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400원선 무섭게 돌파, 마감 1409.7원
국고채 3년·10년물도 사흘 연속 연고점 경신
이창용 한은 총재 "기대가 바뀌었다", 빅스텝 시사
증권가 "한국 최종금리 상단 3.5~3.75% 열어둬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지난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고 강경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시사하자 국내 금융시장이 대혼돈에 빠진 모습을 나타냈다. 한-미 기준금리 재역전이 재차 현실화하고 환율은 1400원을 하루 새 가뿐히 뛰어넘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과 가계·기업 차주의 예상폭을 뛰어넘는 추가 이자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 인플레파이터 매파 연준에 국내 시장 '대혼돈'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5원 오른 1409.7원에 마감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장보다 0.257%p 상승한 연 4.104%에, 10년물 금리도 0.106%p 오른 연 3.997%로 거래를 끝내 사흘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연준의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결과를 확인한 이날 환율은 3.8원 오른 1398원에 출발한 뒤 장 초반부터 1400원을 가뿐히 넘어섰고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장 마감 직전까지는 1413.5원까지 치솟았다. 환율 1400원대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국고채 금리도 약 10~12년 만에 최고점으로 올라섰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10년 3월 8일(연 4.12%) 이후 12년 6개월 여만에 가장 높아졌고, 10년물은 201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0.209%p, 0.212%p 급등한 연 4.114%, 연 4.070%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과 채권금리는 '매파' 연준 여파로 폭등했다. 연준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지난 6월부터 7월에 이어 이달까지 3회 연속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인상됐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연 2.5%)보다 하단은 0.5%p, 상단은 0.75%p 높다. 한-미 기준금리 재역전이 현실화된데다 9월 FOMC에서 발표된 점도표가 심상치 않게 나타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의 연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지난 6월 전망치인 3.4%에서 4.4%로 1%p나 상향됐다. 내년 말 금리 전망도 3.8%에서 4.6%로 높아졌다.
지난 6월 점도표는 2025년 수치를 보여주지 않았는데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는 2025년 전망치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5년 말에나 2.9%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keep at it)"이라고 말했다.
■ 한국도 빅스텝 무게…시장도 최종금리 상단 상향
연준의 예상보다 강경한 통화긴축 기조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0%p 인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재역전된데다 이날 파월 의장은 연말 중간값이 1.25%p 수준의 추가 인상을 시사한다고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 2.5%로 10월·11월 0.25%p씩 인상시 연 3%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p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 직후 "0.25%p 인상 기조가 아직 유효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며 "(한은도)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가계·기업의 늘고 있는 이자부담도 예상했던 것 이상의 가중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잔액기준 지난 7월 78.4%에 달한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9월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이자부 금융부채 및 금융자산을 감안할 때 빅스텝 시 연간 이자비용은 70만1000원, 이자수입은 19만9000원 증가해 이자수지 적자규모는 가구당 평균 50만2000원(-554만원 → -604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소득수준을 함께 감안할 경우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 전반의 이자수지 악화는 제한적이나, 저소득가구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한국은행 기준금리 전망도 기존 3.00%에서 3.25%로 수정하고, 10월 50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향후 연준의 인상 행보에 따라 상단은 3.50%까지 높아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Terminal Rate(최종 금리) 상단도 3.75%까지 열어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