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현실화에 대출자 부담…은행 예금금리 신속 인상
빅스텝 현실화에 대출자 부담…은행 예금금리 신속 인상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7.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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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한국은행 기준금리, 가계신용, 예금은행 대출금리,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자료=한은 경제통계시스템)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은행이 고물가 고착의 선제적 억제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도 배로 뛰게 됐다. 금융시장은 안도하는 듯 한 반응을 보였고 주요 시중은행은 선제적이고 신속한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 고물가 고착 방지 선제적 빅스텝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p 인상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상 초유의 빅스텝 배경에 대해 1970년대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 등에 따른 고물가 고착을 방지하는 차원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듯이 70년대만 해도 1, 2차 유가 파동 이후에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를 상회했고 명목임금 상승률도 연평균 26% 정도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고인플레이션은 80년대 들어서면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통해 상당한 경기침체의 고통을 경험하고서야 꺾이기 시작했는데, 다행스럽게 80년대 중반 3저 호황이 오면서 그 고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시장은 한은의 빅스텝을 두고 불확실성 해소에 다소 안도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당초 채권전문가 10명 중 6명 이상이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등 예측 가능했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0.85%p(0.47%) 오른 2328.61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13년 만의 최고치(장중 1316원대)로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도 이날에는 전날보다 5.2원 하락한 1306.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종가), 코스피 지수. (자료=한은 경제통계시스템)
원/달러 환율(종가), 코스피 지수 추이. (자료=한은 경제통계시스템)

■ 변동금리 차주·다중채무자 부담 

현재 시장에서는 연말 기준금리를 연 2.75~3% 수준으로 예상하고, 이날 이 총재는 이러한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계·기업의 빚 부담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 통계 기준 올해 3월 말 가계신용(빚) 잔액은 1859조4000억원, 이 중 106조7000억원은 카드값 등 판매신용, 나머지 1752조7000억원이 가계대출이다. 

앞서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 0.25%p, 0.5%p 인상 시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2020년 말 대비 3조2000억원, 6조4000억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 정보통계시스템 기준 지난 5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에서 시장금리 등의 금리 변동 영향에 노출된 변동금리 비중은 77.7%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 0.5%p 인상시 기업들의 대출이자 증가액은 약 3조9000억원(대기업 1.1조원, 중소기업 2.8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말잔)은 2102조2250억원에 이른다. 

다중채무자, 한계기업, 청년층 등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대부업 포함 3곳 이상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451만404명, 금액은 598조8982억원으로 2017년 말 대비 8%, 22% 증가했다. 이 기간 30대 이하 다중채무액은 158조1297원으로 33%(약 39조원) 늘었다.

예금은행 대출금리, 예금은행 대출금(말잔). (자료=한은 경제통계시스템)
예금은행 대출금리, 예금은행 대출금(말잔). (자료=한은 경제통계시스템)

■ 주요 시중은행 신속 인상…더 큰 스텝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다렸다는 듯 수신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총예금(말잔)은 1920조4154억원이다.

이날 하나은행은 14일부터 22개 적립식예금(적금) 금리를 0.25∼0.80%p, 8개 거치식예금(정기예금) 금리를 0.50∼0.90%p 올린다고 밝혔다. 대표 월복리 상품인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 ▲연금하나 월복리 적금의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최고 3.2%에서 3.7%, 3년 만기 기준 최고 3.5%에서 4%로 각 0.5%p씩 인상된다.

우리은행도 21개 정기예금 금리를 0.25∼0.50%p, 25개 적금금리를 0.20∼0.80%p 14일부터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은 최고 연 3.60%로, '우리 SUPER 주거래 적금' 금리는 최고 연 4.15%로 높아진다. 시장금리 연동상품인 'WON플러스 예금' 등은 향후 금리 상승을 반영해 시중은행 최고 금리 수준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8일 선제적으로 25개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7%p 올렸다. 이에 따라 '신한 쏠만해 적금'은 0.3%p가 인상된 최고 연 5.3%, 주거래 고객을 위한 대표 적립식 예금인 '신한 알.쏠 적금' 1년 만기는 0.5%p가 인상돼 최고 연 3.7%로 높아졌다. 

NH농협은행도 15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는 0.50%p, 적금 금리는 0.50∼0.60%p 각각 상향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 및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주 초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오늘 선제적으로 50bp를 인상한 만큼 현재 예상하고 있는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는 빅스텝보다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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