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 여전히 특별한가...빅테크 향한 위기감은
금융·은행 여전히 특별한가...빅테크 향한 위기감은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2.02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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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
금융업 전업주의 규제 개선 논의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금융지주회사 계열사간 정보공유 확대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자료=유튜브)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가 '디지털 시대의 금융업간 겸업주의 논의와 대응방안'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는 모습. (자료=유튜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비금융 주력 사업자의 금융업 진출로 인해 금융권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에 적용 중인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 은행은 여전히 특별한가?...빅테크 등장에 전업주의 의미 '퇴색'

은행연합회는 2일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금융업의 전업주의 규제 개선 등을 논의했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날 '디지털 시대의 금융업간 겸업주의 논의와 대응방안'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비대면 환경의 소비자 접점 측면에서 전업주의가 형해화되고 있다. 금융지주가 지배 가능한 플랫폼 회사의 범위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전업주의는 은행/증권/보험 등 업권별 업무만을 하고 다른 업무는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 금융사는 업권별 규율을 받고 있는 반면에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보다 약한 규제를 받고 있어 이 부분을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견해다. 

여 교수는 "카카오, 토스 등은 은행, 증권 등 금융업 직접 인가를 통해 금융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마이데이터, 종합지금결제 사업자 도입과 더불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의 플랫폼화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기존 영위하던 투자자문, 투자일임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사는 플랫폼에 의존하게 되고 협상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고객 기반 측면에서는 이동 가속화, 리테일은 자산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예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플랫폼을 통한 사실상의 빅테크들은 '유니버셜 뱅킹'을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고수해온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빅테크가 ICT와 금융회사를 동시에 지배하면서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에 대해서도 동일 수준의 규제 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제도 개선을 통한 계열사간 외부 겸업 고도화, 장기적으로는 유럽식 유니버설뱅킹 제도 논의,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허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제언이 더해졌다. 

여은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빅테크 금융업에 대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등을 기초로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금융지주회사 계열사간 정보공유 확대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자료=유튜브)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금융지주회사 계열사간 정보공유 확대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자료=유튜브)

■ 카카오와 금융지주, 지배구조는 동일하나...데이터 격차는 '심각'     

두 번째로 발표에 나선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계열사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객 맞춤형 상품 제공 ▲헬스케어, 유통/배달, 마이데이터 사업 등 신사업 추진 엔진 역할 ▲취약계층 지원/사회문제 해결 등 다양한 기대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부사장은 "정보공유가 되면 포용금융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정부 정책에 필요한 자료, 학술연구 데이터 제공도 가능하다"면서도 "다양한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융지주 회사 자회사간 정보공유는 많은 한계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카카오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동일한 형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규제 형평성이 고르지 않아 사업 범위와 수집 데이터 측면에서 큰 격차가 우려도 나타났다. 

박 부사장은 "사실은 구조상 카카오 그룹도 금융회사의 구조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총자산의 2분의 1이 금융업·금융관련산업에 해당해야만 금융지주회사법 적용대상에 해당돼, (비금융사업 비중이 높은) 카카오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카카오 그룹의 경우 동일한 금융 겸업을 하고 있으면서, 모회사의 카카오도 영리 목적으로 비금융 사업을 할 수 있고 자회사로 비금융 회사를 다 둘 수 있다. 반면 금융사는 동일한 구조임에도 자회사도 금융사나 금융회사만 가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상태에서 누가 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금융과 비금융 결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그룹과 순수한 금융 데이터만 가지는 그룹과 누가 더 고객에게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줄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연구소 소장이 ‘금융업의 비금융업 겸업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약화된 대면 채널 경쟁력...금융의 제조-판매 분리 가속화

세 번째 발표자인 정중호 하나금융경연구소 소장은 "금융 가치사슬에서 제조와 판매가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기존 금융가치 사슬은 고객이 금융상품 니즈가 발생하면, 탐색과 비교 과정을 거쳐 결정 이전에 자문을 받고 상품 제조 및 제공이 이뤄지는 과정을 거쳤고, 은행은 '영업점'이라는 특별한 무기로 이러한 금융 가치사슬을 전부 커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플랫폼 사업자와 핀테크 앱의 등장과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온라인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고객 접점을 장악하고 있다. 향후에는 고객 여정에 있어 금융업의 역할이 상품 제조나 제공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정 소장은 "극단적인 형태로 보면 은행이나 금융기관은 상품 제조업자가 되는 것"이라며 "나쁘게 얘기하면 납품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내 상품을 팔아달라고 올리는 거일 수 있고 이런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은 금융사 입장에서는 제판(제조-판매)이 자연스럽게 분리 현상, 그런데 판매 국면에서 대형플랫폼 사업자가 소위 게이트키퍼로 등극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상당히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7~8년전만 해도 금융산업은 핀테크 혁신을 통해 분화(언번들링)됐지만, 최근 빅테크 플랫폼과 대형 핀테크 플랫폼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엮고 비금융 서비스 등과 결합·새로운 가치 창출(리번들링) 중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빅테크는 모두 간편결제/송금(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여수신(네이버파이낸셜 신용대출 출시, 카카오뱅크), 금융투자(네이버페이 증권계좌, CMA계좌,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증권계좌, 소액투자), 보험(네이버파이낸셜 NF보험서비스,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진행중) 등 영역에 진출해왔다. 

제시 자료 기준 빅테크의 MAU(월간활성이용자) 1천만명 이상 플랫폼은 네이버의 경우 검색(3800만명), 쇼핑(3000만명), 네이버페이(1250만명), 지도(1500만명), 마이플레이스(3700만명) 등이다.

카카오는 검색(1200만명), 카카오톡(4485만명), 카카오스토리(1000만명), 선물하기(1350만명), 카카오뱅크(1000만명), 카카오페이(2000만명) 등이다.  

역시 빅테크가 방대한 고객 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고객 확보가 더욱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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