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빅스텝, 韓·美 기준금리 역전되나
미국 연준 빅스텝, 韓·美 기준금리 역전되나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5.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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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0.5%p 인상에 양적긴축까지
한은도 금리인상 스텝 바빠질 듯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5월 FOMC 기자회견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5월 FOMC 기자회견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p 인상)을 시작하고,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시계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앞으로 더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자본 유출, 원화 약세, 물가 상승 등 압력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연준의 보폭에 발을 맞춰갈 것이란 견해다.   

■ "한미 금리 역전, 거시경제 전체 영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5월 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만장일치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0%p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연 1.5%)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종전 1.00~1.25%p에서 현재 0.50~0.75%p로 좁혀졌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한은은 올해 남은 다섯 번의 금융통화위원회(5.26, 7.14, 8.25, 10.14, 11.24 예정)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6월은 금통위가 없는 달이다. 만일 5월과 7월 중 1번은 금리를 동결하고 1번은 0.25%p를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연 1.75%가 된다.

FOMC 정례회의도 연말까지 5번(6.14~15, 7.26~27, 9.20~21, 11.1~2, 12.13~14) 남아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두 번의 회의에서 추가 0.5%p 인상이 논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6~7월 연속 0.5%p씩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2%가 된다. 

여기에 9월, 11월, 12월 중 연준의 후속 베이비스텝(0.25%p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말 연방금리는 상단 기준 2.50~2.75% 수준을 예상한다"며 "국내 기준금리는 연말 2.00% 수준이 기대되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연말 한-미 기준금리가 0.50~0.75%p가량 역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에 전년 동월 대비 4.8% 급등, 2008년 10월(4.8%)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3~4월 연속 적자를 냈다.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종가보다 6.40원 오른 1272.7원에 마감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19일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예고한대로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히 큰 폭으로 더 오르면 해외자금의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수입 물가 상승 가능성 등 우려가 나온다. JP모건의 경우 한국 기준금리가 올 연말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역전은 이론적으로 외국인 자본 이탈의 위험성이 있고, 지금과 같이 경기가 비교적 양호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신인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국내 물가 상승세가 거세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계속해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향후 빅스텝의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이미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처럼 빅스텝으로 갈 필요는 없고 천천히 올려도 된다"면서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용인하지 않는 게 맞다. 물가나 성장률을 포함해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물가 안정 최우선 VS 경기침체 우려 

한편 연준의 0.5%p 금리 인상은 닷컴 버블 시기인 2000년 5월(6.0%→6.5%)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인상폭이다. CNBC는 이번에 연준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게 빅스텝을 밟았다고 했다. 또 파월 의장이 연설을 시작할 때 이례적으로 '미국 사람들'이라고 했고 저소득층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언급했으며 "물가 안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에도 6월 1일부터 나서기로 했다. 첫달 최대 475억달러 규모로 시작하고 9월부터는 최대 950억달러(국채 상환 300→600억달러, MBS 상환을 175→350억달러)로 확대하는 식으로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매달 60~120조원 규모의 긴축이다.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첫 회의이기도 하다.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인상된다. 다만 가계,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와 경기 침체 우려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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