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게릴라 아내가 결혼? 4인 난상토론
북게릴라 아내가 결혼? 4인 난상토론
  • 북데일리
  • 승인 2006.06.2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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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상토론]북데일리 시민기자 4인, `아내가 결혼했다` 작가와 만남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 그런데 당신하고 이혼하고 싶지는 않아”

‘두 남자와 결혼한 아내 이야기’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가 출간 3개월 만에 10만부가 팔리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빗발치듯 쏟아지는 독자 의견은 소설이 일으킨 반향을 입증한다.

“남자로서 위협을 느꼈다. 소설이 현실이 되면 어쩌지? 당장 작가에게 전화를 해서 따지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현실에서는 제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면서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교보문고 ‘abcd1471’) “일처다부제를 실천하다니 소설이지만 대단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는 동안 설득당하고 말았다”(교보문고 ‘freetopia’) “가정이 흔들리고, 파괴되는 요즘 세상에 가족제도와 결혼제도에 대한 고민을하게 하는 소설”(인터파크 ‘jungjiyoung’)

이와 관련, 북데일리는 지난 23일 저녁 서울 홍익대 앞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에서 ‘아내가 결혼했다’ 난상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로 활동 중인 4인의 북게릴라 김태훈(28), 이진희(30), 원호성(26), 조한별(25)씨가 참석, 열띤 격론을 통해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펼쳐보였다.

또 저자인 박현욱씨도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 토론회의 활기를 더했다. 토론회는 패널 간의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박현욱 작가와 인터뷰로 진행됐다.

“취향, 연애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우리가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에게 친밀감을 느끼지도 않았을 테고 나와 단둘만의 술자리를 마다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자신의 집에 가자고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 - 덕훈(p21)

조한별 “취향이 비슷하면 이야기가 잘 풀리는 것 같아요. 덕훈이 인아와 커피 한잔하게 된 이유도 축구 때문이고 만남이 이어지는 이유도 축구 때문이잖아요. 연애에 있어 취향이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김태훈 “제 경우에도 취향이 같아야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통점이 있어야 친해질 수 있는 것 같고”

원호성 “저는 야구와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야구를 안 좋아하는 여자를 사귄 적이 있어요. 여자친구를 야구장에 몇 번 끌고 갔는데 10번째 가자고 한 날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모두 웃음) 야구 좋아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기혼자인 경우 혼자 야구를 보고 늦게 들어가면 그게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여자라면 사귈 수 없을 것 같아요. 보통 싫어하는 정도라면 좋아하게 만들 자신은 있지만”

이진희 “연애는 정말 취향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설 속 인아와 덕훈도 축구를 계기로 친해지잖아요. 그런데, 현실에서 인아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까요? 인아는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남자들에게 주목을 받을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여자죠. 덕훈도 반발심에 다른 여자를 만나보지만 인아만큼 끌리는 여자를 만나지 못하잖아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축구라는 같은 취향을 가졌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 이런 여자니까 덕훈이 버리지 못하고 살 꺼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아는 매력적인 여자에요”

“커피 한잔 하고 갈래요?”

“ ‘빌어먹을, 슛 한번 제대로 날려보지도 못했는데’

바로 그때, 그녀는 하프 라인도 넘어가지 못한 공을 단숨에 골대 안으로 집어넣었다.

‘우리 집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실래요?’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분명히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 덕훈(p21)

조한별 “인아와 비교할 수 있는 캐릭터가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인데, 인아와 이영애의 차이점이 있다면 인아는 커피 한 잔에서 바로 잠자리로 이어진 반면 이영애는 라면을 먹은 후 ‘좀 친해지면 하자’며 거부한다는 거죠. 인아의 사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지만 이영애의 사랑은 변한다는 점도 다른 점이에요. 유지태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울부짖기도 하잖아요. 이영애는 예측이 가능한 여자인 반면 인아는 예측이 불가능한 여자에요”

김태훈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 여자가 인아처럼 나온다면 저는 부담이 돼서 한 발 물러설 것 같아요”

원호성 “정상적인 남자라면 거의 안 물러서죠. 머리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아무도 물러나지 않죠. 고스톱처럼”

이진희 “저라면 ‘커피 한잔하고 갈래요?’라는 말은 못 꺼 낼 것 같아요. 그래서 인아가 참 당당한 여자처럼 느껴져요”

“섹스와 사랑의 상관관계”

“몇 번의 데이트. 몇 번의 섹스 뒤에 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 덕훈(p28)

이진희 “인아와의 섹스가 좋긴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더 좋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덕훈은 섹스뿐만이 아니라 취향이나 많은 다른 점들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만한 여자는 다시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원호성 “사랑한다는 말이 늦어졌던 것뿐이지. 처음부터 덕훈은 인아를 사랑했죠. ‘골을 넣으려고 시도를 했다’라는 말은 육체적인 것만을 이야기 한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덕훈에게 섹스와 사랑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죠”

조한별 “덕훈은 인아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사랑한 것 같아요.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질 때인아에게 느꼈던 느낌을 받지 못하잖아요. 인아의 마음은 잘 모르겠지만 덕훈은 섹스와 사랑을 함께 생각하는 남자 같아요”

김태훈 “관계를 갖게 되면 둘만의 은밀한 비밀 같은 것들이 생기잖아요. 그런 것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 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만을 사랑 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해 봤는데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맞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그런데 말이지.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 - 인아(p130)

이진희 “한사람을 사랑하지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살다보면 계획하지 않은 대로 감정이 흘러갈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어요? 제 경우라면... 인아처럼 중혼을 선언하진 못할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를 택하거나 둘 다를 택하지 않거나. 둘 다를 취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원호성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둘 다를 취한다는 것 자체를 몰랐겠죠”

(모두 웃음)

조한별 “한사람을 사귀면서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더 이상 특이한 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결혼 후 라면 상황은 달라지겠죠. 인아가 덕훈에게 청첩장을 보내는 대목은 충격적 이었어요”

이진희 “집들이까지 오라고 하죠”

김태훈 “처음부터 생각을 열어놓고 읽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거부감은 없었어요”

“인아는 슈퍼우먼?”

“침대에서의 그녀는 최고의 섀도 스트라이커라고 말했던가. 그건 그녀의 일면에 불과했다. 사귀면 사귈수록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섹스를 잘하는 여자가 음식도 잘하는 것인가. 그녀는 음식솜씨가 뛰어나고 정리정돈이 취미인데다가 사려 깊은 여자였다. 그리고 그 모든 장점을 합친 것보다 더 나를 매료시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녀가 축구를 좋아 한다는 것 이었다” - 덕훈(p35)

원호성 “만화 비빔툰을 보면 결혼생활에 대한 진솔한 생각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나와요. 잠깐 설명하자면 낮에는 훌륭한 현모양처 밤에는 섹시한 요녀 부모님 앞에서는 일 잘하는 며느리를 원하는 남자가 있죠. 마지막에 남자 주변에 네 명의 여자가 그를 부르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아내를 못 찾는다는 이야기. 그런 남자들의 심리가 인아에게 대입돼 있다고 봐요. 제가 판타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인아가 주말에 덕훈의 집에 올라와 엉망이 된 집안을 군소리 없이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고, 둘째는 비정규직 근로자인 인아가 마음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어렵지 않게 새 직장을 얻는 상황이에요. 노동청에서 2년째 민원상담을 하고 있는 제가 볼 때(원호성씨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 중에 있다) 이런 건 정말 흔치 않는 경우에요”

(모두 웃음)

이진희 “실제로 인아 같은 여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두 집 살림에, 회사 생활에 주말이 되면 쉬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데 잠시도 쉬지 않고 요리도 하고 밥도 하고 정리도 하고. 원호성씨가 지적한 직업적인 설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주변에서 프로그래머들도 많이 봤고. 하지만 직장생활과 집안일을 완벽하게 병행하는 부분은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덕훈이 원하는 여성상이겠죠. 취향도 비슷하고. 자신이 잘 못하는 정리정돈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5분이나 10분 만에 음식을 뚝딱 만들어내잖아요. 덕훈은 인아보다 더 괜찮은 여자는 못 만날 것 같아요. 다른 남자가 생겨서 결혼을 했다는 것만 빼고는 흠을 잡을 수 없는 여자죠. 그렇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흠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런 여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조한별 “저는 반대 입장이에요. 인아는 남자들의 판타지가 아니에요.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잖아요. 이런 여자가 어떻게 판타지입니까.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말할 정도의 여자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남자가 이혼을 하지 않고 계속 살잖아요”

김태훈 “다 잘하는데 결국 그 뒤에는 두 남자랑 결혼한다는 결심을 감춘 무서운 여자죠. 갖출 건 다 갖춰놓고 큰 것을 터뜨리는. 소설은 두 남자와 살겠다는 인아의 결심을 이행시켜 나가기 위해 요리나 청소, 배려 같은 부분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사람이랑 잤다’고 말하는 그녀”

“ ‘같이 잔거 맞아’

그녀는 마치 밥 먹었느냐는 물음에 대답하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런 대답이 나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대답하리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여자가 그렇게 말했다면 욕이라도 한마디 던져주고 미련 없이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로부터 그런 대답을 들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애인이 다른 남자와 잤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데 그래, 잘했다, 라고 말할 남자는 세상에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 덕훈(p53)

조한별 “덕훈이 인아에게 전화했을 때 남자들이 헤어진 여자한테 전화한 이유를 인아가 조목조목 따지는 대목이 참 재미있었어요.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새로 만난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또는 같이 잘 여자를 구하지 못해서 그러는 거라는. 남자 입장에서 봤을 때 덕훈은 굉장히 ‘찌질 한’ 남자죠. 다른 남자와 잔 여자를 왜 다시 만나려고 했을까요. 보통 남자들은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잤다고 하면 그런 이유로 헤어지잖아요. 그러고 보면 덕훈이 인아를 사랑하는 방식은 보통 남자들이 여자를 사랑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거 같아요. 전에 많은 여자를 만났겠지만 덕훈에게는 인아는 진짜 첫사랑이 아니었을까요. 몸과 마음을 모두 줄 수 있는”

이진희 “인아의 사랑은 일반적인 사랑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인아의 삶, 사랑의 방식이 남들과 조금 다른 것뿐인데. 인아와 덕훈 중 누가 더 많이 사랑했느냐라는 문제를 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원호성 “저는 덕훈이 인아를 사랑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인아가 덕훈을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헤어진 지 한 달 만에 덕훈이 인아에게 전화를 하는데, 남자가 전화를 했다는 것은 이미 공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의미하죠. 한마디로 말하면 역주행 한 거죠. (모두 웃음) 결혼 후에는 자살골로 이어졌고”

김태훈 “인아가 너무 독특하니까 덕훈이 끌렸던 게 아닐까요. 소설에도 나오죠 ‘갈 때 까지 가보자’ 그게 덕훈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말 같아요”

“일처다부제 VS 일부다처제”

“‘난 당신이 좋아. 당신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럼, 그 놈과는 바람만 피워’

‘그 사람을 사랑해 같이 살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을 정부(情夫)로 만들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의 정부(情婦)로 남고 싶지도 않아. 결혼해서 같이 살고 싶어’

‘그래야만 한다면 나랑 헤어지면 되겠네’

‘당신이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당신의 나에 대한 애정이 변한 게 아니라면 당신하고 헤어지고 싶지 않아’” - 덕훈과 인아의 대화(p140)

이진희 “저는 소설속의 인아를 응원하고 싶었어요. 이 소설이 정말 신선했던 게 사회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거든요. 미디어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는 흔히 말하는 바람피우는 남자, 두 집 살림하는 남자에게는 관대한 편이었죠. 하지만 두 집 살림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냥 두고 보지 않겠죠. 많은 드라마들이 두 집 살림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공공연히 소재화 해왔어요. 여자가 그랬다면 시청자들이 가만히 있었겠어요? 그래서 이 소설이 신선하다는 거에요. 인아는 모든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주요 객체로 등장하죠. 인아는 응원해 주고 싶은 여자에요”

김태훈 “처음 하리수가 등장했을 때 논란이 많았잖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사회도 적응해 나가는 거죠. 일처다부제라는 결혼제도 역시 자주 접하게 된다면 드라마 속 일부다처제처럼 나중에는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다만, 소설이 이 문제를 일찍 꺼냈다는 이유만으로 이슈가 되는 것 같아요”

원호성 “제가 답답했던 건 인아가 펴는 논리에 반박할 생각조차 안하는 덕훈의 소극적인 태도였어요. 마지막에 뉴질랜드 가는 문제로 싸울 때도 절대로 갈 수 없다고 몸부림치다가 스킨십 한번에 무너지죠. (모두 웃음) 무기력하게 함락되는 남자 덕훈, 너무 답답했습니다”

조한별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일본 드라마 중 ‘오오쿠 쇼군의 여인들’ 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주인공 쇼군이 지나가면 방울이 울리고 여자들이 엎드리는 장면이 나와요. 늙은 쇼군이 얼굴을 만지고 지나가는 여자는 간택되는 거예요. 입장을 바꿔서 남자가 길을 만들고 왕비가 걸어가면서 남자를 간택한다면 어떨까요. 남성시청자들이 크게 거부감을 갖겠죠. 일처다부제, 일부다처제의 문제는 어쩌면 익숙해졌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가족형태가 많이 나올 텐데 일처다부제 역시 일부다처제처럼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원호성 “영화잡지에서 어느 작가 인터뷰를 읽었는데 삼각관계를 다룰 때 남자하나 여자 둘을 설정하는 이유가 한국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여자 하나가 남자 둘을 취하는 설정을 싫어한다는 거예요. 그 작가의 말처럼 일부다처제가 드라마 속 소재로 자주 등장했고 일처다부제는 다루어지지 못했던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진희 “소설의 제목이 ‘남편이 결혼했다’라면 이슈화 되었을까요? 여자이기 때문에 이슈화된 거죠. 이 소설은 남녀평등으로의 전환단계에 놓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아이는 내 아이야’ 라는 인아의 말에서는 새로운 가족제도의 출현도 엿보이고. 한국사회에서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라는 문제는 지금도 중요하게 여겨지죠. 일부다처제인 경우 아버지가 누구인지 다 알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아의 생각은 대단한 반란이라고요”

“결혼이란?”

“솔직히 말하면 나도 결혼하고 싶어. 아이도 낳고 싶어. 결혼해서 더 좋아진 사람을 못 봤는데 어떻게 그래. 결과가 너무 뻔해. 나는 결혼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야. 굳이 결혼해서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래서 혼자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걸 감수할거야. 아이 낳는 거는 남편이 없어도 가능하고 언젠가는 낳을 테고 혼자서라도 즐겁게 키우겠지만 결혼은 그런 게 아니잖아. 결혼하고 나면 달라 질 거야. 좋은 감정을 유지하고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야. 언젠가는 감정이 식을 테고 심한 경우에는 서로를 미워하게 될 거야”

- 결혼 전, 인아(p79)

조한별 “결혼에 대한 생각만큼은 소설 속 인아의 생각에 100% 공감해요”

원호성 “요즘 들어 결혼을 하면 내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기도 해요. 그런 강박관념 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이진희 “저는 어떻게 하면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결혼이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제도화 안에 맞춰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안하죠. 소설 역시 세 사람이 행복하다면 우리의 잣대를 내밀어 돌팔매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들이 행복하다면 나름의 결혼생활이겠죠”

“신선하고, 기막힌 엔딩”

“나는 뉴질랜드로 간다. 아내와 아이와 떨어져 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놈에게 기회를 줄 수야 없는 일이다. 놈을 떼어내기 위해서라도 따라가야 한다. 패배한 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 덕훈(p352)

김태훈 “덕훈이 얽매인 것을 다 털고 간다는 설정이 참 좋았어요. 떠날 수 있는 용기.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는 열린 엔딩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조한별 “‘덕훈이 부모 형제, 동료들에게 혼자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 재미있었어요. 덕훈은 자신도 모르게 인아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아든 것 같아요. 한 인간의 변화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보통 연애영화나 소설은 쿨 한 척 하다가 구질구질하게 끝나잖아요. 그런 것과 달리 이 소설의 엔딩은 깔끔하고 신선했어요”

이진희 “뉴질랜드로 가는 것은 모두의 도피처럼 느껴졌어요. 한국 사회의 제도 안에서 이겨나가고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로 도망치는 것 같았거든요. 덕훈은 뉴질랜드로 간다 해도 약간 투덜대긴 하겠지만 재경과 인아와 아이와 더불어 잘 살 것 같아요”

원호성 “이진희씨 말처럼 덕훈은 계속 인아의 술수에 말리면서, 이빨을 하나씩 빼가면서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바티스투타의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겐 항상 축구가 있다’라는 말,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아내와 아이와 함께 가겠다는 말이 왜 그리 씁쓸하게 느껴지던지. 이제 덕훈은 다 포기하고 가는 구나. 내가 이제 믿을게 축구밖에 더 있냐 라는 식으로”

[박현욱 작가 인터뷰]

김민영 “소설과 축구를 접목시킨 계기나 의도가 있나”

박현욱 “처음에는 축구이야기가 없었다. 진도가 얼마쯤 나갔을 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익숙한 스포츠이기도 하고. 대립이나 갈등의 양상이 연애와 결혼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축구를 떠올렸다.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다 보니 완충역할로 서브플롯 같은 것이 있으면 어떨까 했는데 그런 점에서 축구가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처음부터 의도하고 쓴 것은 아니었다”

김민영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하나의 축구 이야기가 등장한다. 구성이 매우 탄탄한데 플롯은 미리 계산 해 두고 쓰는 편인가”

박현욱 “그렇게 치밀한 편은 아니다. 대충의 얼개만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처음 이 소설을 떠올린 것은 3년 전이었다. 첫 문장과 제목, 한 여자와 두 남자가 있어 결혼까지 하는 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그때부터 해 둔 것이다. 이야기가 잘 안 풀려 묵혀 두었다가 작년에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

김민영 “모든 것에 능숙한 인아를 두고 판타지적인 캐릭터라는 지적이 있다”

박현욱 “구체적인 일상은 리얼하게 쓰려고 했다. 1인칭 소설이고 덕훈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다. 남자가 여자한테 매달리는 개연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였다. 결혼까지 한 아내가 집안일마저 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매달리는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중요한 개연성이다.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인아에 대해서 서술된 부분들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음식이 맛있다거나, 깨끗이 정리정돈 됐다는 표현 같은 것은 남자가 워낙 지저분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조금만 깨끗해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인아 입장에서는 자신이 결혼을 했기 때문에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고 얼마동안은 뼈 빠지게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인아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개연성을 주고자 했다”

김민영 “스포츠를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다른 취미가 있다면?”

박현욱 “인터넷으로 바둑 두는 것을 좋아 한다”

김민영 “집필 기간은?”

박현욱 “떠올 린 것은 3년 전. 집필 기간은 반 년 정도”

김민영 “속편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많다. 계획에 있나?”

박현욱 “없다”

(장소협찬 =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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