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 증가 왜인지 봤더니…한은 "40%는 예대금리차 효과"
은행 수익 증가 왜인지 봤더니…한은 "40%는 예대금리차 효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8.30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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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 과장, 은행분석팀 과장 분석글
'최근 은행의 수익 및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이해'
당국 금융소비자 선택권 확대 및 예상치 못한 문제 늘 점검해야
'최근 은행의 수익 및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이해' 그림 1, 2. (자료=한은 블로그)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국내 은행들의 최근 수익 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약 40%는 예대금리차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머지 약 60%는 대출수요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은행을 찾는 손님이 늘어난 덕도 있지만,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크게 올라 증가한 수익 역시 작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이를 분석한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와 같이 금리 관련 정보 제공 및 이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되, 금융당국은 금리 경쟁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여부를 은행과 차주의 입장에서 늘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9일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 노유철·은행분석팀 정서림 과장이 한은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최근 은행의 수익 및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이해'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과거(2010~2020년 중) 평균의 1.8배며, 올해 들어서도 과거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수익 증가의 약 40%는 예대금리차 확대의 효과로 분석됐다. 

작년 하반기 이후 증가 수익의 약 60%는 대출수요 증가가 기여했으나, 약 40%는 예대금리차 확대 효과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 노유철 과장·은행분석팀 정서림 과장은 "은행을 찾는 손님이 늘어난 덕에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크게 올라 증가한 수익 역시 작지 않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노 과장과 정 과장은 그간 경험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높아지는 시기에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된다고도 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한 국내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대출의 약 70%는 기준금리가 높아질 때 대출금리 역시 높아지는 변동금리대출인 반면, 예금의 절반가량은 기준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저원가성 예금이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때에는 고정금리대출 금리가 변동금리대출 금리보다 먼저 상승하고, 그 시기에 대출을 받는 고객의 대부분은 당장 이자 부담이 작은 변동금리대출을 선택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은행채 장단기 스프레드는 장기 고정금리와 단기 변동금리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차이가 클수록 새로 대출을 받는 고객들이 변동금리대출을 선택하는 비중 역시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예대금리차가 커진 데는 가계대출을 늘리기 위한 은행 간 금리경쟁이 다소 줄어든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노 과장과 정 과장은 "은행별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에서 볼 수 있듯, 은행들은 품질이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소수의 판매자가 있는 과점적 대출시장에서 금리경쟁을 벌이며 예대금리차를 전략적으로 조정한다. 또한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촉발되는 시기에는 대부분의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에는 '가계대출 틀어막기'로 인해 은행 간 가계대출 확대 경쟁 유인이 줄어들었던 것도 예대금리차 확대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대출 확대 경쟁이 줄어들자 은행들이 공급자 우위 입장에서 예대금리차를 확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노 과장과 정 과장은 "최근 수년간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자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 이는 전체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나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릴 유인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고, 작년 3/4분기 이후 각 은행이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료=한은 블로그)
(자료=한은 블로그)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먼저,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임에도 변동금리 대출이 늘어 결과적으로 차주의 부담이 커지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금리대출 확대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고정금리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은행 간 적정한 경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은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한은 노유철·정서림 금융안정국 과장은 "은행의 수익은 향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경쟁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줄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경쟁의 축소는 예대금리차 확대의 빌미를 제공해 차주들의 부담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며 "따라서 최근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와 같이 금리 관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 차주들이 은행 및 상품에 대한 보다 폭넓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동시에 금융당국은 은행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는지를 은행과 차주의 입장에서 늘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은행들은 이자 부담에 큰 어려움을 겪는 차주를 지원하는 데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앞으로 예대금리차가 더욱 커진다면, 은행의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지는 효과가 극명해질 것"이라며 "따라서 이러한 시기 은행들이 자신에 대한 사회적 책임 확대 요구에 응답할 때 비로소 은행과 차주 간의 신뢰가 공고해지고 중장기적으로 조화롭게 상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마쳤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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