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정돈 돼야 '국민 평형'?…미분양 감소까지 전셋값 '위험'
15억 정돈 돼야 '국민 평형'?…미분양 감소까지 전셋값 '위험'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11.03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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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서 15억 이상 거래된 84㎡ 단지만 53곳
강남 3구에 밀집…지난달에만 15억↑ 신고가 6건 
미분양 감소세에 전셋값 급등, '전세 난민'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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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가 전셋값 15억 시대를 맞았다. 과거 4인 가구가 대다수를 이뤘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선호하고 높은 수요를 차지했던 평형대가 '넘사벽'이 된 셈이다. 지난 9월에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 감소세까지 역대급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이 꾸준히 이어질 경우, 내년 8월부터 풀리는 신규 전세 아파트의 가격 급등까지 우려된다.

■ '15억 전세' 2018년 3곳→2021년 53곳으로 폭증

3일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있는 아파트 가운데 전용면적 84㎡의 전세 보증금이 15억원을 넘어선 단지는 53곳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8년 단 3곳에 그친 데 비해 3년 만에 1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들 아파트는 강남 3구에 가장 많이 분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에서는  26개의 아파트 단지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이 15억원을 넘겼다. 이어 서초구 21곳, 송파구 4곳, 성동·동작구 각각 1곳으로 조사됐다. 거래 건수도 증가세다. 지난 2018년 17건에 불과했던 15억원 이상의 84㎡ 거래량은 2019년 50건으로 증가한 뒤, 2020년 231건으로 4배 이상 불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351건의 전세 계약서가 쓰인 상태다.

이는 최근 들어 발생한 신고가 거래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디에이치 포레센트' 전용면적 84㎡는 1층이 16억원에 전세 계약서가 쓰이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단지는 올해 3월 5일 같은 면적 6층이 15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맞이했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일원동에 있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동일 면적 29층이 1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면서 앞서 9월 16일(25층) 16억원에 팔린 데 비해 2억5000만원이 뛰었다. 불과 40여일 만의 일이다. 이처럼 강남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 단지가 15억원을 넘어선 거래는 지난달에만 6건이 체결됐다.

■ "갱신만료 매물, 이중가격 따라가면 15억 더 나온다"

이 같은 전셋값 고공행진은 미분양 물량이 역대 최소를 가리켰다는 점에서도 문젯거리다. 전세에서 매수로 돌아선 이들이 미분양 물량 감소에 급격히 뛴 전셋값까지 감당하지 못해 '전세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말미암은 '이중 가격'이 내년부터 반영되면 전셋값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들어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왔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9월 주택 통계'를 보면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384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만4864가구) 대비 6.9% 줄어든 수준으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미분양 물량은 앞선 7월에는 1만5000가구대에서 8월에는 1만4000가구대까지 줄어든 바 있다. 서울은 6월(65가구), 7월(59가구), 8월(55가구), 9월(55가구)로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지속됐다.

내년은 지난해 7월 말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매물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형성된 이중 가격을 따라가려는 양상이 짙어지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질 수 있다. 기존 계약이 만료된 뒤 매물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뛴 값을 반영해 전세 가격이 폭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평균 보증금 차이는 9638만원이다. 특히 '15억 전세'가 불거진 강남에서는 신규와 갱신의 '갭'이 지난해 12월 1억412만원에서 지난 6월 2억710만원으로 확대되는 등 급격히 오르는 모습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 더해 입주 물량이 늘지 않고 계약갱신구청구권까지 만료된다면, 전세 보증금이 15억원을 넘는 국민 평형 아파트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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