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대회장 선견지명…'K-바이오' 새 역사 쓴 SK
최종현 선대회장 선견지명…'K-바이오' 새 역사 쓴 SK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6.30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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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최초 신약 ‘선플라’로 ‘신약주권’
코로나19 백신 국산화로 ‘백신주권’ 확보
최태원 회장, 선대회장 이어 ‘K-바이오’ 글로벌 영토 넓혀
지난 2017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SK바이오팜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방문해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SK)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국내 첫 신약 개발로 대한민국 제약사 첫 페이지를 쓴 SK그룹이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K 바이오’의 새 페이지를 썼다.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35년 만에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이오 주권을 확보, 사업보국을 하겠다”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SK는 1980년대 주력 사업인 섬유 산업을 대체할 성장 동력을 고민하던 중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하고, 때마침 해외 섬유 기업도 생명과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흐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울대와 미국에서 화학을 공부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이력도 한몫 했다.

바이오를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사업화는 쉽지 않았다. 당시 제약 업계는 다국적 기업의 신약을 수입해 단순 가공·포장하거나 복제 판매하는 수준이었다. SK 같은 대기업이 제약 분야에 진출하자 경쟁 업체들은 ‘중소 업종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당시 최종현 선대회장은 “대기업이 참여했으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며 "SK 목표는 우리 상표가 붙은 세계적 신약을 만드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반발을 일축한뒤 신약 개발에만 집중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뒤 위암치료 신약을 1호 과제로 삼고 10년 연구한 끝에 1999년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했다.

‘선플라’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 신약으로 한국 근대의약이 시작된 지 100년여 만에 대한민국을 신약 주권을 가진 국가로 만들었다. 신약은 화합물을 합성해 기존에 없던 약을 제조한 것으로 SK는 10년 연구에 당시로선 81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입했다.

최 선대회장은 미국 뉴저지와 대덕에도 연구소를 설립한 뒤 1993년 글로벌 신약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Pharmaceutical(제약)의 첫 음절을 딴 이 프로젝트는 현재 SK바이오팜의 출발점이 됐다. 앞서 선경인더스트리에 설립된 생명과학연구소는 바이오와 백신, 제제 분야로 특화된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의 모태가 됐다.

선대회장이 남긴 바이오 사업 DNA는 최태원 SK회장과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이어 받았다. 이들은 바이오 사업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선플라 이후 SK는 2001년 국내 1호 천연물 신약 ‘조인스’(관절염 치료제), 2007년 신약 ‘엠빅스’(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코로나19 백신 국산화로 주목을 끈 SK의 백신 기술은 최창원 부회장이 가세하면서 본 궤도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2006년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프리미엄 백신 개발을 위한 '스카이백스(SKYVAX)'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경북 안동에 백신 공장을 설립하면서 백신 연구를 이끈 결과 2016년 세계 최초로 세포를 배양, 4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을 개발해냈다.

세포 배양 기술은 유정란 백신에 비해 생산 기간이 짧고 효율이 우수해 독감 대유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최 부회장은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하고 K-백신 노하우를 고도화해나갔다. 빌&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한 것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결정이었다.

최 부회장이 백신에 집중했다면 최태원 회장은 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사’와 뇌전증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미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가 유일하다.

이렇듯 최 회장과 최 부회장 등은 SK와 한국의 성장을 이끌 동력원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최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바이오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설립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신약과 백신, 제제,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면서 SK가 포트폴리오가 가장 탄탄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4개 기업 매출액은 지난 2019년 9532억원에서 2021년 2조4022억원으로 증가,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SK의 든든한 성장 버팀목이 됐다.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SK팜테코의 경우 매출액은 5554억원에서 9486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SK 바이오 사업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에 더해 SK의 바이오 시장을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K-바이오’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과 2018년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AMPAC)을 인수했다. 국내 세종시에 위치한 공장을 포함하면 한국과 미국, 유럽에 바이오 생산기지를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해외 생산시설을 통합 관리하고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할 SK팜테코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하면서 미국 시장도 공략 중이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 세포·유전자치료제까지 생산하는 기업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이포스케시에 대한 투자는 프랑스 정부가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최 회장에게 양국 경제 협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할 정도로 경제 외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 밖에도 SK는 인공지능을 활용, 단백질을 분해해 신약을 개발한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중국에 중추신경계 제약사인 이그니스를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는 바이오 관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6조원 이상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향후 진행될 SK의 K-바이오 스토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SK 관계자는 “SK의 바이오 역사는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바이오 연구진들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과감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해 ‘K-바이오’의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 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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