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층간소음…시민단체·건설사 해결책 '엇박자'
사람 잡는 층간소음…시민단체·건설사 해결책 '엇박자'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6.2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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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법적 강제력 필요…라멘구조로 시공해야"
건설업계, 바닥구조 개선에 집중
실제 효과는 두고 봐야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오는 8월 층간소음 성능검사 기준이 재정립되고 사후측정 제도가 도입된다. 해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다툼은 물론 폭행, 살인 등의 사건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지난 몇 년간 정부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 2019년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데 비하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층간소음 관리를 위해 법적 강제성과 함께 건설사들이 건설 공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내 건설사들도 층간소음 막기 위해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바닥구조에 국한된 기술 개발이 근본적인 층간소음을 막을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 경실련 "권고로는 안 돼…의무화 필요"

경실련은 22일 '층간소음 분쟁 현황과 대책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주택과 취약계층의 층간소음 관리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와 민간이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의 이날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공동주택 신축 시 층간소음 전수조사 의무화 ▲층간소음 기준 초과시 벌칙 강화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라멘구조 건축 의무화 ▲기존 주택·취약계층 층간소음 관리 보완 대책 필요 등이다.

경실련은 층간소음에는 법적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는 사후 제도인 만큼 기준에 미달해도 재시공이 어려워 사업 주체는 손해 배상을 진행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착공 전 검사 방법을 마련하고, 감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와 함께 성능검사에 미달한 시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준공검사를 연기하고 이에 따른 손해 배상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권고에 머무르는 절차에 법적인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의무화해 공동주택 입주자에게 층간소음 실측 소음도를 고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입주자가 층간소음의 정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층간소음 분쟁 현황과 대책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간 차원에서는 건설 공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건설사들이 주로 시공하는 벽식구조는 층간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에 라멘구조를 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이 제시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10년간 지어진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가 벽식구조다.

벽식구조는 벽 전체가 건물의 하중을 받드는 형태다. 바닥충격음 같은 소음이 발생할 경우 벽을 타고 소음이 온 집 안에 퍼지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취약하다. 내력벽으로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구조 변경에도 제한이 많다. 다만 공기가 짧고 공사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구조가 라멘구조다. 라멘구조는 기둥이나 보가 무게를 받드는 형태로 소음이 발생해도 각 기둥으로 소음이 분산돼 벽식구조 대비 층간소음이 덜하다. 또 벽을 허물어도 건물 지탱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인테리어 같은 구조 변경도 한층 수월하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층간소음 문제는 시공 방법의 변경이나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는 방면 등 여러 측면에서 접근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건설업계는 '바닥구조' 개선에 올인…실효성은 물음표

한편 국내 건설사들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주로 바닥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작년 발표한 층간소음 개편 기술 개발 현황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5대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건설 등 국내 유수의 대형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층간소음을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1년간 국내 건설사들이 발표한 층간소음 방지 연구·개발을 살펴보면 건설 업계는 층간소음을 막기 위해 바닥구조를 두껍게 하거나 기술을 집어넣는 형태로 층간소음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바닥충격음 차단 기술을 개발해 차단 성능 1등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역시 같은 해 기존 바닥구조에 특수 소재를 추가, 1등급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포스코건설은 '하이브리드형 바닥시스템'을, 대우건설은 '스마트 3중 차음구조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화건설은 층간소음 완충재 전문 업체와 손잡고 '적층형 60mm 층간차음재'를 내놨다. SK에코플랜트도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바닥구조를 선보였다. 롯데건설은 ‘벽체지지형 천장 시스템’을 개발해 소음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내놓기도 했다.

연관 부서 설립에 더해 자체 실험동을 세운 건설사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00억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층간소음 실험동을 착공했다. 벽식구조를 비롯해 라멘식, 기둥식, 혼합식(벽+기둥) 등 총 4가지 종류의 구조 형식을 연구시설 실증 주택에 적용, 까다롭게 살펴보고 연구하겠다는 취지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100억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착공한 층간소음 실험동 투시도 (사진=삼성물산)

이처럼 건설사들은 바닥구조로 층간소음을 크게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차단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 총체적 부실 사례가 드러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감사원이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가기술표준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대상으로 바닥구조 인정제도와 시공관리 등 업무 전반을 감사한 결과 LH와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126가구와 민간 업체가 시공한 6개 민간아파트 65가구 등 191가구의 96%인 184가구에서 실제 측정 기준이 인정 등급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60%인 114가구는 최소 기준도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감사원은 LH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사전 인증은 물론 현장 시공, 사후 관리 등 전면에서 부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총 19건의 위법·부당사항이 적발돼 시공사와 시험기관, 측정기관에 대한 조치가 진행됐다. 감사의 여파로 국토부는 8개 바닥구조 인정제품을 인정 취소하고 필요하면 고발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국토부는 이듬해인 2020년 6월 2022년 하반기 사업계획승인 신청부터 사후 측정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바닥구조 개선은 결국 방음 장치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이것만으로 층간소음을 크게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시공 구조상으로는 라멘구조가 층간소음의 해법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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