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금융 CEO 교체 압박? 공정 경영승계 당부?
금감원장, 금융 CEO 교체 압박? 공정 경영승계 당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11.1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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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이트페이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요 은행(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별도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주 논공행상 차원의 낙하산 의혹 등을 부인했던 이 원장의 이날 행보를 두고 정부차원의 금융지주 CEO 물갈이를 시사했다는 해석과 정부개입 우려를 키웠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 금감원장, 인사 시즌에 이사회 의장 만나

1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요 은행(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기존에 금감원장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원래 외부 공표 없이 비공개 회동으로 진행됐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여간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KB금융지주 선우석호 의장 신한금융 이윤재 의장, 우리금융 노성태 의장, 하나금융 백태승 의장, 농협금융 이종백 의장, BNK금융 유정준 의장, DGB금융 조선호 의장, JB금융 유관우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 원장 모두발언 중 주요 언급은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 등이 거론된다.

"아시는 바와 같이 금년 들어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대형 금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며 "내부통제 체계 대폭 강화"를 주문한 부분도 있다. 

전반적으로 이 원장의 이날 발언 수위가 이사회에 대한 당부사항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었다는 해석이 많다. 

경영진 선임에 대한 시각을 표현했을 뿐 아니라 '(유수의 글로벌 금융그룹 대비) 국내 은행지주그룹은 여전히 규모나 지배구조 등의 측면에서 미흡' 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선진화', '국민의 눈높이', '국민 경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하기도 했다. 

또한 "금융지주 회장 임명 등에 대한 실질적 통제에 금융당국은 절대로 구체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CEO 의사결정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에 우리도 좀 더 수준 높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날 모인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중 절반인 4개사(신한, 우리, 농협, BNK)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거나 조만간 앞둔 시기라는 점이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각각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부터, 농협금융 이사회는 이날부로 각각 내부승계 절차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BNK금융도 이사회를 열고 회장 및 직무대행을 선임했다.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이 자녀 특혜 논란으로 최근 사임한 바 있다. 이와 맞물려 BNK금융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임 시 내부승계를 원칙에서 외부인사도 후보군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내규를 개정하기도 했다. 

■ 압박감 우려…참석 이사회 의장 말 아끼기도  

이 원장의 최근 행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정부개입 영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이사회 멤버들도 압박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논공행상 차원에서 전직 관료 출신 등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동안 돌던 낙하산 인사설은 다소 수그러들었다는 분석도 있었던 상황이다. 

이 원장이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나 낙하산 인사 우려에 대해 "혹여 향후 어떤 외압이 있더라도 그 외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금융회사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와 자율성, 시장 원리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어떤 움직임이 있다면 무조건 막을 것" 등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원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에 대해 "(소송 제기 가능성에 있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취지로 발언한 데 이어 며칠 만에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한데 불러 모은 점, 이날 관련 발언 등을 퍼즐처럼 맞춰보면 결국 정부개입 측면이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돤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이사회 의장들을 불렀다는 것 자체가 정권 연결 사안보다는 지속적인 사고가 난 부분에 대해 이사회에도 일말의 표현을 해야한다는 그런 의중을 내비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한다"며 "다만 시기적으로 개입 성격이 없다고 보기가 애매하다. (이사회 의원들에) 영향이 없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우리금융 노성태 의장은 간담회 이후 차에 탑승하는 길에 기자들이 여러 질문을 하자 "지금은 말씀드릴 게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다가 "심사숙고 중"이라고만 말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손 회장 거취를 논의할지에 대한 질문에도 함구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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