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국민을 위한 기조 전환?..."은행들 예대금리 살펴라"
금융당국, 국민을 위한 기조 전환?..."은행들 예대금리 살펴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1.19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출금리 논란에 금리 산정 관련 자료 요구
"예대 모두 합리적 산출되는지 살펴볼 필요"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8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과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최근 크게 상승한 가계대출 금리와 관련 비판 여론이 끓어 오르자 그간 총량은 규제하지만 가격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이 뒤늦게 입장을 선회했다.

은행 측은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크다는 점에 공감하고, 예대금리의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국민을 의식한 상생 차원의 기조 전환이지만 뒷북이란 지적도 나온다. 

■ 직접적으로 개입 어렵다더니...갑자기 국민 상생 지혜 당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은행 등 8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은행권과 협의해 개별 은행의 대출·수신 금리 산정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필요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이날 이 수석부원장은 점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금리는 시장에서의 자금 수요·공급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이지만, 은행의 가격 결정 및 운영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은행권은 2012년부터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 관련 논란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운영이 모범규준을 준수하는지 직접 운영 실태 파악에 나서고자 하는 것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날 특히 가산금리, 우대금리 부분을 짚었다.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면 결과값이 정해진다. ▲준거금리 상승 ▲가산금리 상승 ▲우대금리 축소 3개의 경우 중 1개만 충족해도 최종 대출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이와 함께, 이 수석부원장은 "예금금리의 경우에도 시장상황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산출되는 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며 "예대금리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 우리 국민들과 함께 상생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은행 부행장들은 최근 금리 상승세 지속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크다는 점에 공감하고, 은행 자체적으로도 예대금리 산정·운영에 대해 살펴보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함께 고쳐나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 기조가 단 이틀 만에 뒤집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저희(금융위원회)가 은행 대출금리 분석을 해봤는데,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중 준거금리가 많이 올랐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금리 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도 재차 당부...실효성 여부는 관건 

이날 간담회에서는 금리인하요구권도 언급됐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 이용자가 재산이 증가하거나 개인신용평점이 상승하는 등 신용상태가 개선되는 경우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과거 자율적으로 운영됐다가, 지난 2019년 법제화됐다. 

차주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면 금융사는 10영업일 내 수용여부 및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금리인하 요구를 거절/지연하는 경우 법상 불공정 영업행위로 과징금·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은행들이 차주의 신용상태가 악화됐다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니어서 오롯이 소비자를 위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운영실적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원회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금리인하 신청건수는 은행,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를 포함해 작년 91만건으로 2017년 대비 4.5배 늘었다. 다만 금리인하 수용건수는 2017년 12만건에서 작년 34만건으로 2.8배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른 수용율은 37.1%에 불과했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사가 금리인하 신청요건과 심사 기준을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불수용사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며, 공시·관리가 안 돼 소비자 확인이 어려운데다 업무관리를 위한 내부체계도 미비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안내시 부정확하거나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신청요건·심사기준을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불수용 사유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재차 설명했다. 

또, 그는 "2019년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되면서 제도적인 기틀은 마련됐으나, 실제 운영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개선방안을 빠른 시일내 이행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에 은행 부행장들은 신청·심사절차 등 자체 시스템 개선, 고객 안내·홍보 강화 등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