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를 사모펀드답게 운용 하려면...전문가 진단
사모펀드를 사모펀드답게 운용 하려면...전문가 진단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6.16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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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
사모펀드 시장 육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 발표·토론
15일 금투센터에서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왼쪽부터) 박삼철 법무법인 율촌 고문, 박지윤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 대표,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최종범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양해만 한국투자증권 전무, 이승아 NH투자증권 상무. (사진=화이트페이퍼)
15일 금투센터에서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왼쪽부터)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삼철 법무법인 율촌 고문, 박지윤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 대표,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 최종범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양해만 한국투자증권 전무, 이승아 NH투자증권 상무, 권재현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작년 10월 자본시장법과 하위 법령은 대폭 손질됐다. 대규모 환매 중단과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라임·옵티머스 사태 재발 방지와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 제고 차원에서다. 

하지만 개선된 현행 규정도 일반 투자자에 대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 나아가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참여를 허용하는 동시에 강력한 규제를 부과하는 조치는 사모펀드의 '공모펀드화', 업계의 규제비용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 "최소 투자금 기준 폐지해야... 미국 사례도 참고"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사모펀드 시장 육성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주제로 공동 정책심포지엄을 열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작년 10월 21일부터 '운용목적'에 따라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으로 나눴던 사모펀드를 '투자자' 유형에 따라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각각 간주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에는 운용 자율성 강화를 위해 제약을 다소 완화한 반면에 일반 사모펀드는 일반투자자 보호장치로 여타 규제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기관 제외)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엔 투자할 수 없고 일반사모운용사가 운용하는 일반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업무집행사원(GP)이 운용하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에는 연기금,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와 이에 준하는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다.

첫번째 발표를 맡은 권재현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비록 소수더라도 최소 투자금액만 증빙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추후 불완전판매의 여지가 있다"며 일반투자자는 최소투자액(3억원 이상)을 넣으면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존 법률 개정 이전 큰 문제점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펀드 규제와 일반투자자의 시장참여가 결합되며 발생했다"며 "개인 전문투자자만을 투자자로 설정하는 것이 사모의 본질에 부합하다. 최소 투자금 기준을 폐지해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를 금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수는 "미국 Regulation D의 Rule 506(c) 확인절차를 준용해 판매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며 "은행을 통한 사모펀드 판매는 사실상 일반광고와 성격이 유사하기 때문에 최소 투자금액 기준의 판매를 규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료=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권재현 교수 '사모펀드 규제 개편과 투자자보호 과제' 발표자료 중 라임사태 전후 기준 판매기관별 규모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Regulation D'는 미국의 사모설정 방법이다. 이 중 오래된 방식인 'Rule 506(b)'는 투자 자격을 전문투자자(Accredited investor)와 전문적투자자(sophisticated investor)로, 전문적투자자에 한해 35인 이내로 참여인원을 규정한다. 투자자 모집은 판매가 아니라 권유방식으로 해야 해 투자은행을 통해 사적 네트워크로 고객을 알음알음 모집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전문투자자에는 재력 기준 대형금융기관, 벤처투자, 5백만달러 규모 이상 연기금, 개인전문투자자(본인 또는 배우자 포함 순자산 1백만달러 초과 등)이 포함된다. 전문적투자자 범위는 본인 단독 또는 대리인과 함께 사모투자의 위험과 수익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 및 영업 사항에 대한 지식 및 경험이 충분한 자로 정하고 있다. 

이후 새로 나온 Rule 506(c)는 일반광고로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지만 최종 투자는 전문투자자만 가능하다. 이것만 입증이 된다면 일반광고로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자금조달을 위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열어준 새 방식으로 기존 고객이 없는 신규 사모펀드에게 가능한 투자유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두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편된 사모펀드 제도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투자자 범위를 다소 협소하게 정의했다"며 "제도 운용의 안착과 함께 향후 범위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연구원은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 구분 기준이 변할 수 있다며 학교 재단과 발전기금, 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 등을 언급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시장 운용 규모는 2004년 말 제도 도입 이후 연평균 20% 이상 증가하며 작년 말 116조1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운용사 수는 2007년 35개에서 작년 394개로 증가했다. 한국의 PE(기관 전용 사모펀드) 투자실패율은 3.4%로 해외의 6% 대비 낮은 수준이다. 

■ 운용사·판매사 고충 토로도... 균형점 찾아가는 과정 

이어 패널토론에서는 현행 규제가 당국의 직접 규제비용 뿐 아니라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등의 규제준수 비용 증가로 사모펀드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는 앞서 권 교수가 지적한 것으로 비슷한 견해가 나왔다. 박삼철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현행 규정은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규제들을 일반 사모펀드에 적용하고 있다"며 "애초에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일반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박지윤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 대표는 "우리나라 사모펀드 시장은 2004년 출발해 해외와 비교 시 20년 정도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했다"며 현 규정으로 "개인들이 원천적으로 기관 전용 사모펀드엔 출자할 수 없게 됐고, 금융투자잔고 100억(외감법인 50억) 등 자격 정의로 약 3만개 기업의 진입이 막혔다"고 말했다. 

또한 개편된 사모펀드 제도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의 보고의무와 판매 절차, 운용감시 의무를 강화했다. 판매사의 경우 운용사가 작성한 핵심상품설명서를 사전 검증하고, 운용사가 작성한 자산운용보고서가 핵심상품설명서에 부합하는지를 사후 확인해야 한다.

이승아 NH투자증권 상무는 "현행 규제체계 하에서 판매사의 의무가 과도해졌다. 모든 운용자산을 들여다보는 수탁사와는 달리, 판매사는 설명서를 3개월 마다 감시하는 작업을 하는 팀들이 별도로 생겨났다"며 "사모펀드 시장 원취지로 운영되려면 투자자의 풀을 전문투자자로 제한해야 한다"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성으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해만 한국투자증권 전무는 "제도 자체를 고치는 것보다는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강력한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펀드가 손실이 났을 때 운용사와 판매사가 펀드의 손실을 먼저 처리하고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식의 구조를 도입하면 현행 규제 상태로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와 일반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도 보인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장은 "사모펀드는 사모펀드답게 운용이 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투자자의 원치 않은 피해도 없어야 해 균형점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며 "현행 제도안착 여부와 개선사항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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