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늘린 증권사들…경기·변제 리스크 어쩌나
부동산 PF 늘린 증권사들…경기·변제 리스크 어쩌나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8.03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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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평가 24개 증권사 크레딧 이슈 점검
하이·현대차·BNK·다올·교보증권 등
중소형사 중후순위 브릿지론 비중 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리 상승과 건설공사비 증가 등 비용 상승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사업 리스크가 전방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대형사 대비 부동산금융 관련 위험 인수 성향이 높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중후순위 브릿지론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커 수익성 및 자산건전성 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가파른 비용 증가 속 브릿지론 부실화 위험 상승  

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24개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규모는 우발부채(28.4조원),대출채권(7.2조원), 부동산 펀드(9.2조원) 등 약 4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대비 약 64%의 비중에 달하는 규모다.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를 그룹별로 보면 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125%)의 비중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삼성증권이 73%로 비중이 가장 컸고 한국투자증권(59%), NH투자증권(52%), 미래에셋증권(45%) 순이었다.

자본 1~3조원 중형사 그룹에서는 현대차증권(110%)과 하이투자증권(94%), 자본 1조원 미만 소형 증권사 그룹에서는 다올투자증권(100%), 유진투자증권(85%) 등이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축에 속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을 사업 단계는 브릿지론과 본PF, 논PF 크게 3가지 형태다. 3월 말 기준 부동산 펀드를 제외한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규모는 약 35조5000억원, 이 중 브릿지론이 8조2000억원, 부동산 PF 19조3000억원, 논 PF 7조9000억원 규모다.

사업부지 인수 단계에서는 브릿지론을 실행하고 공사비 조달 단계에서는 본 PF를 실행한다. 마지막 단계는 담보대출 및 부동산 매입 펀드 등의 논PF로 분류된다. 브릿지론과 본PF는 부동산이나 분양경기 변동 영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신평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주거용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이자비용 증가가 주택 보유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해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도 캡 레이트(자본환원율)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조달비용 및 기회비용의 증가는 투자를 감소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또한 최근 가파란 건설공사비 증가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진단했다. 

(자료=한신평)
(자료=한신평)

작년 말을 기점으로 주택 미분양 수 또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분양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대구 지역의 증권사 익스포저 규모는 합계 약 2조1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총 익스포저 내 비중은 평균 약 6%, 자본대비 비중은 약 3% 내외다.  

반면에 일부 증권사들은 부동산PF 의존도를 열심히 늘려온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호조에 맞춰 증권사들은 자본력을 늘리고 부동산 관련 IB 수익 비중을 키워왔다. 또한 업권 내 경쟁심화 등으로 인해 본 PF 외 초기 부동산금융 투자를 증가시키는 현상이 있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 대비 사업기반 다각화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만큼 부동산금융 의존도가 높다. 수수료 수익으로 따지면 본PF→브릿지론 선순위→브릿지론 중후순위 순으로 크고, 높은 수익률만큼 손실위험도 높다. 중소형사의 위험성향 선호는 대형사보다 높다는 것이다.  

한신평은 대부분 모니터링 대상 익스포저가 중소형 증권사의 브릿지론이라고 보고 있다. 브릿지론에는 본 PF 이전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투입된 계악금/잔금대출이나 사업비대출-인허가 및 금융비용, PI 등 익스포저 전반이 포함된다. 

브릿지론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절대적 규모로 보면 대형사가 5조1000억원으로 중형사(2.3조원), 소형사(9000억원) 대비 컸지만 자본 대비 투자 규모로는 중형사 18%, 소형사 19%, 대형사 10%로 중소형사가 2배 상당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별로는 대구·경북지역 거점 금융지주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47%)과 부산·경남·울산지역 거점 금융지주 자회사인 BNK투자증권(35%)을 비롯해 현대차증권(31%), 다올투자증권(31%), 교보증권(29%)은 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이 약 30% 내외로 집계됐다. 

(자료=한신평)
(자료=한신평)

이재우 한신평 연구원은 "브릿지론은 기초사업장의 수익성이 중요한데 최근 공사비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 수익성 저하 위험이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본 PF로 미전환되는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변제순위 구성에서도 대형사와 중소형사는 편차가 컸다. 전체 부동산금융에서 대형사는 중후순위 비중이 약 30%인 반면에 중형사는 63%, 소형사는 72%로 모두 대형사 2배를 웃돌았다.

중소형사는 브릿지론도 중후순위 비중이 대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브릿지론 중후순위 비중은 대형사(40%), 중형사(71%), 소형사(68%)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브릿지론의 후순위성 투자는 사실상 부동산 개발사업에 에쿼티성 투자를 한 것이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론 변제순위(왼쪽), 부동산금융(펀드제외) 익스포저 변제순위. (자료=한신평) 

■ "부동산 시장 급랭 시 일부 증권사 타격 예상"    

한편 한신평이 증권사들의 대응력을 평가하기 위해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교보증권, BNK투자증권 등의 모니터링 익스포저 비중이 타사 대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비서울 중후순위 브릿지론이 상당 부분 모니터링 익스포저로 선정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담보가치가 30%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대형사의 예상 손실은 평균 자본 대비 약 3%에 불과한 반면, 중소형사는 자본대비 손실율이 30%를 초과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우 연구원은 "스트레트 테스트 결과 대형사는 평균 부동산 하락에 대한 손실 발생 가능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일부 증권사는 부동산 시장 급랭 시 손실 부담이 상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기초자산의 질을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인 NCR(영업용순자본비율) 가중치가 부여되고 있어 이럴 경우 증권사는 고위험 고수익 딜을 우선 편입할 유인이 존재한다"며 "실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큰 중소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익스포저 취급 경향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자료=한신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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