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급해진 한은... 한 달 만에 금리 또 올려 '1.75%'
물가안정 급해진 한은... 한 달 만에 금리 또 올려 '1.75%'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5.26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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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수준 예상보다 높아져...당분간 5%대 오름세"
이날 성장률 전망은 올해 2.7%%·내년 2.4%로 하향
이자부담... 0.25p 인상에 가계 3조·기업 2.7조 늘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했다.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대폭 올려잡았다. 원자재 가격 강세, 소비 회복,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을 고려해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망한 것이다.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드러냈다. 한은의 예측과 기조가 종전과 다소 달라지면서 당분간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는 불가피한 수순으로 전망된다. 

■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한은 물가전망 3.1%→4.5% 수정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p 전원일치로 인상했다. 앞서 작년 8월~올해 4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금리를 0.5%에서 1.5%로 1%p 올린데 이어 또다시 인상한 것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한 건 2007년 7~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는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지난 4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과 비교해 톤이 달라졌다. 물가안정을 위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좀 더 분명하게 시사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취임 후 첫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5월 나오는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의 발표도 있어 데이터를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연말 시장기대치 수준인 연 2.25∼2.50%에 대해선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물가 전망치가 높아지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보폭을 고려하면 한국 기준금리 예상치 상향도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방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의 큰 폭 상승,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 확대 등으로 4%대 초반으로 크게 높아졌고 근원인플레이션율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모두 2%대 후반으로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 역시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내년 2.0%에서 2.9%로 수정했고, 경제성장률은 올해 3.0%에서 2.7%로, 내년은 2.5%에서 2.4%로 낮췄다. 

물가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 및 공급차질 심화,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지난(2월) 전망 수준을 큰 폭 상회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차질 우려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데 두바이유 기준 최근 배럴당 110달러 내외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이 총재 또한 간담회에서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며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5% 이상, 상당한 경우 내년 초에도 4%, 3%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늘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5월 경제전망. (자료=한은)
2022년 5월 경제전망. (자료=한은)

■ 9개월간 1.25%p 뛴 기준금리, 인상폭만 올라도 이자부담 17조↑ 

통화정책 변경의 파급효과는 자산가격, 신용, 환율, 기대심리 등에서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공통 수반하며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등 총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 인상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 예대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 상승으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0.25%p 인상시 가계의 이자부담이 연간 3조2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 9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무려 1.25%p나 뛰었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17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상환능력이 높지 않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기업 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위험엔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 부분도 걱정"이라면서 "정부의 다른 여러 정책 방안과 공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은 가계신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원이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의 77%는 변동금리 대출이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현재 시장추정치 연 2.25~2.50%) 이상으로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실질 이자율은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임은 분명하다"면서 "우선적인 일은 일단 중립금리 수준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은과 금통위가 생각하는 중립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았다.

아울러 미국과의 기준금리(현재 0.75~1.0%) 역전 가능성도 인정했다. 다음 달에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다. 이 총재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금리가 높은 것이 자연스럽지만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미국이 두 차례 추가 빅 스텝에 나설 경우 금리역전 가능성이 높아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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