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백서_제약 ⑦ 유한양행] 오너 떠난 유한양행, 50년 이상 확립된 ‘평사원 출신‘ 경영인 발탁
[지배구조 백서_제약 ⑦ 유한양행] 오너 떠난 유한양행, 50년 이상 확립된 ‘평사원 출신‘ 경영인 발탁
  • 이시아 기자
  • 승인 2021.12.07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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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물러난 1969년 이후 현재까지 평사원 출신 전문경영인 선출
R&D 경쟁력 강화… ‘글로벌 50대 제약사‘ 목표

[편집자 주] 화이트페이퍼는 기업의 경쟁력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인 지배구조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는 [백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지배구조의 모습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의 양태가 달라지고, 지속가능 경영 형태가 변화합니다. 21세기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고객, 협력회사,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경영 결정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영 결정의 핵심 요체인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일은 기업을 바라보는 첫 번째 도구입니다.
맨 먼저 제약 기업의 지배구조 백서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120여 년 전, 구한말 태동한 국내 제약 기업들은 업력에 비해 산업 규모가 성장하지 못한 업종입니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 붐’에 힘입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 제약기업들의 도약에 구름판이 될 지배구조를 살펴봄으로써 그 미래를 그려볼 계획입니다.

[화이트페이퍼=이시아 기자] 유한양행은 국내 기업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문 경영인 체제가 완벽하게 자리 잡은 회사다. 1969년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긴 이후 50년이 넘게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고 있다. 유한양행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유한재단 또한 창업주가 상속을 포기하고 기증한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나 여기도 창업주 일가를 찾아볼 수 없다. 창업주가 기업을 사회적 공기(公器)로 바라보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1926년 설립돼 올해로 95주년을 맞이한 장수제약사인 유한양행은 1962년 제약업계 최초로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유한화학, 유한메디카, 엠지, 유한건강생활, 애드파마 등 총 11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유한재단이 15.66%, 국민연금공단이 11.82%, 자사주 8.50%, 유한학원이 7.68%를 보유하고 있다.

■ ‘혈연 경영권 승계‘ 단절시킨 창업주… 전문 경영인 체제로

유한양행은 오너家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흔치 않은 케이스다. 유일한 창업주는 1939년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했고 1969년에는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줬다. 유한양행은 1969년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사원 출신의 전문경영인을 선출하고 있다.

약 1900여 명의 유한양행 임직원 중 유일한 박사 친인척은 찾아볼 수 없다. 유일한 창업주가 은퇴를 앞두고 회사에 자신의 혈연, 친척들을 회사에서 전부 해고시켰기 때문이다. 부사장이던 아들 유일선 씨와 조카를 비롯해 다른 친인척도 회사 경영에서 제외됐다. 가족들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를 분란을 방지하고자 했던 것.

유일한 창업주는 아들 유일선 씨에게 유한양행을 물려주고는 싶었으나 한국보다 미국에서 자라온 시간이 더 길었고 교육도 받아온 탓에 개인 우선 성향이 기업의 경영이념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유로 경영권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조권순 부사장에게 물려줬다. 또한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공익법인에 기부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유한양행 주식 14만941주를 유한재단에 기증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1971년 유일한 창업주가 별세한 후 유한양행의 주식 분포를 보면 55.4%가 일반인의 소유였고, 44.6%는 모두 공익기관에 환원됐다.

올해 3월 유한양행은 제22대 대표 사장에 조욱제 부사장을 선임했다. 신임 조욱제 사장은 1955년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하고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병원지점장 이사·ETC 영업·마케팅 상무·약품사업본부장 전무·경영관리 본부장 등 주요직을 두루 거쳐 2017년 3월 부사장에 오른 바 있다.

■ 창립 100주년 맞는 2026년 목표로 ‘글로벌 50대 제약社‘ 도전장

현재까지 국내 제약업계에서 자산총계 2조원을 돌파한 곳은 유한양행 밖에 없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6199억원, 영업이익 843억원으로 연결 매출액 기준 상위 제약사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까지 매출을 4조원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50대 제약사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100위권인 세계 랭킹을 올리기 위해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연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우는 동시에 제2, 제3의 렉라자가 될 유망신약개발 등을 무기로 앞세우겠다는 구상이다.

R&D(연구개발) 비용은 지난해 2227억원으로 연평균 29%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초 9개에 불과했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현재 30개에 이른다.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올리는 의약품을 블록버스터 신약이라고 칭하는데, 블록버스터 신약도 바로 이 같은 신약 후보물질에서 나온다.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했다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넉넉하게 마련해 둔 것과 같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 연구과제로 이뤄냈다. 기술력이 있는 외부 업체와의 기술을 공유한 후 집중적으로 가치를 끌어올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해왔다.

유한양행에서 꼽고 있는 기대주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체인 렉라자다.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도입한 렉라자는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이었지만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였고 얀센바이오테크에 총액 1조4000억원 규모로 수출한 바 있다. 올초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 허가도 받았다. 치료 효과와 시장성을 한 차례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만 꼽아도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치료제 ▲길리어드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 수출한 또 다른 NASH치료제 ▲GI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알레르기치료제 ▲자체 개발한 비만치료제 등이 있다.

앞서 2018~2020년 3년간 5건, 4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성과를 올렸고 기술 수출로 유입된 기술료를 다시 R&D에 쏟아부어 신약 성과를 이루는 R&D 선순환 구조도 마련했다. 장기적인 이익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R&D 전략을 통해 밑거름을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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