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과 주식매수청구권…전문가 식견과 개미 불신 정도는
물적분할과 주식매수청구권…전문가 식견과 개미 불신 정도는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7.15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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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이트페이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 보호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패널토론 모습.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일반주주 보호 방안들은 일부 기업들이 느닷없이 핵심 또는 성장성이 유망한 사업부만 분사한다는 소식을 알리고 재상장을 하다 보니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이것이 일반주주들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회적 논란에서 출발하고 있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시 기대효과는 탈퇴권 보장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권리를 보장해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인데, 전문분야별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실효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아직은 거리두기를 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 법을 고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자본시장 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인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 보호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연성규제로 분류한 ▲물적분할 공시 강화 ▲상장 시 심사기준 강화 및 제도적 장치 2개안 중 하나인 ▲물적분할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 중에 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전날 공동으로 개최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주주보호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세미나에서는 투자자와 기업 및 실무적·법적 관점에서의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토론에는 사회자로 박영석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토론자로는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선임연구위원, 이봉헌 금투협 자율규제본부장,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 송영훈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물적분할 제도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고,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자회사를 재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현실을 문제점으로 인정하거나, 이를 전제로 토론을 했다.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물적분할은 상법에서 적법하게 인정하고 있고, 기업의 유용한 자본조달 방법으로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좋고 나쁨을 양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정보의 불균형을 통해 주주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는 걸 해결하는 측면에서 공시 강화와 상장심사 도입은 굉장히 타당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일반주주는 처분권(미래 등 특정시점의 이익실현 권리 의미)이 사라지는 데 지배주주는 신사업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자금조달도 받는 지배권 남용 수단이지 않냐, 옹호 측면에서는 그렇게 자금조달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지 않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어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효율적인 자본조달을 위한 것이냐 진실은 사안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찬반의 시각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경우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팔 수 있도록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현행 상법은 이를 합병·분할합병의 경우에만 부여하고, 물적·인적분할은 미부여한다. 자본시장법은 인적분할에서 예외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물적분할은 현행 법상 주식매수청구권 대상이 아니다보니 물적분할에 반대해도 일반주주가 할 수 있는 것이 주총에서 반대표 행사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법 개정 취지는 사전적으로 투자금 회수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상법 개정시 모든 기업(상장·비상장) 물적분할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시 상장기업만 대상이 된다.

TF 주주보호 방안 주제발표를 맡은 남도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법 개정은 주식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지는 비상장기업의 일반주주 보호 실익이 높지만 문제는 상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이 경우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 또는 법 개정 없이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상장기업에 신속한 도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내용. (자료=자본시장연구원)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주주 보호 방안 논의 내용 중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에 대해 송민경 KCGS 선임연구위원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법적 개정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이봉헌 금투협 본부장도 "일반주주의 탈퇴권 행사 기회 제공 측면에서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은 "비상장회사에게 더욱 필요하므로 법 개정은 자본시장법과 상법이 같이 개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혁 상장협 본부장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핵심 자회사의 분할은 재상장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부실사업부 매각, 기업 구조조정, 분할합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다른 목적까지 기업 분할의 기능을 저하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자산가액 20% 미만인 소규모 분할의 경우 주매청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프랑스 독일도 기업가치 변동이 없는 분할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2000년 물적분할 제도를 도입하면서 주매청을 부여했다. 우리나라는 앞서 1998년 12월 28일 상법개정을 통해 물적분할을 도입했다. IMF 당시 법 개정 취지는 기업의 구조조정 지원이었다.

송영훈 거래소 상무는 "쪼개기 상장은 얘기를 들을 수록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로, 거래소는 중요하게 생각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며 "상법을 개정해 주매청을 도입한다고 하면 자본시장법에서 분할 공시 전 주주를 원칙으로 하듯 상법에도 그런 부분을 일관성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시 기준 강화, 상장 심사 강화 방안은 찬성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이봉헌 금투협 본부장도 "공시·상장심사를 강화하는 연성규율은 법률적 제도적 장치 마련 이전이라도 가능하므로 조속히 시행해도 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TF안 중 공시 강화 내용.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부작용 무엇   

물적분할 반대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주매청) 인정 시 가능한 부작용으로는 기업 입장에서 고비용과 소액주주 축출 가능성 등이 언급됐다. 특히 법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안과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처분권의 회복을 위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 현물배당을 하도록 하자고 제시했고, 정보적 측면에선 기업이 물적분할 재상장 결정사유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정 교수는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 중 물적분할을 왜 선택했는 지 회사들이 공개를 잘 안하고 있다. 그런 의혹이 있으면 기업이 소상히 밝히게 하면 된다"며 "(그 내용이) 맞다면 그대로 가면 되고, 틀렸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주매청에 대한 양쪽의 관점도 설명했다. 그는 "몇 년 후(가격)를 바라보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과연 분할 전 현재가로 만족할 수 있는지, 또한 시가총액 1조원 기업이 이론적으로는 3300억원까지 현금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비용 제도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현균 한국법학원 연구위원도 "굉장히 많은 비용들을 지출해야 하다 보니 회사의 자본증식을 침해하는 우려 부작용이 있다"며 "소액주주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게 소수주주를 축출하는 제도로 악용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비싼 제도이기 때문에 주매청을 통해 자본이 유출되면 이에 부담을 느끼는 채권자들이 일시에 채권회수를 요청해서 회사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이런 부작용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 불신도 여전

다만, 물적분할 후 재상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일반주주 보호 TF 방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 반응이 단순히 박수만 치고 있는 분위기도 아닌 듯 하다. 정부의 정책 개선 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어딘가 불신이 깔려있는 분위기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물적분할이 사회적 이슈가 되니까 개선방향을 내놓은 것이고 그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긴 하나, 문제점이 완전히 해결되는 게 아니라 기업 편법 동원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실익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 특히 실효성 부분을 파고 들었을 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빈 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물적분할 전 LG화학 주주였던 A 씨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고, 주식매수청구권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얼마에 팔 수 있는지 가격이 중요하다. 공시 전 가격으로 해도 그러면 기업 입장에선 공시 하기 전에 어떻게든 주가를 하락시키려고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논의의 배경  

물적분할 후 재상장 이슈가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공감하는 견해도 잇따랐다. 

송민경 KCGS 선임연구위원은 "쪼개기 상장을 한 기업들이 10대 그룹 안에도 있는데 투자자 관점에서는 대기업에 투자해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는 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주주를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 쪼개기 상장에 따른 문제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적분할 발표 자체에 개인투자자 반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진단도 나왔다.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주주가 가지고 있는 권리는 크게 보팅라이트(의결권)와 캐시플로우(청구권) 2가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의결권은 의미가 적고 배당보다도 처분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처분을 기대하고) '나중에 돈을 벌어야지' 했던 생각이 물적분할로 인해 핵심 사업부가 자회사로 내려가면 불가능하게 된다"며 "가장 핵심은 물적분할을 이전에는 내가 청구권을 가지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는데, 자회사가 되니까 청구권을 박탈당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TF안 제안 배경. (자료=자본시장연구원)
TF안 제안 배경.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궁극적으로 이번 세미나 배경에는 최근 일부 대기업의 물적분할 후 재상장 사례들이 배터리 등 핵심사업부의 성장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일반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게 됐다는 점, 국내 상장기업들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는 지적 등이 자리한다. 

금융위는 자본시장 신뢰 회복 등을 위해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일 세미나에서 의견수렴 결과 등을 바탕으로 관계부처(법무부) 협의 등을 거쳐 3분기 중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장래계획에 대한) 공시를 하고 허위개선이 처벌이 되기 때문에 상장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건 맞는 말씀이지만 규제패키지 도입하면서 기업도 어느 정도 부담을 느껴야 된다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매수청구권이 굉장히 코스트(비용)가 많이 든다, 한편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저희가 보는 시각은 주매청은 법무부와 같이 (상법 개정을 통해) 비상장기업에게까지 적용 여부를 떠나서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주주보호를 위해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금 개선하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후대에게도 이어지는 용어가 될 것"이라며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일반주주 보호 문제는 투자자의 관심과 문제인식이 높은 사안임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자료=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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