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황현순호, 자사주 매입 '악몽'의 재현?
키움증권 황현순호, 자사주 매입 '악몽'의 재현?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6.10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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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5월 이어 5~8월까지 824억 규모 취득 예정
하락장 속 실적 악화 부담도... 약발이 '쉽지 않네'
키움증권 CI(오른쪽),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 (자료·사진=키움증권)
키움증권 CI(오른쪽),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 (CI·사진=키움증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키움증권은 엄밀히 말해 증권업종 내 전통적 고배당주에도, 주주친화정책으로 이름을 날리는 증권주도 아니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289억원으로 2019년(4737억원)보다 155% 늘었지만 시가배당률은 3.2%로 1.2%p 상승에 그쳤고 배당성향은 12%로 4%p 되려 줄었다. 

올해부터는 약 2년 7개월 만에 모처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 및 신사업에 나서며 주가 반등을 시도 중이지만 증시 약세의 차가운 역풍을 맞고 있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 저하로 이래저래 약발이 크게 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짙게 내려앉은 분위기다.  

■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고 현재가는 5년 전과 다를 게 없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17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8월 19일까지 3개월간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하는 자사주는 40만주(상장주식수의 약 1.5%)로 약 384억원 규모다.   

키움증권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건 올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월 28일 키움증권은 2019년 6월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50만주(약 44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 2월 3일~5월 2일 석 달 간 전량 취득을 완료했다. 직전 대비 10만주 줄인 이번 추가 매입까지 완료되면 키움증권은 올해 8개월간 약 82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주가는 공매도 리스크나 업황 악화, 실적 부진 전망 등에 신음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9일 기준 공매도 비중 28.1%로 증권주 가운데 가장 높은 전체 업종 6위를 꿰찼다. 또한 자사주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 목적임에도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키움증권은 전날보다 1.4% 내린 9만1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조4043억원 규모로, 작년 최고 수준(4조419원) 대비 40% 급감했고 작년 최저치인 2조5564억원보다도 작아졌다. 현재가는 5년 전과 비교해도 800원(0.88%) 상승한 수준이다.

키움증권 최근 5년간 주가 추이. (자료=구글 금융)
키움증권 최근 5년간 주가 추이. (자료=구글 금융)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 수는 줄일 수 있지만 향후 시장에 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소각 대비 긍정적 효과는 덜하다고 인식된다. 자사주 매입의 효과로 주가의 '반짝 상승'을 기대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펀더멘털인 실적이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이한 건 키움증권이 과거에도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 카드를 쓰고 재미를 보지 못했는 데 올 들어 이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움증권은 앞서 2019년 6월 18일~9월 17일 3개월간 50만주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주가는 매입 시점의 8만원대 초반에서 매입 완료 시점 6만원대 후반으로 되려 하락했다.  

올 초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던 지난 2월 3일 종가는 9만2400원이었고, 매입 완료 시점인 지난 5월 3일 종가는 9만3300원이었다. 이 기간 상승률은 약 0.93%다. 특히 1분기 실적발표가 자사주 매입 효과를 무색하게 했다는 평이다.

지난 1분기 키움증권은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132억원, 1411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8.6%, 47.11% 급감한 어닝쇼크를 공개했다. 주식시장 점유율도 19.85%로 같은 기간 1.64%p 하락했다. 5월 12일 종가는 8만3200원까지 밀려났다. 

2분기도 이변이 없는 한 실적 개선 기대가 크지 않은 가운데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자사주 매입 악몽의 재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키움증권은 순영업수익에서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비중이 약 60~70%인 증권사로 거래대금 증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증권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투자심리 약화 등 증권업황의 불황이 진행형인 점도 상단을 짓누르는 요소다. 올해 1분기 국내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0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0% 축소됐다. 지난 4월 18조원, 지난 5월은 16조원 규모로 감소세가 진전됐다. 고점에 물린 주주들은 차익실현은 커녕 탈출마저 쉽지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인뱅 고배 후 IB 바라보게 된 키움... 어깨 무거운 황 사장    

지난 2019년~2020년 키움증권 주가는 거의 일자로 누워있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당시 신사업 진출 기대에 대한 실망감도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해 5월 키움증권은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심사에서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미흡 사유로 탈락했었다.

당시 같이 고배를 마셨던 토스뱅크는 이후 재도전을 통해 기회를 잡았지만, 키움증권은 이를 포기하고 지금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진출 등 IB부문 강화로 사업 초점을 완전히 튼 상태다.

이 사이 인터넷은행 1호로 상장에 성공한 카카오뱅크는 키움증권을 크게 웃도는 기업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본업에서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라는 유수 IT 기술 기반 증권사가 등장한 것도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위협 요인이어서 달갑지 않다. 

현재 키움증권은 올해 1월 1일자로 취임한 황현순 사장이 이끌고 있다. 전임 이현 사장의 경우 다우키움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앞서 4년간 키움증권을 이끈 이현 전 사장의 재임 기간 동안 키움증권은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황 사장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비우호적인 업황과 맞물려 경영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황 사장은 2000년 1월 키움증권의 전신인 키움닷컴증권에 창립 멤버로 합류했고, 키움증권 IB팀에서 근무한 이후 키움인베스트먼트 투자담당 상무, 중국 현지법인장, 다우키움그룹 전략경영실장 등을 지냈다. 리테일에 치중된 키움증권의 사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IB부문 등을 중심으로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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