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가 맞나... 국내 상장기업 자사주 처분 '실태'
주주가치 제고가 맞나... 국내 상장기업 자사주 처분 '실태'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6.15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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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연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실태' 분석 보고서  
자사주 취득 공시 목적만으로는 주주환원으로 해석되지만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실태. (자료=자본시장연구원)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최근까지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실태를 분석한 결과 자사주 취득 시 공시 목적의 대부분은 '주주가치 제고'가 차지했지만 취득한 자사주를 처분할 때 목적은 취득과 다른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기주식 취득의 90% 이상이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이뤄졌지만 자사주 처분 공시 중 약 3분의 2는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해 자기주식을 처분한다고 밝혔으며 약 4분의 1은 고평가된 주식을 처분하여 기업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일부는 전략적 제휴 및 합병의 대가로 지급됐다는 분석이다. 

■ 처분 60%는 임직원 성과보상·25%는 여유자금 확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처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2020년 1분기 중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공시 건수는 128건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주가가 조기에 회복되면서 자사주 취득 공시는 급감하고 자기주식 처분 공시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사주 처분 공시는 2020년 4분기 기준 전 분기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105건이 보고됐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같은해 3분기에는 1분기 취득을 상회하는 3850만주 처분 공시가 나왔다. 이어 올해 1분기까지 분기당 100건 전후의 빈번한 자사주 처분 공시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의 자사주 총 취득예정 주식수는 2억8000만주였으며 처분주식수는 1억6000만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9930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발표했으나 처분은 이보다 많은 1억6900만주였다. 

(자료=자본연)
(자료=자본연)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나 처분 결정은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기업활동이다. 기업은 이사회에서 취득이나 처분을 결의한 후 예정주식 규모와 함께 목적을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취득한 자사주를 처분할 우려가 없어지고 영구적으로 유통주식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이 증가하며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분석기간 중 자사주 소각 공시를 포함하면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취득 공시는 전체의 9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가장 많이 언급된 목적도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였다. 전체 365건의 취득 공시 중 주가안정이 316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처럼 공시 목적만으로 해석한다면 자사주 취득 행위는 주주를 위한 기업경영 활동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점은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취득에서 상당한 규모의 처분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자사주 처분 목적이 취득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사주 처분 공시 837건 중 517건은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전체 공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주식수 기준으로는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처분이 약 2억2000만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임직원 성과보상 목적으로 취득한 주식수와 비교해 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무적 관점에서 자기주식 취득은 주주환원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고 실질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이는 취득한 자기주식이 처분되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사주 처분은 대부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이뤄져 처분과 함께 시장에 즉각적으로 재유통되며, 직원 성과보상을 위해 지급된 자사주도 임직원이 시장에 매도하면 일반주주를 위한 환원 효과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 외에 타 법인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제휴사에 처분하거나 합병 시 신주발행에 갈음해 자기주식을 교부하는 목적 등으로 활용된 사례에서도 자사주가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될 경우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도 제기됐다.  

■ "자사주 처분 재무적 관점 연구·법제적 보완 필요"

국내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업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자기주식을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다.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은 즉각 소각되지 않으며 기업은 필요에 따라 자기주식을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자사주 처분은 자사주 취득과는 달리 증권거래법상 처분 방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주식 처분방법은 정관에서 정하며,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은 사항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다(상법 제342조). 따라서 국내 거래 현황과 미비한 법규로 인해 기업은 처분 대상 및 처분가격 결정에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게 된다는 견해다. 

강 연구원은 "자기주식의 자유로운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주주환원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최근 자기주식 취득과 함께 처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재무적 관점에서의 연구와 법제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자기주식 활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자기주식 처분 행위에 대한 실증연구를 확대해야 하며, 주주 간의 지배력이나 채권자의 이익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법제적 관점에서 관련 규정을 체계적이고 정합성 있게 검토해 법제적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료=자본연)
(자료=자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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