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인플레 국면에서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 강해
"선제적·적극적 정책으로 인플레 기대심리 억제 중요"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임금이 오르면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BOK이슈노트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과 같이 물가 오름세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물가와 임금 간 장기균형 관계와 시차상관 관계, 인과관계를 각각 살펴봤다. 장기균형 관계의 경우 물가와 임금이 단기적으로는 서로 괴리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변수 간에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차상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최근연도의 물가 상승률이 익년도 임금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임금 상승도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모습으로 물가와 임금 간 밀접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전체 소비자물가보다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서비스 물가에 보다 뚜렷하게 반영된 점도 파악했다.
이어 물가와 임금 간 인과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최근 20년간(2003년 1분기~2022년 1분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p 높이는 충격에 대해 임금 상승률은 4분기 이후부터 유의하게 0.3∼0.4%p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임금 상승률 충격에 대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응은 유의하지 않게 추정됐다. 그러나 전체 소비자물가 대신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의 경우 임금상승률이 1%p 상승 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4∼6분기 이후 0.2%p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전후로 물가-임금 관계에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 및 임금상승률이 높았던 1900년대의 물가-임금관계가 최근 20년간의 관계에 비해 더 뚜렷한 모습이었다고 진단했다.
최근 20년에 비해 물가 상승률과 임금 상승률이 높았던 1990년대를 대상으로 '임금→물가' 영향을 추정한 결과, 1990년대를 포함할 경우 임금상승률과 다음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의 상관계수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는 고인플레이션 국면과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임금→물가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실제로 15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최근 실증연구에서도 '임금→물가' 영향은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더 크게(2배 정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BIS, 2022b)"고 밝혔다.
이어 "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부록에서는 "기저효과, 고용시장 회복 등에 기인한 최근의 임금 상승세는 일부 제조업, 금융보험업 등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