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 후... 금리 검토 '물결'
이복현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 후... 금리 검토 '물결'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6.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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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 모습. (사진=화이트페이퍼)
지난 20일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 모습.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 대부분 은행들이 금리 인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 은행권에서는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완화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은행이 금리상승기에 쉽게 이자장사를 한다는 '약탈적 대출자'라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분은 재고해 볼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방은행도 금리 검토 돌입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금감원장과 은행장의 첫 간담회 이후 주요 대형 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인터넷은행도 대출금리를 현 수준보다 낮출 여력이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21일 여신(대출) 유관부서 회의에서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완화 방안을 만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한은행은 고객이 금리 변동 없이 주담대 상환기간만 5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신한 쏠(SOL) 앱에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해 전세자금과 주택구입자금 용도 등 실수요 대출에 대해 이자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추가적인 룸(인하 여력)이 있는지와 이전부터 준비 중인 취약차주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시장상황을 감안해서 함께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금감원장 간담회를 계기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금리 운영에 대한 논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낮출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도 "아직 검토 단계여서 구체적인 부분은 없다"면서도 "시장 상황과 추이를 면밀히 살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GB대구은행의 경우 최근 지역 내 전세자금대출 수요자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전세자금대출의 가산금리를 낮췄다. 지난 17일 기준 대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최저금리는 연 3.6%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낮은 금리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의 원활한 공급과 주거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가산금리 하향을 결정했다"며 이외에는 말을 아꼈다. 

간담회 직후 발 빠르게 금리 인하에 나선 은행들의 경우 사전에 준비 중이었던 배경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전날 고객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아파트담보대출과 청년·일반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연 0.41%p 내렸다. 이에 따라 연 4.88~5.37%이었던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연 4.53~5.03%로, 일반전세 금리는 연 3.03~4.36%로, 청년전세 금리는 연 2.85~3.17%로 각각 낮아졌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전세대출 우대금리 한도를 0.1%p 올린 1.1%p로 확대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0.1%p 상향은 금리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사전에 계획했던 것으로 시기적으로 우연히 일정이 맞은 것"이라며 "관련 사안은 이제 검토가 시작되는 단계"고 말했다. 

이처럼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예대금리차에 기대 과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당국의 지적에 은행권은 분주해졌다. 시장가격 개입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요청을 했는데 압박을 못 느낀다는 은행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 은행은 약탈적 대출자인가

한편 예대 비즈니스는 은행의 본업이다. 은행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중 이자이익은 본연의 사업성과에 따른 결과물이기도 하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우리나라는 은행업 관련 많은 서비스가 예전부터 무료로 정착돼 있어 손쉽게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점도 있다. 비이자이익 확대에 대한 압박이 상품판매 과열 및 각종 사모펀드 사고의 불씨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은행권에서 없지는 않다.   

또한, 은행이 지금과 같은 금리상승기에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더 많이 인상하고 금리하락기에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인하해 일방적으로 쉽게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는 '약탈적 대출자'라는 일반적 인식이나 주장이 맞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비대칭적 반응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4년 10월~2021년 9월까지 데이터를 분석·검증한 결과 이같이 판단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은 "(해당 보고서는) 지난 10년여간 은행이 이자이익을 극대화시키는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금융당국 권유로 하든 자체적으로 가산금리 등 조정을 하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그렇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도 대출금리는 상승분을 낮추는 한편 예금금리는 경쟁적으로 올리는 현상을 볼 수 있듯 실제로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만 올리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은행은 대출자산 증가율 감소 등 자산·부채 구조가 변하고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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