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 깊어지는 골
차량용 반도체 수급, 깊어지는 골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11.0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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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공급 5.2% 줄어
차량 인도 최장 1년…판매량 감소 이어져
"반도체 공급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
"수입 다변화, 재고 물량 확보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3분기 국내에 공급된 자동차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공급 차질로 차량 인도 장기화, 판매량 감소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면서 업계가 신음하는 모습이다. 수입처 다변화와 재고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반도체 공급 불안에…국내 자동차 공급까지 줄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을 보면 3분기 제조업 국내공급 중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2%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국내 자동차 공급은 국산이 7.3% 줄어든 반면, 수입이 8.8% 늘면서 전체적으로 5.2% 감소했다. 극심한 공급 차질을 빚어온 차량용 반도체로 인해 자동차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올해 초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차량을 인도 받기 위해 최장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동차 구매 정보 플랫폼 겟차가 계약 정보 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출시된 제네시스의 전용 전기차 'GV60'를 받으려면 계약 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SUV인 'GV70'과 'GV80'도 각각 5개월과 6개월의 기간이 지나야 차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아반떼'와 '아이오닉 5'는 출고까지 각각 5개월, 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고객에 인도되기까지 8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현대차의 첫 경형 SUV ‘캐스퍼’도 대기 기간이 4개월로 예상됐다.

상황은 기아도 마찬가지다. 'K5'와 'K8'은 출고까지 각각 4개월, 8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스포티지는 9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1개월 이상이 걸린다. '카니발'은 출고까지 7개월, 화물차 '봉고3'은 8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현대차·기아 판매량 감소 지속…"수백 개 폭탄 맞을 것"

이 같은 상황에 판매량도 감소세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5만7813대, 해외에서 24만9226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비 20.7%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전 세계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8.9% 줄어든 21만7872대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달도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판매량 감소세는 장기화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8일 '차량 반도체 수급난 현황 진단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하고 포드·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은 품귀 현상이 내년 상반기에서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인피니언·ST마이크로 등 반도체 업체들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향후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더욱 늘어남에 따라 공급 불안이 고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금융정보업체 IHS마킷의 수치를 근거로 자동차 전동화 추세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필요한 반도체가 올해 1325억개에서 6년 뒤인 2027년에는 2083억개로 연평균 8%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는 "정부가 품목별로 분석해 의존도가 60~70% 이상 높으면 수입 다변화와 재고 물량 증대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수급 대비를 하지 않을 경우, 수백 가지의 폭탄을 맞닥뜨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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