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어머니 때문에 비뚤어졌던 시인?
무서운 어머니 때문에 비뚤어졌던 시인?
  • 북데일리
  • 승인 2006.06.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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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참을 수 없는 건 참을 수 없는 게 없다는 것이야.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이 날 생각하는 것이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소년적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 나오는 대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호연을 통해 천재시인이라 불렸던 랭보(1854~1891)의 여러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랭보의 삶과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 성장배경을 다룬 <랭보 지옥으로부터의 자유>(홍익출판사. 2001)에 의하면 랭보는 어릴 때부터 천재적인 문학성을 보였다.

“우리들 중 누군가가 기하학정리 몇 개를 증명하는 동안, 랭보는 라틴시 몇 편을 순식간에 해치우곤 했어요. 그것들 모두 재기 넘치는 것이었죠. 제목은 똑같았어요. 하지만 시구의 표현양식과 사상 논지의 전개가 아주 달랐기 때문에 선생님은 한사람의 손으로 씌어진 것인 줄 몰랐지요. 그가 거기에 바친 시간에 비하면 정말 곡예와 같은 솜씨였어요. 이런 일이 꽤 자꾸 있었지요. 이건 보증할 수 있어요”

랭보와 함께 학습했던 학우의 고백은 그의 천재적 문학성을 드러낸다. 그는 실제로, 수학과 기하학에 매우 둔했으며 (거의 보통사람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관심도 거의 갖지 못했다. 그러나 문장을 만들 때만큼은 독창적인 어휘들로 채우기 위해 집요한 노력과 발상을 아끼지 않았다.

랭보의 어머니는 난폭할 정도의 자기주장과 독선과 아집을 가진 여성이었다. 지독한 보수주의자로 이웃들과의 싸움을 쉬지 않고 자행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녀는 시인 베를렌느앞에서도 자신의 아들 랭보의 따귀를 때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으며, 그를 뒤쫓고 감시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어머니의 훈육방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칠고 엄격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였던 랭보의 어머니는 남편의 부재가 주는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은 랭보를 더욱 비뚤어 나가게 만든 요인이 될 뿐이었다.

“일이라는 게 대체 뭐야,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은 다 파괴하고, 다 지워버려야 해, 아! 담벼락 구석에 버려져서 아무렇게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나 선생들이나 가족이 주입한 관념이라곤 전혀 없는 아이는 행복하겠어! 새롭고, 순수하고, 원칙도 관념도 없으니까. 사람들이 우리한테 가르친 것은 모두다 거짓이니까 말이야! 자유로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아이 말이야!”

랭보의 항변은 성장기에 겪었던 혼란과 고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 삐에르 쁘띠피스는 랭보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 정의 내리려 하지 않는다. 시대와 사랑, 가족과 철학과 세상 앞에서 느꼈던 랭보의 고통을 열어 보일 뿐이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랭보의 조부, 부모세대의 이야기, 형제, 그가 만났던 예술가들의 삶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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