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범 작가 “나의 추상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독백”
김가범 작가 “나의 추상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독백”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2.06.30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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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0일까지 금호미술관 개인전
“즉흥적 붓질은 비워냄의 산물”
김가범 작가.
김가범 작가.

[화이트페이퍼=임채연기자] 율동감이 느껴지는 색채 추상화를 그리는 김가범 작가의 개인전이 30일부터 7월10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자연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마음 속 울림을 리듬감 넘치는 색조의 일렁거림으로 화폭에 펼쳐내는 작가는 지난 수년간  한국의 ‘산’을 모티브로 삼은 ‘Mountain’ 시리즈와 다르게,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Untitled(무제)’ 시리즈 20여 점을 선보인다. 보다 단순화 된  색면추상 작업이다.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두고 수십, 수백 번 칠하고 긁고 벗겨내고, 다시 덮어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수행적 작업이라 하겠다. 화폭에 빠져들고 때론 무아지경에서 붓 놀림을 한다.  블루 계열의 500호 작품에선  한없이 드넓은 바닷속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검정 계열의 바탕에 새하얀 터치가 포인트로 들어간 1천호 사이즈 작품 앞에 서면, 광활한 우주 속에서 빠져들어가는 착각이 들 정도다.

김가범 작가의 작품.

원색의 물감을 아낌없이 짜내어 나이프 터치로 과감하게 작업한 화폭의 묵직한 마띠에르 질감은 강력한 에너지를 듬뿍 머금은 듯 하다.  금방이라도 힘찬 기운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다. 세심한 형형색색의 터치들은 한지 꼴라주를 연상시킨다. 여러 가지 색을 고루 섞되 과하지 않게 하나의 느낌으로 녹여낸 작품은 디테일과 간결함을 아우르고 있다.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는 동양적 중용의 미학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형 작품들이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서란다. 

"나를 내던지는 심정이다. 그럼으로서 나를 내려 놓고 싶었다. 비로서 내 자신에 솔직하고 정확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내 힘이 닿는 한 더 큰 작품을 시도하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작업실에서 캔버스를 멀리 두고 한참을 고민한다. 그리곤  나이프로  과감한 터치를 이어 나간다. 잡념들을 칼로 베어내는 의식같다.

“어쩌면 화폭에 순수의식만을 담아내고자하는 몸부림일지 모른다. 그렇게 무언가에  다가서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이 아닌가.”

그의 화폭은  색이 버무려져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는 듯 하다.  “꽃을 보시오”라며 외치는 듯하다. 하지만 이전의 작품보다  ‘진득한 즉흥’과 ‘숙고된 찰나’는 더욱 거세지고 내밀해졌다.

질퍽한 화폭이 사유의 여백으로 활짝 열리는 모습이다. 사실 즉흥성은 말 그대로 어떤 수를 헤아려 빚어지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을 비우고 덜어낸 후에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산물에 가깝다. 

"나와 세계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어쩌면  나의 추상은 그것에 대한 독백일는지 모른다."

그저 우리는 자유롭게 상상하고 사유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는  강하게 말하고 싶은 것 같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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