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누가 끌어안나 카드 수수료 부담
그래서 누가 끌어안나 카드 수수료 부담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2.24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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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여력 없다는데... 당정은 3년 만에 또 다시 칼질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한 당정협의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병욱 국회 정무위 간사(왼쪽)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한 당정협의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병욱 국회 정무위 간사(왼쪽)와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당정이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기존 0.8%에서 0.5%로 낮추는 안이 포함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이미 신용판매 영업이익이 적자여서 더이상 수수료 인하 여력은 없다고 수차례 말해왔지만 되려 3년 더 손실 부담을 떠안게 된 상황이다.

위기의 카드업계는 또다시 구조조정에 내몰렸고 혜택 좋은 카드들도 단종 수순을 밟게 됐다. 

■ 마른 행주 다시 짜는 카드업계... 혜택 줄이고 또 구조조정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이날부터 1966~1967년생 및 소속장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기로 했다. 우리카드가 정식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건 2013년 은행 분사 이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카드도 최근 근속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롯데카드는 작년 200여명 규모 구조조정을 치른 바 있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까지 희망퇴직을 받았고 이 결과 10여명이 회사를 나갔다. 

카드업계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주 사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만 매년 연간 약 5000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23일 당정이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확정해서다. 2007년부터 시장가격에 개입한 이래 지난 14년간 14번째 이뤄지는 가격 통제다. 

A 카드사 한 직원은 "쉽게 말해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구조조정을 유발하는 선행요인이다"며 "직원들 회사 다닐 기간이 몇 년 더 줄게 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B 카드사 직원은 "이번 인하도 카드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밴(VAN)업계 종사자들까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 카드사 직원은 "이미 역마진이어서 많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회사는 수익이 줄어들면 당연히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D 카드사 직원은 "혜택 축소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혜택이 좋은 카드는 계속 단종돼 왔다. 고객 입장에서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카드사별 개인·기업 회원(고객)을 합친 유효회원 수는 ▲비씨카드 3287만명 ▲신한카드 2095만명 ▲KB국민카드 2016만명 ▲삼성카드 1198만명 ▲현대카드 969만명 ▲롯데카드 854만명 ▲우리카드 697만명 ▲하나카드 636만명에 각각 달한다. 

■ 세액 공제로 수수료 부담 없는데 또 경감..."카드사, 영세 가맹점 이용 늘수록 손해보는 구조"   

정부는 지난 23일 당정협의를 거쳐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라 전체의 95.6%에 해당하는 약 280만 가맹점의 영세·자영업자가 고르게 합산 연간 4700억원의 수수료 부담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 설명이다. 

금융위는 조정금액 4700억원 중 약 60%가 220만여곳 연매출 3억 이하 영세 가맹점에, 약 30%는 연매출 3~10억 중소가맹점에, 약 10%는 연매출 10~30억 중소가맹점에 배분했다. 이 비율에 기반해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을 매출구간별로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영세 가맹점은 2018년 개편 대비 2021년 개편에 따라 카드 수수료 부담이 40% 줄어든다. 동시에 연매출 3억~5억/5~10억/10~30억 이하 약 60만개 가맹점(전체의 20.6%)의 카드 수수료 부담도 15%/10%/6%씩 각각 감소한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는 세액공제를 통해 카드 수수료를 사실상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신용카드 등 매출액의 1.3%를 부가가치세액에서 공제로 돌려 받고 있어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실 영세 가맹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8%(현행)여도 세액공제를 받고 있어 수수료율 부담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제 0.5%로 내리니까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드사는 회원들이 이들 영세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카드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연회비를 더 높이거나 회원 혜택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카드사가 눈에 띄게 소비자 혜택을 줄이기는 어렵다. 시장 경쟁에서 뒤쳐질 리스크가 커서다. 결국 전체 손실분에서 일부는 줄이고 나머지는 인건비 감축 등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감내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는 없다. 일단 내년에는 카드채 조달금리도 올라가고 대출규제도 더 강화된다. 

■ 개편안도 부족한 소공연 "빅테크 수수료도 내려달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업계는 2019~2020년 가맹점수수료 부문에서 131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정부가 법을 만들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3년마다 조정하는 나라는 전세계 주요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체계는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후 금융위는 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을 산정·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 산정기준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승인·정산·마케팅비용이 포함된다.

법 개정 이래 가맹점 수수료가 올라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강제로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들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절감한 비용은 다시 수수료를 인하할 요인이 돼왔다.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지난 2018년 이후 손익분기점을 벗어난 상황이다. 

E 카드사 직원은 "금융권을 떠나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가격에 개입해 본업을 강제로 마이너스를 만든 산업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라며 "똑같이 결제산업에 있는 빅테크 업체들도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부담은 카드사로만 쏠리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과 함께 카드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제도개선 TF를 출범하고 이해관계자 간 상생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사업 관련 겸영·부수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하고 카드 수수료 재산정 주기 조정 등 제도보완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같은 카드사 직원은 "지금 누가봐도 카드사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는데 디지털 투자는 투자대로 계속해야 되는 압력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용카드업과 연관된 모든 시장참여자, 이해관계자 중 이번 결과에 만족하는 쪽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당정 수수료 개편안 발표 이후 영세·중소 가맹점에 해당되지 않는 한국마트협회는 '침소봉대'라며 비판했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빅테크 업체의 간펼결제 수수료율 인하 방안도 수립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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