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지킨다던 마트 규제…소비자는 "필요 없다"
골목상권 지킨다던 마트 규제…소비자는 "필요 없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2.06.14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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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대형마트 규제 인식 조사
10명 중 7명 '규제 완화'…폐지 의견도
소비자들 "대형마트, 전통시장 경쟁상대 아냐"
"유통 채널 확대…정책 전환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이사를 온 뒤로 줄곧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식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A씨가 쉬는 날이 인근 대형마트의 정기 휴일과 맞물린 탓이다. 평일에 하루 쉬는 A씨는 주말에 장을 보러 마트에 갈 수도 없다.

대형마트 운영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7명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초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는 정책 취지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별개로 보는 시각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규제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온라인 쇼핑 등 유통 채널이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났고 새벽 배송까지 등장하면서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48.5% "규제 효과 없다"…70% "전통시장 활성화 안 돼"

14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관련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20세~59세 가운데 최근 1년간 대형마트를 이용해 본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유통산업발전법 12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규모점포(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제한할 수 있다. 또 매월 이틀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로 10년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68%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규제 완화의 방식에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항목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시행'(29.6%)이다. 지역별로 차등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27.5%를 기록했다.

전통시장 경쟁 상대에 대한 인식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소비자들은 대체로 이 같은 규제가 효과가 없다고 봤다. 응답자의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효과가 없다고 본 이들 중 70.1%는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아서'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다 해서 수요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으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53.6%의 지지를 받았다. 대형마트가 골목시장의 경쟁 상대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전통시장의 주된 경쟁 상대를 묻는 말에는 32.1%가 인근 전통시장을 선택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방문 목적이 다르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슈퍼마켓이나 식자재마트가 경쟁 상대라는 시각은 30.9%를 차지했다. 이 밖에 대형마트 이용자의 절반(47.9%)은 최근 1년간 전통시장을 단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전통시장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들의 비중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 인구 구조·소비 트렌드 변화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한 유통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 대형마트 닫아도 전통시장 안 간다…"경쟁력 강화 필요"

당초 정부가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설정한 대형마트 운영 규제가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때마다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일을 사전에 알게 됐을 때 소비자들은 의무 휴업일 이전에 장을 본다(56.9%)고 답했다. 다른 채널을 통해 장을 본다는 응답(31.4%)도 다수를 나타냈다. 의무 휴업일을 피해 주말인 일요일에 장을 본다’(11.3%)고 답한 이용자도 있었다. 특히 대형마트를 제외한 채널 가운데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소비 행태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시 소비자 행동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다만 의무 휴업으로 인한 불편을 묻는 문항에 대한 응답은 팽팽하게 갈렸다. 불편하지 않다는 응답이 전체의 37.2%를 나타냈고 불편하다는 의사는 36.2%를 기록했다. 온라인 유통 채널이 발달하고 새벽 배송 등의 서비스가 활성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의무 휴업일에도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6.5%를 차지했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 온라인 배송 금지를 두고는 절반에 가까운 42.8%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부적절한 이유로는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온라인과 형평성에 어긋난다(55.8%) ▲의무 휴업 규제에 온라인 규제까지 받는 것은 과도하다(47.0%) ▲소비자 이용 선택 폭이 좁아진다(46.7%) ▲시대의 흐름이나 소비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41.8%) 등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온라인 유통 확대, MZ세대 부상, 4차 산업 기술 발전 등으로 유통 시장 환경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바뀌었다”며 “규제보다는 소비 트렌드와 시대 흐름을 반영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고, 소상공인 경쟁력을 강화해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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