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 좋음 60%→10%
러-우 전쟁 5개월째…물가상승 압력↑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5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세계 경제가 다소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쟁 중인 양국에서 생산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원유와 밀, 비료 등 농산품에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네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OECD 회원국들 "올해 GDP 최대 1% 감소할 것"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OECD 경제산업 자문위원회(BIAC)의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 상황 및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으로 응답국 절반 이상(53%)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예측했다. 이들 국가는 최소 0.5%에서 최대 1%까지 GDP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1%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는 국가도 전체의 18%에 달했다.
하반기 경제는 작년에 비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경제단체들이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영 환경에 대해 ‘좋음’으로 전망하는 비율은 10%에 그쳤다. 지난해 기록한 60%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영환경을 '나쁨'·'매우나쁨' 등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28%에서 31%로 증가했다.
투자 전망도 어둡다. 자국의 기업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은 작년 95%에서 올해 72%로 23%포인트 줄었다.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2%에서 올해 23%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 밀부터 반도체 핵심소재까지…공급망 붕괴 시작
전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공급 문제다.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문에는 에너지가격·공급(74%), 글로벌 공급망 문제(17%) 등이 꼽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늦춰지면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가 향후 경제 회복에 필요한 자원을 상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응답국의 68%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2%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으로 봤다. 물가 하락을 전망한 국가는 없었다.
딜로이트가 지난 4월 발행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급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교역량의 25% 이상, 해바라기유 수출량의 60% 이상, 보리 수출량의 30% 이상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주된 비료 수출국이다. 세계 곡물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도 높다.
딜로이트는 또 러시아는 미국 내무부(DOI)가 국가 경제·안보 이익에 필수적이라고 지목한 35개 주요 광물 중 상당수를 대량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라듐 등 백금족 광물부터 티타늄, 니켈과 반도체 주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의 회로 식각 공정에 필요한 네온(neon) 등이다.
양국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전방위적인 공급망 붕괴가 우려된다. BIAC 조사에 응답한 국가들은 공급망 붕괴가 가격 혼란(58%)과 산업 생산량 감소(25%), 산업별 취약성 강화(14%)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BIAC은 이와 관련 “아직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공급망 붕괴가 나타나며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