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실체 인정 여부가 쟁점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47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낳았던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금융당국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법리를 적용할지 주목된다. 이 법리가 적용될 경우 라임·옵티머스에 이어 사상 3번째 전액 반환 결정이 된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연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에서 애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으로, 계약이 취소되면 피해자들은 투자 원금 전체를 반환받을 수 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독일 내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한 뒤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매각 혹은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펀드다.
국내 금융사들은 이 펀드가 일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다 위험이 높고 부동산 개발 관련 인허가 지연 및 미분양 시 원리금 상환 불확실성이 높음에도,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것처럼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약 3800억원) 등 7개사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이 펀드를 4885억원어치 판매했다.
그러나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부터 환매가 중단돼 4746억원이 회수되지 못한 상황이다.
독일 금융당국은 시행사 설립자 등을 상대로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금감원 역시 여러 해외 감독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헤리티지 펀드 사기성에 무게를 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사실상 실체가 없는 사기 상품'으로 인정할 경우 '계약 취소'를 적용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권고가 나올 수 있다.
한편 이번 분쟁 조정까지 마무리되면, 그간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독일 헤리티지, 이탈리아 헬스케어 등 이른바 '5대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피해 구제 절차가 끝난다.
다만 이날 분쟁조정위원회는 한 차례 회의만으로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