차주 지원 확대 등도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후 은행들은 한 달 넘게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는 당국 권고에도 협조해왔다. 하지만 정기예금 조달에 대한 의존도는 올랐는데 수신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유치는 여의치 않고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규제비율은 준수해야 하는 고민에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전력의 한전채 구축효과로 금융당국은 은행 대출 전환을 권고했고 하나은행 6000억원, 우리은행 9000억원 등 한전에 대출을 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비상거금회의에서도 정부는 12월 공공기관채권의 발행물량 축소, 시기 분산, 은행 대출 전환 등을 지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일 이사회에서 은행채를 사모방식으로도 발행(은행간 은행채 인수)할 수 있도록 내규를 개정하는 등 준비 차원의 조치를 했다. 신한은행은 같은날부터 주택담보대출 고객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들이 기다려 온 은행 예금금리 추가 인상은 당분간 힘들 것이고, 은행간 은행채 인수 방안 등 땜질식 처방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당국에서 올리지 말라고 했기에 다시 바뀌지 않는 한 (인상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간 은행채 거래 허용은 유동성 규제 비율 준수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외부자금 조달 수요가 큰 현 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듯"이라고 했다.

정부의 시장안정대책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시장상황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한은은 이날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장안정대책에 힘입어 우량물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있으나 CP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신용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 정책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겠지만 연말 자금수급 여건 등을 비추어 볼 때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캡처)

■ 연말 퇴직연금 과당경쟁 자제령

3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연말 수십조원의 자금이동(머니무브) 등을 우려해 금리 인상 자제령이 내려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의 지난달 30일 '퇴직연금 의존도 높은 보험사에 대한 유동성 대응력 모니터링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운데 DB(확정급여형)형 퇴직연금의 대부분 만기(약 80%의)는 연말에 집중됐고 올해 말 퇴직연금 가입자에 적용될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금리 수준은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통상 DB형 퇴직연금사업자와 가입자(법인) 간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계약기간마다 금리를 재산정하는 방식인데 예금상품이나 저축성보험상품이 시중금리 상승분을 그때 그때 반영하는 것과는 다르다. 법인은 공시된 금리를 확인하고 나서 갈아탈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만큼 금융회사들은 물량 확보 경쟁을 위해 높은 금리를 써낼 유인이 있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장은 "보험사가 주로 취급하는 DB형 상품의 경우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금리는 대략 2%대(2021년 12월 갱신 및 가입 분)에 불과하고, 퇴직연금의 경우 1년 만에 금리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예년에 비해 상당히 큰 폭의 자금 이동이 이뤄질 것"이라며 "예상보다 큰 규모의 자금이 이동하더라도 사후적인 금리인상 등을 통한 대처가 어렵다는 점에서 유동성 관리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12월부터 적용될 각 사의 DB형/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는 평균 증권사 6.49%, 저축은행 5.95%, 생명보험 4.67%, 손해보험 5.42%, 은행 5.06%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11월 수준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하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지난 2일 연 8.25%의 이율을 제공하기로 했다가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번복했다. 이달 중 첫 퇴직연금을 내놓기로 한 다올투자증권도 연 8.5%의 높은 금리를 공시했지만 "테스트를 거쳐 출시할 예정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금융당국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하순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사업자와 46개 비사업자 등 총 90개 금융사에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운용·금리공시 관련 유의사항' 공문을 통보하며 12월 퇴직연금 금리결정시 운용수익 등을 고려해 금리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 등에 대해 "연말에 만기가 집중된 상황에서 욕심이 나는 금융기관들이 한쪽으로 (자금을) 당기게 되면 (시장에) 교란이 생기면서 모두가 나빠지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시장 특성상 쏠림이 생길 경우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전문가들도 현재 유동성 축소 진전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불안해 금리차가 급격히 커지는 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이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시장 사정이 불안한데 예대금리 확대를 통해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또한 금리 상승기에 독점력을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한신평)
(자료=한신평)

■ 시장에선 '규제 불확실성' 우려도

다만 금리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시장금리와 영업전략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다. 시장금리는 채권 등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영업전략은 회사마다 각각 상이할 수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면서 예대차를 축소하라고 했다가 (예금금리 인상 자제 권고했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고 큰 틀에선 일관적이지 않고 시장 자율을 해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도 금융불안 부작용 우려 등은 상존할 수 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융회사간 온라인 대환대출 이동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대환대출 이동시스템은 여러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확인한 후 '비대면-원스톱'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 5월부터 은행, 저축은행, 카드·캐피탈 등 1·2 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소비자는 온라인을 통해 더 저렴한 금리의 유리한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 또한 당국은 머니무브 등의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환대출과 플랫폼의 성격 자체가 머니무브와 승자독식인데 이를 결합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중개 수수료 등 수수료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연내 도입하기로 했던 '온라인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은 당분간 연기됐다고 알려졌다.    

사실 당국의 금리 개입 논란과 이에 따른 혼란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취임 첫달인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자금시장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에 돈맥경화와 같은 것은 없었지만 이때도 이 원장은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를 지적했고, 관치금융 우려가 제기되자 "시장의 자율적인 금리 지정 기능이나 메커니즘에 대해 간섭할 의사도 없고 간섭할 수도 없다"면서도 "은행은 이익과 공적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금융기관"이라며 "은행법에 은행의 공공적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시장에서 금융당국의 규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달 28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UBS, CLSA 등 국내 외국계 증권사에서 은행 등 금융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이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금융주의 저평가 요인으로 '규제 불확실성'을 지목하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규제의 불명확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지 않도록 일관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시장참여자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시장효율성 제고가 필요함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 금융회사의 거버넌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은 상태로, 해외 선진 자본시장과 같이 금융권의 자율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는 중대 금융사고에 한해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에 그 책임을 묻는다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심지어 소급 적용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 대해 개입하는 듯 한 논란도 한바탕 불거진 채 현재진행형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