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장의 '신관치' 시험대
[기자수첩] 금감원장의 '신관치' 시험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1.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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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일부 행보로 한창 '신관치' 논란이 일었다.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았고, 특정 금융회사의 제재 공개안에는 펀드 제안서나 펀드 투자구조 등 그림도 넣어 알렸다.

금감원장의 '선의'나 업무상 더 성의 있게 일한 것을 왜곡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정권 교체 첫해의 연말, 금융업계가 인사를 앞둔 가운데 보고 듣는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낄 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4일 이복현 원장은 8대 금융지주 회장 등 선임의 캐스팅보트를 쥔 각 이사회의 의장들과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8개의 질문을 받았고 이 중 7개 질문에 직답했다. 일례로 '(CEO의) 선임 관련 오늘 가이드라인이라든가 특별히 강조한 게 있는지'에는 이같이 답했다. 

"특별히 강조한 게 있다. 지주 회장은 물론이고 CEO의 임명이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를 할 수 있는 것들은 금융당국은 절대로 그런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입할 생각은 없으니 이사회가 통제해야 될 문제이고, 그런 관점에서 이사회 절차 자체의 투명성이라든가 선진성, 그리고 후보자 물색 과정에서의 어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들이 있을 필요가 있다는 말씀은 저희가 드렸고 그 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논의가 있었다."

'선진(화)'은 이 원장의 취임사부터 나오는 일관성 있는 단어다. 금감원장-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 간담회가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한다. 3년 반 만에 이 시기에 열려 여러 말이 나왔지만 금감원이 하는 일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정권 초기 금융사 인사철에 인사 가이드라인이라니 하는 '관치금융' 에 대한 비판은 강하게 일었다.

"관치금융 안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과 스탠스가 많이 바뀌었다는 게 느껴진다"

"검사출신이라 그런지 톤이 센데, 다만 (CEO 선임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건아니다지 않나?"

"사기업인 금융사의 임원, 더욱이 회장 선임을 감독원에서 왈가왈부 할 거면 정부기관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만 봐도 지주 회장, 은행장, 사외이사들까지 부하직원 부르듯 하고 있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 맞다" 등의 얘기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본뜻이 어찌됐든 입김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선 부담이다.

다만, 이 원장이 지난 15일 '곡해를 하신다든가 오해를 하신 것들은 대부분 다 나중에 보면 오해로 정리될 것', '선의를 갖고 드린 말씀 그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설명하면서 다소 진화된 듯 하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부터 최근까지 국민 대다수인 금융소비자, 약자의 편에 좀 더 서주려는 듯 한 그런 행보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취임사에는 피해 입고, 소외된 금융소비자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하겠다는 문장도 있다. 그는 기존과 새롭고 다르고, 낙하산 외압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도 강하다. 혹여 있더라도 정면으로 맞설 것이란 그 말 그대로 믿고 싶다. 하지만 '오비이락'을 피하는 현명한 처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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