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장 실화인가요?...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VR로 가보니
이 통장 실화인가요?...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VR로 가보니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2.01.04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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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23주년 기념 은행사박물관 비대면 관람기
클릭하면 연 16% 어린이예금통장으로 순간이동
버튼 누르는 속속 금융 근현대사 한눈에 쏙쏙
(사진=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1970년대 저축예금 통장. (사진=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우리은행 창립 123주년 기념일인 4일,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을 찾았다.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 지하 1층에 위치한 은행사박물관은 작년 12월31일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가 전면 개편됐다.

은행사박물관 VR(가상현실) 접속은 PC, 태블릿,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로 가능하다. PC를 통해 홈페이지 메뉴의 버튼을 누르자 한국금융의 근현대사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 클릭클릭...가장 오래된 유물은 1899년 '입출금 명세서'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좌측 하단에 있는 '온라인 전시' 박스를 클릭하자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갔다. '띵동' 소리가 들린 직후 안내 음성이 나온다. 멀티 태스킹을 했더니 안내가 멈췄고, 다시 박물관 페이지으로 돌아오자 멈췄던 위치부터 음성이 이어졌다. 이번 온라인 박물관 구현에는 반응형 기술도 함께 적용됐다. 

"안녕하세요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899년 대한제국시기 민족은행으로 창립한 우리은행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은행 역사 전문 박물관으로 대한민국 금융의 산증인인 우리은행의 다양한 금융자료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의 동반자였던 은행의 역할과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시관람하기' 버튼을 클릭하자 박물관에 들어서기 전 로비에 서있는 듯 한 화면이 나왔다. 또 화면 좌측 상단에는 박물관 전체를 나타내는 지도, 우측 상단에는 조선후기 전통금융부터 2000년대까지 은행의 역사를 분류한 창이 보인다. 순서대로 박물관을 감상하기 위해 2번, 3번, 4번을 차례대로 클릭했다.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박물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근대 은행의 출범 배경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곧바로 상황 설명을 해주는 안내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항구가 개방되면서 외세 자본과 외국계 근대 은행이 국내에 진출하게 됐고, 특히 당시는 일본이 자국 은행을 앞세워 경제침략 기회를 노렸던 실정이었다. 이런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 상인과 관료들이 민족은행 설립을 도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1894~5년 갑오개혁 이후 민족자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에 고종황제 지원을 받아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이 '하늘아래 첫째가는 은행'이라는 뜻을 가지고 1899년 창립됐다. 관련 스토리는 12번 아이콘을 클릭하면 이어서 들을 수 있다.  

여기서 관람 팁 한 가지는 360도 화면 버튼 사용이다. 화면 밑에는 조작 버튼이 계속 위치해있는데, 관람 중에 자동으로 회전하는 화면의 움직임을 멈추고 싶으면 360 버튼을 클릭해 비활성화를 시킬 수 있다.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은행사박물관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인 대한천일은행의 장책(영인본)을 보려면 메인 화면이나 좌상단 지도에서 5번 버튼을 찾아 클릭하면 된다.

영인본은 '송도사개치부법'으로 기재된 은행 회계 관련 기록물이다. 송도사개치부법은 서양시 장부정리방법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개성상인들이 창안한 우리나라 고유의 장부정리 방법이고, 영인본은 1899년 6월부터 10월까지 각 개인별, 기관별, 항목별 입출금 명세서를 기록하고 있다.  

영인본을 비롯한 대한천일은행 창립관련 문서 및 회계 기록물 총 19건 75점은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인정 받아 201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79호, 2016년 국가기록원 국가지정기록물 제11호로 각각 지정됐다. 영인본을 자세히 보려고 하는 중에 마우스 스크롤을 굴리거나 하단 조작 버튼 중 '+'를 클릭하면 더 근접한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화면이 확대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자는 물론 해독하지 못했다)

(왼쪽) 송도사개치부법 장부정리방법, 대한천일은행 장책(영인본) 확대.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왼쪽) 송도사개치부법 장부정리방법, 대한천일은행 장책(영인본) 확대.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 학교·학년·반 번호 적는 통장 실화?...내 맘대로 연대별 베스트 탑 3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은 광복 이후 연대별로 ▲1946~1960년 격변기의 은행, 해방과 금융혼란 ▲1960~1980년 경제개발기·금융변혁기의 은행 ▲1980~2000년 자율화·개방화 시대의 은행을 각각 나눠 관련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중 격변기의 은행 모습은 31번 버튼을 클릭하면 영상으로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이 영상은 길이가 3분 남짓이지만 아픈 역사를 담고 있어 강한 여운을 줬다. 6.25 전쟁 발발 당시 예금지불업무를 수행했던 한 은행원의 회고를 기반으로 한다. 1950년 6월 26일 서울 은행에도 피난민들이 예금을 찾으러 몰려들었고, 은행들은 돈이 부족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그래서 리어카를 끌고 수차례 돈을 실어 날랐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난생처음 보는 통장이었다. 우상단 전시관람 안내 배너의 '1960~1980년대 경제개발기·금융변혁기의 은행'을 클릭한 뒤 41번 버튼을 찍으면 전시된 어린이 통장 3개가 눈앞에 나타난다. 가운데 '+' 버튼을 누르면 1970년대 한일은행의 어린이 예금통장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앞 표지에 밑줄 어린이라고 돼 있는데 굉장히 소비자 친화적으로 보였다. 통장은 > 버튼을 누르면 종이를 넘겨 안쪽까지 확인 가능하다. 고해상도여서 글씨가 잘 보이고 '샤르륵' 하는 음향효과도 나왔다. 

일단 통장을 펴면 어린이 예금약관과 함께 학교, 학년, 반, 번호를 기재하도록 칸이 있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 2장을 더 넘기면 당시 만기별 정기예금 금리와 불특정 만기 정기예금, 공모주청약 불특정만기 정기예금 등의 이율도 확인할 수 있었다. 1년 이상 2년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이자가 무려 연 16.2%, 특별정기가계예금 금리는 연 18%나 됐다. 바로 옆에 있는 근로자재산형성 지원법에 의해 발행됐던 저축채권도 금리가 연 17%나 됐다. 

1970년대 한일은행의 어린이 예금통장.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1970년대 한일은행의 어린이 예금통장.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다만,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은행들도 경제개발기에 이뤄냈던 고성장이 주춤하게 됐다. 많은 금융기관들이 퇴출되는 한편 은행 간 자율적 합병에 의해 대형은행들이 탄생했다. 지금의 우리은행은 이때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다시 태어나게 됐다.

박물관에서는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모형도 재현해 전시하고 있었다. 이 모형도 인상에 남는다. 입력 버튼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오고 크기가 작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새로웠다.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자료=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 홈페이지)

한편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은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의 역사와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2004년 개관한 박물관이다. 대한제국기 전통 회계 방식으로 작성한 각종 은행 장부를 비롯해 근현대 은행 통장, 광고물, 은행원들이 사용하던 사무기기 등 유물을 전시 중이다. 우리은행은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보전·전시해오고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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